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겨울을 건너온 여자
박서원 / 동아일보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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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천년의 겨울을 건너온 여자_박서원

 

박만정 작가의 잊지 않음산문집에 소개된 천년의 겨울을 건너온 여자를 도서관에서 대여했다. 여자의 일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불우한 유년, 성폭행, 사랑(불륜), 결혼, 이혼, 기면증으로 점철되는 인생이다. 시인으로 시를 쓰게 되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자신을 삶을 시인은 서른아홉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고인이 된 시인 박서원의 에세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일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에세이가 위대한 몸짓이다.

증조할머니도 남편을 일찍 여읜 것이었다. 외가 쪽은 3대째 남자 없이 집안을 꾸려온 서글픈 역사를 지니고 있었다. 나는 훗날 그들의 삶의 궤적을 통해 여인들의 기구한 운명과 살아가기 위한 투쟁, 그 눈물을 알게 됐다.-P34

얼굴에 쓰면 다른 사람이 되고 벗으면 나로 돌아오는 마법의 가면이었다. 나는 틈만 나면 그 마법의 가면을 쓰고 나만의 세상으로 달려갔다. 문학은 곧 구원이었다. -P53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아이들의 노래처럼 내 삶도 새것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한번 시작한 삶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내야만 했다. 그것이 모든 인간의 슬픈 운명이었다. -106

 

어디선가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한낮의 열기가 가신 바람은 상쾌했다. 별이 돋을 시간이었다. 밤하늘에도 내 마음에도. -P138

 

이제 욕망이 가신 말간 눈으로 당신의 삶을 지켜볼게요. 당신이 멀리서 내 시를 지켜보았듯, 당신은 내 고통스러운 젊음의 전부였어요. 신산스러운 내 삶에 당신이 사랑으로 지펴주신 환한 빛이 평생 나의 등불이 돼줄 거예요. 고마워요. 나의 당신.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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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박서원

#난간위의고양이

#자전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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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음 -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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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잊지 않음_박민정

 

작가가 경험하고 보았던 사실에 대한 고민이 엿보인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궁금함이.

그러나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의 현실을 꿋꿋이 살아내는 것이겠지.

많은 작가가 추천하는 산문이라 많이 기대했지만 다소 난독증으로 헤맸다. 분명 읽었는데 생각이 나질 않아 되돌아가길 여러 차례, 더디게 읽을 수 있었다. 아쉽다. 스무 대 젊은 감성으로 만났다면 좋았을 것을.

자기 우울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제대로 된 소설가라고 생각한다. -P39

소설이란 장르에 매혹되어 여기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만들어내는 일,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가상을 다시 부수는 일, 자신이 믿은 리얼리즘대로 존재할 것만 같은 인물을 만들어내는 일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인물을 만드는 일은 어렵고 다시 못 할 것만 같은 작업이기도 하다. 내가 작가임을, 작품은 내가 속한 세계이며 내가 믿는 세계라는 것을 알면서도. -P186

 

대학 때의 편견 이후로 어느 시점부터 나는 일인칭 여성 화자를 잘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아프게 인정하게 된 사실이다. 이야기의 피해자가 작가 자신이라는 오해를 입는 것이 싫고 그것이 후지다고 생각하여 일인칭 여성 화자 자체를 기피하게 되었다는 점. 이러한 식민지화를 겪은 후 창작을 하며 폭력의 전경화 앞에서 가끔 가해자에 빙의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두려웠다는 점. 창작자로서 참으로 모양 빠지는 고백이다. -P201

 

더 이상 여성작가로서 쓸데없이 가져야 하는 압박과 죄책감으로부터는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다. 나는 어쨌거나 이야기의 힘과 매혹을 믿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야기가 현실의 조건들과 동떨어질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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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푸른 나비 - 내가 가졌던 모든 것들에게 전하는 인사
류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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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푸른나비_류희

 

류희(김수정) 작가의 풋풋한 첫 번째 소설이다. 첫 번째가 갖는 묘한 신선함과 울림이 마음에 끌렸다. 내 영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회복하는 소설이다. 사실 소설은 작가의 내면과 경험이 일부분 녹아 있다고 한다. 분명 여성작가인데 특별히 남성을 주인공으로 설정되어 흥미진진했다. 어떤 면에선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궁금했다. 영혼을 다루는 섬세함과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라는 매개체가 신선했다. 또다시 기회가 된다면 류희 작가의 차기 소설을 꼭 만나보고 싶다.

