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히 이 책은 박물관에 기증한 작품들을 가지고 만든 책이다. 주로 담겨있는 유물들은 연적이나 자기, 기와 등이다. 한 사람이 수십 점의 유물들을 기증하기도 했는데, 그중에는 한 미술과 교수가 평생 모은 작품과 유물들을 교수 사후 아내가 기증하기도 하고, 평생을 모았던 유물들을 내어놓기도 했다. 또 익숙한 이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유물들도 담겨있다.
보통의 박물관 책들의 경우는 유물의 특징이나 시대상, 어떻게 쓰였는지 등이 설명되는데 비해, 이 책은 이 유물을 바라본 큐레이터나 관람객들이 유물을 보면서 쓴 감상이나 기억들이 어우러져서 기록되어 있다. 같은 유물이라도 감상자가 어떤 감정과 경험의 기억을 토대로 바라봤는지에 따라 유물에 대한 감상이 다르다. 개중에는 초등학생이나 박물관을 방문한 방문객들이 쓴 감상평도 있고, 전문 큐레이터나 학예연구관들이 쓴 글도 있다. 또 유물을 기증한 기증자의 가족이나 제자 등이 쓴 글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글 중 하나는 바로 아래 담겨있는 한 초등학생이 넝쿨무늬 접시를 보고 쓴 감상평이었는데, 귀여운 감상평이 그릇까지 귀엽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또 백자 각병에 대해 한 학예연구관이 쓴 글도 기억에 남는다. 이 유물은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이었는데, 오랜 시간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떠돌아다니다 이건희 회장의 소유가 된 유물이었다. 국보로 지정된 이후 2022년에 기증되었다고 한다.
백자 같은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옆에 있나요?
아니면 당신 옆의 희고 맑은 이를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만히 백자를 들여다봅니다.
백자를 바라보는 우리도 눈부시게 빛납니다.
유물들이 가진 가치와 존재를 혼자만 간직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박물관에 기증한 많은 기증자들 덕분에 이 책에 담겨있는 유물들을 많은 사람들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그런 마음이 더해져서 유물의 가치가 더욱 깊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에서 만난 유물들을 한번 만나보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오래 들여다보면서 나만의 감상평을 나눠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