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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의 살인
모모노 자파 지음, 김영주 옮김 / 모모 / 2024년 2월
평점 :
"우주 호텔에서 발생한 전대미문의 사건!!"
1인당 3,000만 엔의 초저가 우주여행.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여섯 명의 참가자를 싣고 우주 호텔 '스타더스트'를 향해 첫 이륙을 한다. 성공적으로 스타더스트에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 중력이 없는 우주에서 목매달아 죽은 시신과 마주하며 즐거운 여행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어떻게 중력이 없는 곳에서 목매달아 사망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이는 사고인가, 자살인가, 아니면 '살인'인가. 경찰이 올 수 없는 우주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 그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책에 대한 감상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드물지만 이 책의 출간 전과 출간 후, 책을 읽는 도중과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상을 먼저 말해볼까. 일단 출간 전, '무중력 공간에서 목을 매 죽은 시신 발견!'이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 문구를 봤을 때 그 독특한 설정과 해답(?)이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드디어 책이 출간되었는데 속속 올라오는 후기에 호평이 드물다...?? 그래서 급격히 기대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으니 '어, 왜 재미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설정만큼이나 독특한 캐릭터들이 책을 읽는 맛을 더해주었고, '목매단 시신'이 의외로 꽤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던 인물이어서 도대체 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지 더욱 궁금해졌다. 총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된 [별에서의 살인]의 세 개 챕터까지는 가독성도 좋고 꽤나 흥미로웠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챕터.... 결말에 대한 혹평을 많이 봐서인지, 그래서 온갖 최악을 상상해서인지 생각'만큼' 불호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불호라는 후기도 이해가 되었다. 책에 대한 감상이 책을 읽기 전후로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걸 먼저 말해두는 걸로.
"생각보다 전개는 '그럴싸했다'"
일단 [별에서의 살인]은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지만 문외한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꽤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우주여행의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우주로 향하는 기내에서의 상황과 우주 호텔에 도착해서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은 그야말로 우주에 다녀오기라도 한 듯 설정을 참 잘 살리고 있다. 또 단순히 우주여행이라는 컨셉만 나타내는 게 아니라 소소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나중에 꽤나 적재적소에 복선으로 회수되기도 한다. 불가능한 상황의 설정으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독특한 컨셉을 잘 살린 전개로 나름대로 '그럴싸하게' 이어진다. 만약 결말까지 '그 정도' 수준을 유지했다면 꽤 재미있다..는 감상을 이끌어 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SF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전개되고, 코미디로 마무리되었다."
그렇다면 문제는 무엇일까.. 일단 첫 번째로 소설을 읽으며 내내 거슬렸던 건 이 소설 속 우주여행에 유일하게 '무료 초대권 당첨'으로 참여하게 된 여고생이다. 왜 굳이 -소설 속 설정으로는 '초저가'이지만 현실적으로는..- 3,000만 엔이라는 거금을 내야 하는 여행에 '무료 초대권'이라는 설정까지 부여해 가며 여고생이 등장해야 할까..가 의문이었는데 의외로 빠르게 풀렸다. '미래의 우주'라는 배경의 특성상 설명해야 할 것이 적지 않은데, 그때마다 이 여고생이 '고3이기 때문에' 알고 있는 다양한 지식으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고 있던 것... 아니, 아무리 고3이라도 이런 것까지 알아..?? 심지어는 부기장 '하세'의 난해하고 어려워 보이는 지시도 아무런 어려움 없이 수행하는 게 '[소년탐정 김전일]의 '미유키' 급이라 어느새 실소가 흘러나왔다.
두 번째는 불가능해 보이는 이 소설 최대 미스터리의 해결편(?)과 그 동기가 그간의 빌드업에 비해서는 아쉽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알기 어려운 과학 기술을 활용한 트릭!을, 독자가 단지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알아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비슷한 느낌의 '갈릴레오 시리즈보다 더 언페어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갈릴레오 시리즈'에서는 사건을 해결하는 게 물리학 교수였지만 이 책에서는 한 축은 우주에(만) 해박한 인물, 다른 한 축은 무한 지식의 슈퍼 여고생이어서야.... SF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이어지다가 코미디로 마무리된 느낌이었달까..
"기대컨 하게 만들어 준 후기들에 감사합니다"
책에 대한 감상이 읽기 전후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리뷰 역시 호평과 혹평을 넘나들고 있는데.. 사실 여러 가지 아쉬운 점에도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었다. 크게 군더더기 없이 딱 '지금'의 필요한 설정만 보여주는 듯한 전개에 '유키 하루오'의 [방주]가 떠오르기도 했고. 어쩌면 이 책도 아주 강렬한 한 방이 있었다면, 혹은 과학 기술에 의존한 지난한 설명이 필요한 트릭이 아닌 모두가 납득할 만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호평이 적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이번 작품은 마무리가 아쉽지만, 다음에 또 이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면 자연스레 손이 갈 것 같다..는 걸로 리뷰를 마무리해보는 걸로.

출판사 서평단으로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