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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비로소 아버지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 딸이 기록한, 70세 원모씨 관찰 일기
정아름 지음 / 모티브 / 2026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튜브를 잘 안 본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인 원모씨는 뉴스에서 꼰대 같지 않은 모습에 요즘 MZ들이 열광한다는 기사를 통해 만나게 되었다. 소파에 누워서 출근하기 싫어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원모씨의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책과 다르지 않은, 책을 고대로 옮긴 듯한 모습이 더 공감이 갔던 것 같다.
우선 원모씨라고 해서 나 역시 성이 원 씨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책의 저자의 성이 정 씨인 걸 보고... 사연이 있나? 싶었다. (물론 요즘은 엄마 성을 따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아빠와 성이 다른 자녀에게는 뭔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향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알고 보니 정원모씨! 원모씨는 그의 본명이었던 것이다. 아마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이 책의 처음에 바로 그 내용이 바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7남매의 5번째, 가구점을 한 할아버지를 이어 형제들이 모두 가구점을 했단다. 40년간 가구점을 하고, 일감이 줄어 경기일까지 병행하는 원모씨. 지금은 경비 일도 퇴직을 하셨단다. 사실 우리 세대는 가정 내에서 아빠의 가부장적인 모습들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과도기적인 모습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런 눈으로 원모씨를 본다면 50년대 아버지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구나! 평범한 할아버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그럼에도 원모씨의 브이로그나 동영상을 찍는 딸의 모습을 보자면, 그동안 원모씨가 딸과 관계를 잘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빠와 저렇게 자연스럽게 농담을 하고 지내는 딸이 과연 생각보다 많지 않기도 하니 말이다.
지금의 원모씨의 모습만 보자면 귀여운 할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하는데, 원모씨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 아빠가 많이 겹쳐졌다. 근데 나는 저자처럼 아빠와 그 정도로 친밀하게 지내지는 못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책 안에 담겨있는 원모씨는 마냥 가정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만 했던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희생에는 아빠보다 엄마인 원모걸의 지분이 더 큰 것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새벽 출근하는 원모씨를 위해 세 끼 밥을 차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나 역시 피부로 느낀다. 그러고 보면 우리 엄마도 맞벌이를 하면서 집안일에, 새벽예배와 손빨래까지 하면서 70인 지금도 여전히 현역으로 일을 하고 계신다. 애 둘 맞벌이인 나와는 급이 다르다. 지금도 주말이 되면 주말 저녁 한 끼는 엄마 집에서 해결한다. 나는 우리 애들한테 절대 못해줄 것 같다.
원모씨와 우리 아빠의 차이점이라면, 원모씨보다 우리 아빠는 기사 노릇을 더 많이 하고 계시다는 점이다. 아빠는 여전히 엄마의 기사뿐 아니라 요즘은 딸과 손주들의 기사 노릇을 할 때도 있다. 원모씨보다는 조금 더 가정적이라는 점이 좀 다르긴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부분이 겹쳐지기도 하다.
한편, 원모씨가 요즘의 어른들과의 다른 점이라면 예의상이나 보이기 위한 가식적인 모습이 적다는 점이다. 회사 가기 싫어하는 모습이나 귀찮은 것들이 있어도 차마 체면 때문에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속으로만 생각하고) 모습들을 가지는 어른들과 달리, 원모씨는 그런 가식들을 털어내고 본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어른들도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구나! 하는 안도감에 MZ들이 그런 모습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
저자 역시 아버지가 늘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제목에도 그런 모습을 다 드러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버지를 촬영하면서, 책을 쓰면서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덕분에 나 역시 원모씨의 모습을 통해 우리 아버지를 다시 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