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 - 뱀파이어부터 늑대인간까지, 서양 신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드디어 시리즈 11
노아 차니.스베틀라나 슬랍샤크 지음, 송민경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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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신화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단군신화를 비롯하여 삼국의 시조들의 신화가 전해져내려온다.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남유럽 신화(그리스. 로마신화)와 영화를 통해 조금은 익숙해진 북유럽 신화(토르 등)에 비해 동유럽 신화는 너무 낯설다. 그래서 이 책이 더 궁금해졌다. 


 근데 그동안 만났던 신화와 결이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의 신화는 아주 오랜 옛날을 시작점으로 하는데, 동유럽 신화 속 이야기는 오래되었다고 하기에는 좀 아쉬운 감이 있는 내용들이 많다. 물론 그리스신화처럼 제우스에 해당하는 페룬, 아폴론에 해당하는 다주보그, 데메테르에 해당하는 모코시나 아담과 이브에 대응하는 로드와 로자니카 등 처럼 신화의 틀을 가지고는 있다. 동유럽 신화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유라면 오랜 기간 구전으로 이어내려오던 이야기를 19세기를 기점으로 종이에 기록되기 시작했다는 점과 함께 기독교 전파 이후에 기독교 식 사고와 내용들이 신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동유럽 신화가 전혀 낯설지는 않은 게, 우리가 익숙한 괴물(?) 같은 존재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동유럽 신화의 첫 장을 여는 인물은 바로 드라큘라라고도 불리는 뱀파이어다. 그의 이름은 사바 사바노비치다. 키가 크고 얼굴이 창백한 모습의 그는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외모가 볼품없어서 그는 꽤 많은 나이에도 결혼을 하지 못했다. 이미 동생인 스탄코는 결혼을 해서 많은 아이를 낳았음에도 말이다. 그런 사바노비치는 결혼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동네에 아주 어린 미라 라는 이름의 처녀를 만난다. 하지만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사바노비치가 자신의 딸을 만나는 것이 탐탁지 않았던 미라의 아버지 마티야 두슈만은 미라가 사바노비치를 만나기로 한 곳에서 동네의 청년들을 데리고 사바노비치를 겁박하려고 한다. 그런 형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사바노비치를 찾은 스탄코는 그런 형의 칼에 죽임을 당하게 된다. 피 칠갑을 한 사바노비치를 마주한 청년들은 사바노니치를 무참히 폭행한다. 사바노비치는 미라의 아버지에게 부상을 입히고, 결국 스탄코도 사바노비치도 마티야도 사망한다. 살인자인 사바노비치의 시신은 어디에도 묻히지 못하고 느릅나무 계곡  얕은 구덩이에 묻힌다.


 그 이후 마을의 하나 있는 방앗간에는 괴소문이 퍼진다. 마을의 처녀 라도이카를 사랑하는 스트라히냐는 라도이카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친다. 선술집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먼 거리에서 밀가루를 가지고 와야 해서 빵을 구하기 어렵다는 주인의 말에 폐가가 된 방앗간에서 곡식을 빻기로 한다. 그 말을 들은 라도이카의 아버지는 만약 스트라히냐가 방앗간을 운영한다면, 딸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방앗간에서 일을 하고 하룻밤을 지내는 스트라히냐 앞에 사바노비치가 나타난다. 그의 시신을 찾아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을 스트라히냐는 어떻게 해결할까?






내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야기는 드라큘라 백작이었는데, 비슷하지만 다른 이야기가 동유럽 신화였다니 놀라웠다. 그 밖에도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나타나는 늑대 인간과 프라하의 시조가 된 리부셰 여왕의 이야기도 책 안에서 만나볼 수 있다. 여왕이라고 무시했던 건 그때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자신의 원하는 판결을 얻지 못하자, 여자라서 판결을 그렇게 했다고 말하는 남자를 벌로 처리하기 보다, 능력 있는 남자 왕을 세우라는 리부셰 여왕의 이야기는 또 다른 생각을 자아냈다. 물론 자신의 애인인 농부를 지목하고, 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동유럽 신화의 여주인공들은 리부셰처럼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든, 

고이코비카처럼 폭력적으로 희생되든, 끝내 희생을 요구받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여성 건립자의 역할은 벽에 갇힌 여인의 역할과 위태로울 정도로 가깝다.


바바 야가 이야기에 등장하는 바실리사 이야기는 신데렐라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재혼한 의붓어머니와 언니들의 구박을 받는 바실리사는 친엄마가 죽기 전 주었던 인형 덕분에 매번 위기를 모면하지만, 결국 닭 다리가 달린 집에 사는 마녀에게 불을 얻으러 갔다 오라는 이유로 폭풍우가 치는 날, 집에서 내쳐진다. 닭 다리가 달린 집은 과거에 책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오래전에 읽어서 내용이 가물가물해서 전에 쓴 서평을 찾아봤다. 당시 주인공이자 저승의 수호자인 닭 다리가 달린 집의 주인공 역시 바바 할머니였는데, 아마 동유럽 신화에서 차용한 내용인가 보다.


 그 밖에도 앞에서 언급한 최고의 신 페룬이나 다양한 괴물들과 마녀 등에 대한 이야기 또한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낯설 듯 낯설지 않은 동유럽 신화. 신화의 내용과 그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져 있어서 확실히 이해하기 좋았고, 동유럽 신화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는 다른 이야기를 비교해서 읽을 수 있어서 더 흥미로웠던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동유럽 신화의 여주인공들은 리부셰처럼 평화롭게 권력을 이양하든,

고이코비카처럼 폭력적으로 희생되든, 끝내 희생을 요구받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여성 건립자의 역할은 벽에 갇힌 여인의 역할과 위태로울 정도로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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