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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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학생들의 '무고 게임', 그 끝은 살인 사건이었다."



'호토대학교' 로스쿨의 모의 법정. '세이기'는 '가오루'에게 누군가 자신의 과거를 폭로했다며 고소하고, 곧 '무고 게임'이 시작된다. 무고 게임은 로스쿨 3학년 재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재판 놀이이다. 이미 사법시험에 합격한 가오루가 심판자의 역할을 하고 고소인과 의견이 일치하면 피고소인이, 일치하지 않으면 고소인 본인이 벌을 받는다. 실습과 놀이를 겸한 이들만의 '게임'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무고 게임은 막을 내리게 된다.


​시간이 흘러 변호사가 된 세이기는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오랜만에 무고 게임을 개최하자'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발신자는 분명하다. 하지만 세이기가 찾아간 모의 법정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무고 게임이 아닌 '살인 사건'이었다.


무고(無辜) : 고(辜)는 죄라는 뜻, 죄가 없음. 또는 죄가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시작은 그야말로 법정'유희'지만.."



[법정유희]의 시작은 [뒤틀린 시간의 법정]에 이어 또 한 번 당황스러웠다. 각 잡고, 진지하게 덤볐는데, 라이트 노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가볍게 술술 읽히는 게 아닌가!? 로스쿨 재학생들이 벌이는 무고 게임은 나름대로 진지하고, 긴장감 있지만 결국 놀이, 그야말로 '유희'의 일환으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고, 앞으로 다가올 무거운 사건 전에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다소 낯설 수도 있을 법률 용어들도 자연스레 설명해 준다. 물론 이후 사건을 위한 사전 준비도 소홀하지 않고, 대학생들의 가벼운 놀이에서 갑작스레 살인 사건으로 이어져도 어색하지 않게, 참 영리한 전개를 보여주며 이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책 속에는 여러 가지 사건이 등장하고, 이는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며 제법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런데 사건들은 분명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도 어렵지 않고, 복잡하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이 복잡하지 않게 만드는 데에도 첫 번째 파트인 '무고 게임'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읽다 보면 이 작가의 치밀한 노림수에 여러 차례 감탄하게 된다.




"옳고 그름, 그 사이에 있는 것은..."



대학생들의 놀이가 결국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 이 사건의 유력한, 어쩌면 현재 시점에서는 유일한 용의자도, 피해자도, 심지어 사건을 담당한 변호사도 그 놀이를 함께 했던 대학 동기들이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들이 무고 게임을 했던 모의 법정이 아닌 실제 법정이다.


용의자는 혐의를 부인하지만 자신의 변호사에게마저 무언가를 숨기며 진실의 일부를 호도하고 있고, 변호사는 용의자를 믿고 싶은 마음과 믿기 어려운 마음속에서 갈등하면서도 '변호사'라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 무죄를 받아내기 위한 준비를 해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뜻언뜻 '그 사건'의 그림자가 보일락 말락 하며 궁금증을 자아낸다. 제법 복잡하게 얽힌 사건이지만 작가가 여러모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서인지 일정 부분까지의 진실을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이 책은 진실을 알아내도, 알아내지 못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고, 어느 쪽이더라도 고민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주어진 문제의 답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 답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누가 옳은가..와는 별개로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가..'에 대한 답은 더더욱 내리기 어렵다는 게 [법정유희]의 진정한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독서, 긴 여운.."



법정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하면 무겁고, 어렵고, 무엇보다 지지부진한 법정 다툼이 지루하게 이어진다..고 생각 하기 쉬운데, [법정유희]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책이었다. 가벼운 시작, 친절한 전개, 흥미로운 결말까지 지루할 틈이 없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법이라는 것을 좀 더 쉽고 가깝게 생각하게 만들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양면성이 있는데, 이게 꽤나 긴 여운을 남긴다.



[법정유희] 리뷰를 쓰면서 부분부분 고민이 많아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쳤는데.. 아주 자그마한 스포도 되지 않게 주의하다 보니 이 책이 가진 장점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게 아쉽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왜 이 책의 제목이 [법정유희]인지, 왜 그 사건이 등장했어야 했으며 그런 결과였어야 했는지, 일부 어색하거나 무모하게 느껴지는 인물의 행동이 왜 꼭 그래야만 했는지..를 곱씹어 생각해 보면 더 좋지 않을까.. 라며 조심스럽게 감상을 마무리하는 걸로.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판사가 결정하지만...,

원죄인지 아닌지는 신밖에 모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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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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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꼭 필요한 차와 디저트가 있는 1인 전용 카페, '도도'"



주택가의 골목길의 막다른 곳. 나무들이 마치 자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는 것 같은 그곳에 자리 잡은 카페 '도도'. 낮에는 문을 열지 않고 저녁에만 여는 이곳은 '1인 전용 카페'이다. 유난히 지친 날, 서운한 날, 허무한 날, 속상한 날, 불안한 날... 이런 날을 맞이한 그녀들이 카페 도도를 방문하고, '마침' 자신에게 꼭 필요한 차와 디저트가 준비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카페 '도도', 뭔가 수상한데...??"



