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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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에 단잔 가문의 여자가 죽는다!"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 지방의 권세가 '단잔 가문'의 후계자인 '후키코', 그리고 그녀가 대학에서 가입한 독서 모임 '바벨의 모임'. 여름 방학의 독서 모임을 앞두고 흥분한 후키코였지만, 저택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모임에 참석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끔찍한 사건은 단지 시작에 불과했는데...




"단 한 줄의 충격!"


총 다섯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작 단편집 [덧없는 양들의 축연]. 이 다섯 편의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 모임이 등장하긴 하지만, 각각의 이야기의 연결고리는 약한 편이다. 앞선 네 편의 이야기는 각각의 이야기, 즉 '단편'으로 마무리되었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고, 마지막 이야기에서만 조금 더 연결된 이야기,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 그전까지는 굳이 연결고리를 찾으려 애쓰지 않고 가볍게(?)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다섯 편의 이야기는 전부 마지막 한 줄의 임팩트가 상당하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결말도 있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한 줄을 마주했을 때는 때로는 놀랍고, 때로는 서늘하고, 때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네 번째 이야기인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 어느 쪽인지 미묘한 전개 속에 마주한 마지막 문장은... 감상을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살짝 궁금증만 유발하기로 하고, 어떤 느낌이었을지 궁금하다면 한 번 책을 손에 들어보는 건 어떨까?



"'바벨의 모임'에 걸맞은 결말"



이즈음에서 전에 쓴 리뷰를 읽어보았는데, 지금의 감상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어서 조금 놀랐다. 위에 줄거리를 적었던 <집안에 변고가 생겨서>는 동기가 꽤 마음에 들었는데, 과거 리뷰에는 '얼토당토않은 동기인데 수월하게 받아들여진다'라고 쓰여있었던.. 이번에 단 한 줄의 충격이 가장 컸던 건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였는데, 과거에는 <북관의 죄인>이 가장 충격적이었나 보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고는 해도 한 책에 대한 감상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묘하게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대한 감상은 동일했는데, 그대로 적어보자면.. "만족스러운 결말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바벨의 모임'에 걸맞은 결말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그랬다. 처음에는 마지막 이야기를 읽고 '이게 정말 끝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책장을 덮고 차분히 생각해 보니 모든 것은 이유가 있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다 읽은 후 왜 독서 모임의 이름이 '바벨의 모임'이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더 흥미로울 듯!(책을 읽기 전에 그 의미를 알아보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야미스? 블랙 유머?"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30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다섯 편의 이야기라 아무래도 묵직한 맛은 좀 부족하지만, 한 편에 6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인 걸 감안하면 꽤 밀도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내용과는 별개로 이 책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 그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섬세한 단어의 선택, 그리고 책 속에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이 잘 어우러져 아주 기묘한 느낌을 준다. 때로는 이야미스 같기도 하고, 때로는 블랙 유머 같기도 한, 희한하지만 매력적인 책 [덧없는 양들의 축연]. 그대로 가볍게 읽기에도 좋고, 장르문학에 조예가 깊다면 보다 무겁게 읽을 수도 있는 책이 되어줄 지도.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협찬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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