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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레퀴엠
이서진 지음 / 도화 / 2026년 6월
평점 :

‘썸머 레퀴엠’ 즉 ‘여름 진혼곡’ 즘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이야기는 보모 세대를 걷혀 우리 세대를 관통하는 아픔을, 특히 여성의 슬픈 기록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슬픔과 아픔을 문학으로, 소설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 어쩐지 마음이 먹먹하다. 다름 아닌 부모의 이야기이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건 너무 야한, 빨간 소설이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면 과연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편, 작가는 그런 것을 이미 예견하고 환부가 곪아 터진 그것에 메스를 댄 것일 거다. 이왕 손대는 김에 완전히 도려내고 짜내고 뽑아내서 부리를 뽑아내야 상처를 치료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고 보면 참 우스운 생각이다. 옛 분들은 남녀가 손을 잡으면 결혼해야 한다는 인식을, 지금의 세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결혼 전에 먼저 살아보고 그놈의 정체를 확실히 인식한 상태에서 결혼하는 요즘 세태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식 때문에 이혼할 수 없다는 갖지 않은 것은 내다 버리고 지금 당장 나의 행복이 우선인 세상.
기존은 틀리고 지금이 맞다는 잣대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굳이 애써 외면하려던 남녀 간의 굴절된 성의 인식과 그 내면의 섹스를 작가는 마지막 우물에서 밑바닥까지 끌어 올려 세상에 내보인다.
그런 면에서 작가로서, 소설가로서 커다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때론 심각할 정도의 까발림이 부담스럽지만, 곪은 환부의 원인을 끝까지 째서 새로운 시작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와 시도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소설가로서 탄탄한 스토리와 반전, 많이 배우고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열심히 써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썸머 레퀴엠’의 소설을 응원한다.
○ 한평생 살아냈던 고된 육체노동과 남편이 상습적으로 가한 폭언, 폭력의 후유는 장애로 넘거나 악화한 골병이 되어 시름시름 앓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근본적인 치료도 받을 수 없이 무분별한 진통제 복용으로 그때그때만 통증을 덜 뿐이었다. 희정은 그런 할머니들을 보면 같은 여자로서 안쓰러웠다._P71
○ 그러지 못했던 회한은 내면을 파고들어 괴롭혔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죽어가는 과정을 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극심한 죄책감으로 머물렀다. 당연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갚아야 할 끈덕진 부채감으로 각인되었다. 그 인식은 누구도 알지 못할 희정 스스로 짓누르는 오랜 세월의 무거움이었다._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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