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공작새 사이그림책장
헤르만 헤세 지음, 오승민 그림, 엄혜숙 옮김 / 가나출판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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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의 공작새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몽환적인 파란색과 보라색이 섞여있는 표지 가운데 나비가 한 마리 있다. 밤의 공작새라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의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나비(나방)이라는 사실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선명해진다.


  제목보다 더 궁금증을 자아냈던 것은, 이 책에 가득 담겨있는 글의 주인공이 데미안의 저자 헤르만 헤세라는 사실이다. 얼마 전부터 데미안을 다시 읽고 있는데, 낯설 정도로 잊힌 데미안의 내용을 마주할수록 과거에는 몰랐던 깊은 의미를 조금씩 맛보는 기분이다. 


 사실 밤의 공작새의 줄거리는 대단하지 않다. 처음 노인과 바다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간결하게 만들면 더 간결하게 만들 수 있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더욱 동화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첫 문장을 놓치면, 제목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엔, 날씨가 따뜻해지면 갑자기 나타났다가 가을이 되면 사라지는 나비와 나방을 '여름 새'라고 불렀다.




나를 방문한 친구 하인리히 모어는 내가 모아둔 나비 표본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난한 집안 형편에 제대로 된 채집통이나 나비 수집 케이스 하나 하안리히 모어는 그럼에도 열심히 나비 채집을 한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종이 상자에 병뚜껑에서 잘라낸 코르크 조각을 붙여 나비를 핀으로 꼽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동네에서 누구도 잡지 못했던 오색나비를 채집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이 잡은 오색나비를 에밀에게 보여준 날. 오히려 창피를 당하고 만 모어는 그때부터 에밀에게 안 좋은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년 뒤 에밀이 공작 나방을 잡았다는 소문이 퍼진다. 공작 나방은 나비 도감에서만 본 적이 있는 모어로써는 실물이 너무 궁금했다. 물론 에밀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았기에 차마 그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모어는 소문이 아니라 진짜 에밀이 공작 나방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그의 집을 찾아간다. 


 모어가 공작 나방이 궁금했던 이유는 공작 나방이 다른 천적의 공격을 받게 되면, 접고 있던 앞 날개를 펼쳐서 아름다운 뒷 날개를 보여준단다. 그리고 그 날개에는 커다란 눈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이쯤 읽고 나니 얼마 전 보았던 곤충도감 속 눈 모양을 하고 있던 다양한 종류의 나비와 나방이 떠올랐다.) 우리의 상상처럼 책의 양면을 활짝 펼친 페이즈 가득 공작 나방이 등장한다. 


 왜 공작 나방인가 싶었는데, 공작새의 날개에 가득한 눈처럼 나방의 날개에도 눈이 그려져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눈은 아름다움과 함께 모어에게 소유하고 싶은 마음과 두려움, 죄책감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친구가 아이를 위해 채집한 나비를 보는 순간, 모어는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그 감정을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잘못된 행동과 그 행동을 넘어설 정도로 가지고 싶다는 욕구. 그리고 잘못을 뉘우쳤지만, 겪게 되는 비아냥과 상처까지도 나비는 일깨워 준다.


 잔잔한 글 속에 담긴 감정선은 마치 내가 모어인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또한 어린시절 해봤던 곤충채집의 기억 또한 떠올려볼 수 있었다. 


 역시 헤르만 헤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큰 책에 비해 촘촘한 글 밥들 때문에 아이들이 읽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가득한 그림 속에 작은 문자들이 더 깊은 여운을 주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이들보다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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