그럴 때가 있다. 지치고, 서운하고, 허무하고.. 뭐가 되었든 오늘이 나에게 가장 힘든 날인 것만 같은 그런 날. 그럴 때 우연히 나에게 딱 맞는 메뉴가 준비된 카페와 마주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예를 들면 이런저런 사정을 봐주느라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눈에 띈 '나를 돌보는 달콤한 디저트'처럼. 심지어 그 카페는 위치도 뭔가 비현실적이다. 주택가의 골목 끝, 왜 이런 곳에..? 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나무들이 숲을 이룬 그 사이에 마치 전원주택처럼 자리 잡은 카페. 낮에는 문을 열지 않고 저녁에만 문을 열고, 1인 전용 카페라 혼자만 갈 수 있다. 나라면 '이런 수상한 카페!'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갈 것 같지만, 이끌리는 듯이 카페에 들어선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차와 디저트를 마시고, 카페 주인 '소로리'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고, 그래서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다양하고, 나이대별로 가진 고민도 다르기 때문에 독자도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힐링 판타지...??"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언제부턴가 유행하는, 그래서 서점의 매대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힐링 소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힐링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일단 가볍게 첫 번째 에피소드만 읽고 더 읽을지 말지 정해볼까..' 했는데, 첫 번째 이야기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냥 재미있었다.. 기보다는 뭔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달까.. 번역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어딘가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하지만 SNS 속에는 뭐든 잘 하는 사람들의 게시물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지치고 피곤해진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런데 그때 우연히 마주하게 된 카페에 마침 '면역력을 높여주는 커피가 있습니다'라는 카드가 붙어있는 건 어떨까. 여기에 그 외 몇몇 부분들(?)까지 더해보면 어딘가 힐링 판타지 느낌이 나기도 한다. 도도에 들르는 사람들의 고민이 현실적인 만큼, 그것은 마치 내 고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들이 카페에서 힐링하는 만큼 나도 조금 위로받을 수 있다. 어딘가에 나만을 위한 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 카페에 그날 나와 딱 맞는 차와 디저트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유달리 힘겨운 날, 한 편씩 읽기 딱 좋다"



내용만 보면 이 책은 -묘하게 현실과 판타지가 섞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평범한 힐링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책을 읽다 보면 '어...?'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개별적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독립적인 이야기는 또 아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의문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에서 의문은 정점을 찍는데, 해소되지 않는다. 그래서 추측만 하게 된다. '이거였을까, 저거였을까..' 전에 읽는 순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소설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역시 읽는 순서에 따라 꽤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구성(?)이 작가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아하면서도 덕분에 더 흥미로운,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유달리 힘겨운 날, 한 편씩 읽기 딱 좋다. 술술 읽히는 가벼운 분량만큼 마음도 조금 가벼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만을 위한 카페 도도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소설이었다.



'비 내리는 날의 샌드위치, 있습니다.'

다만 메뉴 위에 흘려 쓴 글씨가 추가돼 있었다. '마음에'라고.

"마음에 비 내리는 날의 샌드위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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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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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에 단잔 가문의 여자가 죽는다!"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지방의 권세가 '단잔 가문'의 후계자인 '후키코', 그리고 그녀가 대학에서 가입한 독서 모임 '바벨의 모임'. 여름 방학의 독서 모임을 앞두고 흥분한 후키코였지만, 저택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모임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끔찍한 사건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는데...




"단 한 줄의 충격!"


총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작 단편집 [덧없는 양들의 축연]. 이 다섯 편의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 모임이 등장하긴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약한 편이다. 앞선 네 편의 이야기는 각각의 이야기, 즉 '단편'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고, 마지막 이야기에서만 조금 더 연결된 이야기,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 그전까지는 굳이 연결고리를 찾으려 애쓰지 않고 가볍게(?)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전부 마지막 한 줄의 임팩트가 상당하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결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한 줄을 마주했을 때는 때로는 놀랍고, 때로는 서늘하고, 때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네 번째 이야기인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어느 쪽인지 미묘한 전개 속에 마주한 마지막 문장은... 감상을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살짝 궁금증만 유발하기로 하고,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다면 한 번 책을 손에 들어보는 건 어떨까?



