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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미술사 : 르네상스의 천재들 ㅣ 후려치는 미술사
박신영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두 권의 후려치는 미술사 중 나중인 모더니즘 회화를 먼저 읽었다. 어렵고 복잡하기만 한 모더니즘을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 특유의 전 시대와의 회화와 비교를 하는 방식으로 이해와 기억 두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순서는 꼬였지만, 르네상스 시대의 사조 역시 기대가 되었다.
우선 나처럼 우리가 그동안 많이 들었던 르네상스 시대의 3대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라파엘로 산치오를 기대했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그들의 분량은 마지막 3세대의 뒷부분에 치우쳐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380페이지 가량의 이 책에서 남은 300페이지 정도에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일까? 솔직히 처음에는 도대체 왜 다빈치가 안 나오는 거지? 하는 생각을 가지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에 한두 번씩 언급이 되긴 하지만, 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은 책의 말미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저자는 우리가 익숙한 3명의 화가가 르네상스를 꽃피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기틀을 마련해 주었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을 르네상스의 천재들이라는 이름으로 이 책에 수록하고 있다.

모더니즘 회화에서도 그랬지만, 저자는 왜 이런 미술 사조가 등장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에 상당한 장을 할애한다. 덕분에 한결 쉽게 당시의 분위기와 이후 등장한 사조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이해가 된다. 르네상스의 천재들의 시작은 바로 중세의 십자군 전쟁이다. 성도의 탈환을 위한 그들의 집념은 결국 8차 십자군에 이르렀지만, 그들이 목표한 성도의 탈환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 1차를 제외하고는 이슬람 세력에게 번번이 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또한 4차에 이르러 재정난에 시달린 십자군은 결국 베네치아 상인들의 손을 빌리게 되고, 그 일 때문에 결국 같은 기독교인끼리 전쟁을 벌이게 되는 사건인 콘스탄티노플 함락까지 이르게 된다.
당시는 교황의 힘이 상당히 셌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황제가 한 명 있다. 바로 이 책에서 최초의 르네상스인이라고 설명하는 프리드리히 2세다. 프리드리히 2세를 보면서 조선의 광해군과 서희 장군이 생각났다. 프리드리히 2세 역시 전쟁을 하기 위해 떠난 곳에서 이슬람 사신 파라딘을 만나 체스를 두었다. 거기다 아랍어로 대화까지 한다. 그는 피를 보는 전쟁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쟁 없이 협상을 이루어냈다. 저자가 그를 최초의 르네상스인이라고 부른 이유는, 종교에 갇혀 교황이 시키는 대로 했던 많은 황제들과 다른 노선을 걸었기 때문이다. 바로 뻔한 생각의 틀을 벗어나는 것부터 르네상스의 시작이라는 사실이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르네상스 천재들이 존경했던 화가인 양치기 소년 출신 조토 디 본도네도 기억이 난다. 회화의 역사 역시 바로 이 조토로 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그가 그린 그림 중 하나가 바로 최후의 만찬인데, 모두가 앞을 보고 있는 최후의 만찬과 달리, 조토가 그린 그림에는 일부 제자들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바로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바로 그림 속으로 초대하여 실제 그 자리에서 장면을 보는 것처럼 표현한 이 그림(환영)은 당시 상당한 충격을 선사한다. 또한 조토는 초기 원근법으로 그림을 그렸던 사람이기도 하다.

르네상스에서 빼놓을 없는 가문인 메디치 가에 대한 내용도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메디치가가 예술에 많은 비용을 쏟아부은 이유 또한 흥미로웠다. 평범한 평민 가문 출신인 조반니는 축적한 부를 자신들의 영광을 위해 쓰게 된다면, 가뜩이나 자신들을 질투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척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의 배만 불리는 자신들만을 위한 건물이 아닌, 모두를 위한 건물과 예술에 투자하려고 했던 그의 생각은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르네상스를 이끌어낸 위대한 가문이라는 수식어로 톡톡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밖에도 경쟁에서 져서 조각가에서 건축가로 전향했던 브루넬레스키가 만든 피렌체 대성당의 돔 천장은 사진임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천장 없이 방치된 피렌체 대성당의 돔 천장을 위해 16년 넘는 시간을 들인 그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우리는 늘 뛰어난 결과를 만들어낸 몇몇 인물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고한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이 책을 통해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르네상스 이후로 지금까지 미술사조에는 많은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졌지만, 만약 이들의 수고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많은 발전을 이룬 미술사를 만나지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기회가 된다면 조토 디 본도네나 브루넬레스키, 마사초, 보티첼리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