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험한 그림들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
이원율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6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표지의 끔찍한 그림을 보고 떠오르는 세계사의 장면이 있었다. 바로 이반 4세가 아들을 죽인 사건이었다. 끔찍한 상황이 표지 가득 채워져서 솔직히 거부감이 확 들기도 했다. 책 안에 담겨있는 역사의 사건들을 그린 그림들을 훑어보다 보니 여러 장면이 눈에 띄었다. 이상하게 내 눈에 띈 그림들과 상황들은 하나같이 죽음의 순간들이었다. 9일의 여왕인 제인 그레이나 독주를 마시고 사망한 소크라테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혹시 이 책은 삶의 마지막만을 모은 책일까? 하는 생각과 달리 책 안에는 다양한 역사의 모습들을 그린 작품들이 담겨있었다.
나름 역사를 좋아해서 세계사의 내용들을 잘 알고 있을 거라는 내 기대(?)와 달리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는 역사들이 상당히 많았다. 철학자로 유명한 세네카가 바로 악명 높은 황제 네로의 스승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가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는 얼핏 알고 있었다. 네로가 관종(?)이었다는 사실과 그 때문에 결국 그가 선택한 일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인기를 지키고,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벌인 사건 때문에 결국은 망가지고 만 네로의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다.
또한 책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반 4세가 아들이자 황태자인 이반 이바노비치를 죽인 사건이 책에 소개되고 있다. 이반 4세가 처음부터 그렇게 정신병자 같은 끔찍한 인물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고 황제에 오른 이반은 어머니의 섭정을 겪게 된다. 자신을 무능력하게 보는 귀족들 앞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반 4세는 더욱 끔찍한 사람이 되어간다. 하지만 아내의 죽음 이후 이반 4세는 점점 폭주하기 시작한다. 아들 이바노비치를 죽이기 전, 며느리가 얇은 옷을 입고 나와 자신을 욕 먹인다는 이유로 임신한 며느리를 폭행해 유산을 시킨 이반.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을 결국 죽이고 마는 이반. 자신을 지키고자 한 욕심이 결국은 이반을 뇌제로 만들고 만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했다.

또 흥미로운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조선시대 등장한 흑인 용병에 관한 이야기였다. 실제 조선시대를 그린 천조장사전도에도 그런 흑인 용병의 그림이 남아있는데, 그들이 묘사한 것 처럼 신출귀몰한 해귀였는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근육질의 우리와 다른 모습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들이 파랑국(포르투갈) 사람이었다고 하니, 흑인들을 만나보지 못했던 조선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귀신처럼 보았을 법 하다.

그 밖에도 귀신병 이야기에서 등장한 마녀사냥이나 자신들의 실수로 결국 노예들을 수장시킨 종 호의 이야기는 가장 잔인한 동물은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금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세계사의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사건들 속에서 씁쓸함이 더욱 드러나기도 했다. 적어도 역사의 퇴보는 앞으로는 없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명화와 역사를 한번에 만날 수 있어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