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창비시선 33
김지하 지음 / 창비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지하 선생(김영일 金英一)이 태어난 곳은 전남 목표지만, 삶과 기거, 영면은 강원도 원주다. 특히 토지 박경리 선생의 사위로 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원주에서 영면에 드셨다.

그러고 보면 원주에서 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도 과언이 아닌 듯싶다.

매번 김지하 선생의 시집에 관심이 있다가 우연한 기회 선생의 타는 목마름으로를 만났다.

선생의 글은 내가 태어나 한 살에서 두 살 경에 쓰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더 아팠다.

고문 후유증으로 고통을 받으셨다는데. 엽기적이긴 하지만 고문한 사람도 있을 것인데 그들의 정의와 민족을 위한 행위로 치부한 삶은 온전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그것에 대해 장편소설로 언급할 날이 올 것이다. 그렇게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

또한 한 시대의 아픔을 시인이 시인으로서 살아내는 것이 녹록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그 당시 다른 목소리를 냈기에 지금의 온전한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더불어 평생 딸을 일구신 나의 부친과 오버랩됨 마음이 위로와 다시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두 손 모아 영면을 기도한다.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노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내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은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 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_(타는 목마름으로 전문_P8)

 

 

가슴에

개 짖는 소리 붉게 녹슬고

노을은

차디차게

서편으로 스러져가고

단 한마디

가난한 벗에게

빈 약속조차 지키지 못한 채

손목에 패인 사슬자욱 자취 감추고

남은 것은 긴

비린내나는 悔恨회한_(나팔소리 _P30)

 

새라면 좋겠네

물이라면 혹시는 바람이라면_(푸른 옷 _P74)

종종 나의 부친께서는 마당에 남쪽을 내다보시며 같은 말씀 하셨다.

시인과의 환경이나 입장은 다르겠지만 그래서 더욱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아버지가 되고 할아버지가 돼야 작게라도 그 마음이 헤아려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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