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게 꼭 필요한 차와 디저트가 있는 1인 전용 카페, '도도'"



주택가의 골목길의 막다른 곳. 나무들이 마치 자그마한 숲을 이루고 있는 것 같은 그곳에 자리 잡은 카페 '도도'. 낮에는 문을 열지 않고 저녁에만 여는 이곳은 '1인 전용 카페'이다. 유난히 지친 날, 서운한 날, 허무한 날, 속상한 날, 불안한 날... 이런 날을 맞이한 그녀들이 카페 도도를 방문하고, '마침' 자신에게 꼭 필요한 차와 디저트가 준비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카페 '도도', 뭔가 수상한데...??"



그럴 때가 있다. 지치고, 서운하고, 허무하고.. 뭐가 되었든 오늘이 나에게 가장 힘든 날인 것만 같은 그런 날. 그럴 때 우연히 나에게 딱 맞는 메뉴가 준비된 카페와 마주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예를 들면 이런저런 사정을 봐주느라 지쳐 쓰러지기 직전에 눈에 띈 '나를 돌보는 달콤한 디저트'처럼. 심지어 그 카페는 위치도 뭔가 비현실적이다. 주택가의 골목 끝, 왜 이런 곳에..? 라는 의문을 자아내는 나무들이 숲을 이룬 그 사이에 마치 전원주택처럼 자리 잡은 카페. 낮에는 문을 열지 않고 저녁에만 문을 열고, 1인 전용 카페라 혼자만 갈 수 있다. 나라면 '이런 수상한 카페!' 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갈 것 같지만, 이끌리는 듯이 카페에 들어선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차와 디저트를 마시고, 카페 주인 '소로리'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 것을 느낄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조금 가벼워졌고, 그래서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된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다양하고, 나이대별로 가진 고민도 다르기 때문에 독자도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극히 현실적인 힐링 판타지...??"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언제부턴가 유행하는, 그래서 서점의 매대를 독점하다시피 하는 힐링 소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힐링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 '일단 가볍게 첫 번째 에피소드만 읽고 더 읽을지 말지 정해볼까..' 했는데, 첫 번째 이야기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냥 재미있었다.. 기보다는 뭔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달까.. 번역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어딘가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쉽지 않다. 하지만 SNS 속에는 뭐든 잘 하는 사람들의 게시물이 넘쳐난다. 그러다 보니 지치고 피곤해진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런데 그때 우연히 마주하게 된 카페에 마침 '면역력을 높여주는 커피가 있습니다'라는 카드가 붙어있는 건 어떨까. 여기에 그 외 몇몇 부분들(?)까지 더해보면 어딘가 힐링 판타지 느낌이 나기도 한다. 도도에 들르는 사람들의 고민이 현실적인 만큼, 그것은 마치 내 고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서 그들이 카페에서 힐링하는 만큼 나도 조금 위로받을 수 있다. 어딘가에 나만을 위한 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그 카페에 그날 나와 딱 맞는 차와 디저트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유달리 힘겨운 날, 한 편씩 읽기 딱 좋다"



내용만 보면 이 책은 -묘하게 현실과 판타지가 섞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평범한 힐링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책을 읽다 보면 '어...?' 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개별적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독립적인 이야기는 또 아니다. 그래서(?)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의문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에서 의문은 정점을 찍는데, 해소되지 않는다. 그래서 추측만 하게 된다. '이거였을까, 저거였을까..' 전에 읽는 순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소설집을 읽은 적이 있는데, [밤에만 열리는 카페 도도] 역시 읽는 순서에 따라 꽤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구성(?)이 작가의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의아하면서도 덕분에 더 흥미로운, 마치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나름대로 괜찮았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이 책은 유달리 힘겨운 날, 한 편씩 읽기 딱 좋다. 술술 읽히는 가벼운 분량만큼 마음도 조금 가벼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나만을 위한 카페 도도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소설이었다.



'비 내리는 날의 샌드위치, 있습니다.'

다만 메뉴 위에 흘려 쓴 글씨가 추가돼 있었다. '마음에'라고.

"마음에 비 내리는 날의 샌드위치,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