"'바벨의 모임'에 걸맞은 결말"



이즈음에서 전에 쓴 리뷰를 읽어보았는데, 지금의 감상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서 조금 놀랐다. 위에 줄거리를 적었던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는 동기가 꽤 마음에 들었는데, 과거 리뷰에는 '얼토당토않은 동기인데 수월하게 받아들여진다'라고 쓰여있었던.. 이번에 단 한 줄의 충격이 가장 컸던 건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였는데, 과거에는 <북관의 죄인>이 가장 충격적이었나 보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고는 해도 한 책에 대한 감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묘하게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대한 감상은 동일했는데, 그대로 적어보자면.. "만족스러운 결말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바벨의 모임'에 걸맞은 결말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처음에는 마지막 이야기를 읽고 '이게 정말 끝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장을 덮고 차분히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후 왜 독서 모임의 이름이 '바벨의 모임'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더 흥미로울 듯!(책을 읽기 전에 그 의미를 알아보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야미스? 블랙 유머?"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30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다섯 편의 이야기라 아무래도 묵직한 맛은 좀 부족하지만, 한 편에 6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인 걸 감안하면 꽤 밀도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내용과는 별개로 이 책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 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섬세한 단어의 선택,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이 잘 어우러져 아주 기묘한 느낌을 준다. 때로는 이야미스 같기도 하고, 때로는 블랙 유머 같기도 한, 희한하지만 매력적인 책 [덧없는 양들의 축연]. 그대로 가볍게 읽기에도 좋고, 장르문학에 조예가 깊다면 보다 무겁게 읽을 수도 있는 책이 되어줄 지도.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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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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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아들의 전처에게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부부"


<천사의 선물> '마요'는 리모델링 의뢰를 받고 진행하던 도중 의뢰인으로부터 공사를 보류하겠다는 말을 듣고 놀란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 살던 집을 리모델링 해서 살고자 했던 부부였지만, 아들의 전처가 임신 사실을 알리며 유산 상속권을 주장해 집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난감해진 마요는 바 '트랩핸드'를 운영하는 전직 마술사이자 삼촌인 '다케시'에게 이 일을 의논하게 되는데...




"의외로(?) 괜찮은데?"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는 연작 단편집이다. 그것도 원래는 한 권이었으니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와 내용이 이어지는 연작 단편집이다. 그래서 어차피 단편집이니까... 하고 [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를 먼저 읽는다면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에 대한 스포를 당할 수 있다. 꼭 스포가 아니더라도 등장인물들도 겹치고, 자연스레 이어지는 내용도 있으니 텀을 두지 않고 연이어 읽는 걸 추천하고 싶다.(거의 1년 전에 전작을 읽은 덕분에 등장인물도 단편의 내용도 가물가물해져서 다소 혼란스러웠던 1인) 


분권으로 인한 약간의 불만을 품고 손에 들었는데 의외로 위에 줄거리를 적은 첫 번째 이야기가 상당히 괜찮았다. 이야기에 긴장감을 주기 위한 다소 무리한 설정이 있긴 하지만 전개와 결말 모두 꽤나 예상 밖이었다. 이전 작품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 두 번째 이야기는 '그것'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과 약간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긴 해도 담백한 문체로 이야기해서 오히려 더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세 번째 이야기가 가장 아쉬웠는데, '꺾지 말고' 그냥 갔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이었다면 풍성한 재미가 있는 책이 되었을 듯"


전작도, 이번 작품도 가볍게 읽기에는 나쁘지 않다. 오히려 짧은 분량에 어느 정도 작가의 노림수가 잘 통해서 소소한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두 작품을 '한 권'으로 본다면 나름대로 풍성한 재미가 있는 책이 된다. 그리고 시리즈 첫 권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읽었을 때 이미 책 속에 '코로나'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것처럼 그때그때 현실의 이슈들을 거의 텀이 없는 것처럼 책에 반영하는 작가의 능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된다. 수십 년째 최정상의 자리에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늘 현재의 자신에 안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낀 것 같달까.(최근에 모 작가의 책을 읽고 많이 실망해서 그런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런 부분이 더 좋게 느껴졌다)


그리고 뭔가 이 시리즈는 작가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갈릴레오 시리즈'처럼 완벽한 이론으로 중무장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역시나 대표 시리즈 중 하나인 '가가 형사 시리즈'처럼 깊은 감정으로 엮여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게 현실성이 있는지는 논외로 작가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을 쓰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독자는 부담 없이 술술 읽으며 그 속의 가벼운 재미를 찾을 수 있달까. 작가의 페르소나는 '가가 형사'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오히려 제멋대로인(?) '다케시'에 더 가까울 지도..라는 장난스러운 생각도 든다. 두 권의 단편집으로 다케시의 여러 가지 매력은 충분히 느꼈으니 이제는!! 다음 작품은!! 제발 장편으로 묵직한 한 방을 날려주기를 기대해 보며.