(글씨 폰트나 구성이 마음에 들어 여러 번 출판사를 확인했다. 출판사는 미다스북스)


더구나 우리는 모두가 친구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진정한친구가 아니라는 이상한 말을 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결국 친구란 이방인의 조금 더 부드러운 언어에 지나지 않는다. -P30-


한 가지의 작은 생각에 가지들이 뻗어 스스로 열매를 맺고 있었다. -P45-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은 마치 벽에게 말을 하는 것 같은 알 수 없는 위안을 주었다. -P99-

 

나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그저, 나에게 주어진 하루를 귀중하게 살아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P265-

 

 


 

#푸른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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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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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
대니 샤피로 지음, 한유주 옮김 / 마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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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쓰기 : 나의 단어로_대니 샤피로

 

소설가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걸까? 어떤 마음일까? 궁금했다. 이미 작가로서 경험을, 동질감을 함께하고 싶었다. 단순히 호기심과 나는 그랬는데 미국 작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는 확인 차원의 엿보기. 역시나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렵고 고독한 작업이다. 대신 누군가 글을 써주지 않기에 작가는 오로지 자신과의 루틴을 통해 계속 쓰기를 권유한다. 그래도 밀려오는 허전함은 무엇일까. 작가로서 글쓰기가 어떤 걸까 궁금하다면 이 책을 통해 꼭 확인하고 다짐받기를 추천한다.




P39. 결국 글쓰기란 신념의 행위다. 우리는 믿음이 우리를 어디론가 도달하게 해불 것임을, 아주 희미한 증거가 없더라도 믿어야 한다.

P58. 콜레트(colette)가 자신에게 가장 본질적인 예술이란 글쓰기가 아니라 기다리고, 감추고, 부스러기를 모으고, 다시 붙이고, 다시 금박을 입히고, 가장 나쁜 것을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바꾸는 법을 배우는, 저 시시함과 인생의 맛을 동시에 회복하는 법을 배우는 내면의 업무라고 썼던 걸 기억한다.

 

P77. 실천이 곧 예술이다.

 

P95. 당신이 작가가 되는 유일한 이유는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P108. 우리는 슬픔과 비통함, 상실, 즐거움, 희열, 갈망, 쾌락, 부당함, 질투, 산산이 조각난 마음을 경험한 적이 있다.

 

P144. 하루에 세 쪽, 일주일에 닷새. (중략) 중요한 건 작업 틀을 설정하는 것. 즉 리듬을 만드는 것이다.

 

P189. 글쓰기란 자신의 고통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것이다. 고통에게, 고통과 함께, 고통으로부터 외치는 것이다. 고통을 냉정하게 아는 것.

 

P197.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면 좋겠다.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P311. 글을 쓰지 않는 시간을 늘어지게 쉬고, 생각하고, 밀린 서류작업을 하고, 휴가에 쓰자고 스스로 말해왔다. 하지만 작가에게 먹히는 유일한 요법은, 유일한 치료법은 글을 쓰는 것이다.

 

#계속쓰기나의단어로

#대니샤피로

#도서출판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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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 - 여기 아닌 저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여행의 이유
강가희 지음 / 책밥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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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당신이 떠날 차례_강가희

 

여행은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갖는 게 아닐까? 작가는 여행을 통해 현실적인 자신에 닥쳐오는 고민을 소소히 털어놓는다. 딸을 두 명이나 둔 아빠로서 마음이 짠해졌다. 그럼에도 세상을 그리고 자신에 다가오는 것들을 긍정적이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작가를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한다. 그래서 여행을 가는 것이겠지. 세상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주도해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더불어 자신의 색상을 잃지 않고 더욱 뚜렷이 발산하길 기원해 본다.

P18. 떠나는 행위 그 자체가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이다.

P46. 결혼이란 수많은 약속의 또 다른 이름이다.

 

P50. 아이러니하게도 일상이 싫어 여행을 떠났는데, 여행에서 돌아오면 일상이 좋아진다.

 

P84. 평범한 나의 선택은 불안을 삼키는 쪽이다. 컵에 든 물이 가득차서 넘칠까 불안할 때는 그 물을 좀 마셔버리면 된다. 마음에 두려움이 차올라 불안해질 때 내가 쓰는 방법이다. 두려움을 한 움큼 삼키고, 한 번 더 나를 믿어 보는 것이다.

 

P89.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기억해야 하는 건 그 길에 대한 확신이다. (중략) 때때로 흔들릴지라도 내가 가는 길이 정답이라 믿고 나아가는 것.’ 내가 생각하는 길을 잃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P143. 두 선이 기대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사람인 처럼, 우리는 타고나기를 함께할 때 더 빛나는 존재다.

 

P145. “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하나요?” 이런 질문에 작가 대부분은 이렇게 말한다. “굴이 써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필력을 가진 작가라 해도 글감이 샘물 솟듯 매일매일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잠시 글을 놓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때때로 여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뭔가 채워졌을 때쯤 일어설 기운이 생기면 다시 펜을 잡는다.

 

P165. 한없이 주고도 모자라지 않을까를 걱정하는 마음, 본인의 희생은 생각하지 않은 채 자식이 건강하게 장성했음에 감사하는 마음, 자본주의 논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남아 있는 얼마 되지 않는 고결한 가치인 엄마.’ 신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어 엄마를 내려보냈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곁에는 엄마라는 천사가 있다.

 

P203. 많은 사람이 불완전한 기억을 묶어두고 싶어서 사진을 찍거나 글을 쓴다. 불완전한 나는 오늘을 기억하고 싶어서 쓰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제,당신이떠날차례

#강가희

#책밥

#여행을떠나는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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