인생의 대선배이신 여러분은 앞으로의 삶을 그저 여생이라 생각하고 계신 것은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여생에 인생 최고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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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의 살인
모모노 자파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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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호텔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건!!"


1인당 3,000만 엔의 초저가 우주여행.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여섯 명의 참가자를 싣고 우주 호텔 '스타더스트'를 향해 첫 이륙을 한다. 성공적으로 스타더스트에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목매달아 죽은 시신과 마주하며 즐거운 여행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어떻게 중력이 없는 곳에서 목매달아 사망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는 사고인가, 자살인가, 아니면 '살인'인가. 경찰이 올 수 없는 우주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 그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책에 대한 감상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드물지만 이 책의 출간 전과 출간 후, 책을 읽는 도중과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상을 먼저 말해볼까. 일단 출간 전, '무중력 공간에서 목을 매 죽은 시신 발견!'이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 문구를 봤을 때 그 독특한 설정과 해답(?)이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는데 속속 올라오는 후기에 호평이 드물다...?? 그래서 급격히 기대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니 '어, 왜 재미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설정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책을 읽는 맛을 더해주었고, '목매단 시신'이 의외로 꽤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던 인물이어서 도대체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 [별에서의 살인]의 세 개 챕터까지는 가독성도 좋고 꽤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챕터.... 결말에 대한 혹평을 많이 봐서인지, 그래서 온갖 최악을 상상해서인지 생각'만큼' 불호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불호라는 후기도 이해가 되었다. 책에 대한 감상이 책을 읽기 전후로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걸 먼저 말해두는 걸로.



"생각보다 전개는 '그럴싸했다'"


일단 [별에서의 살인]은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문외한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꽤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우주여행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우주로 향하는 기내에서의 상황과 우주 호텔에 도착해서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그야말로 우주에 다녀오기라도 한 듯 설정을 참 잘 살리고 있다. 또 단순히 우주여행이라는 컨셉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소소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중에 꽤나 적재적소에 복선으로 회수되기도 한다. 불가능한 상황의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특한 컨셉을 잘 살린 전개로 나름대로 '그럴싸하게' 이어진다. 만약 결말까지 '그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면 꽤 재미있다..는 감상을 이끌어 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SF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전개되고, 코미디로 마무리되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일단 첫 번째로 소설을 읽으며 내내 거슬렸던 건 이 소설 속 우주여행에 유일하게 '무료 초대권 당첨'으로 참여하게 된 여고생이다. 왜 굳이 -소설 속 설정으로는 '초저가'이지만 현실적으로는..- 3,000만 엔이라는 거금을 내야 하는 여행에 '무료 초대권'이라는 설정까지 부여해 가며 여고생이 등장해야 할까..가 의문이었는데 의외로 빠르게 풀렸다. '미래의 우주'라는 배경의 특성상 설명해야 할 것이 적지 않은데, 그때마다 이 여고생이 '고3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으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던 것... 아니, 아무리 고3이라도 이런 것까지 알아..?? 심지어는 부기장 '하세'의 난해하고 어려워 보이는 지시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수행하는 게 '[소년탐정 김전일]의 '미유키' 급이라 어느새 실소가 흘러나왔다.


두 번째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 소설 최대 미스터리의 해결편(?)과 그 동기가 그간의 빌드업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운 과학 기술을 활용한 트릭!을, 독자가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아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의 '갈릴레오 시리즈보다 더 언페어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갈릴레오 시리즈'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게 물리학 교수였지만 이 책에서는 한 축은 우주에(만) 해박한 인물, 다른 한 축은 무한 지식의 슈퍼 여고생이어서야.... SF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이어지다가 코미디로 마무리된 느낌이었달까..



"기대컨 하게 만들어 준 후기들에 감사합니다"


책에 대한 감상이 읽기 전후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리뷰 역시 호평과 혹평을 넘나들고 있는데.. 사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에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크게 군더더기 없이 딱 '지금'의 필요한 설정만 보여주는 듯한 전개에 '유키 하루오'의 [방주]가 떠오르기도 했고. 어쩌면 이 책도 아주 강렬한 한 방이 있었다면, 혹은 과학 기술에 의존한 지난한 설명이 필요한 트릭이 아닌 모두가 납득할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호평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번 작품은 마무리가 아쉽지만, 다음에 또 이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면 자연스레 손이 갈 것 같다..는 걸로 리뷰를 마무리해보는 걸로.





출판사 서평단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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