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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엄마. 운송회사를 다니던 아빠는 몇 년 전 사고로 일을 안 하고 술만 마시는 아빠 이구치 츠요시. 중학생인 코이치로는 신문을 돌리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그런 코이치로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실하게 모아둔 8만 엔이 사라진다. 여기저기 다 뒤져봐도 돈이 보이지 않았다. 어제까지 있던 돈이 사라졌다니...! 결국 범인은 아버지밖에 없었다. 경찰서에서 만취한 아버지를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은 코이치로는 무척 화가 났다. 가뜩이나 밤에 눈도 많이 내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만난 아버지는 자신이 그 돈을 썼다고 태평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술을 마시고 노름을 하는데 돈을 따 쓰고 남은 돈은 2만 엔이 전부였다. 거기다 코이치로가 사귀고 있던 여학생 레나를 성폭행했다는 이야기까지 태연하게 털어놓는다. 그 말에 코이치로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밤 아버지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고 아버지의 옆구리를 발로 찬다. 움직이지 않는 아버지를 두고 집으로 돌아온 코이치로는 그 날로 집을 떠나기로 한다. 아버지를 죽였기 때문에 빨리 도망을 쳐야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이다.
일하던 신문 배달소에도, 학교에도, 여자친구 레나에게도 기별을 전하지 못하고 그렇게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돈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으로 떠나는 코이치로. 하지만 집을 나와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라는 불안함에 경찰차만 보면 겁에 질리기도 한다.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팔아보려고 했지만, 인적 사항 기재하는 것이 걸려 할 수 없었고 아르바이트 역시 이력서에 기재해야 할 내용이 많아서 할 수 없었다.
결국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이 거의 떨어져서 노숙자 신세가 되고 만 코이치로. 노숙자인 미우라로부터 골판지 박스로 집을 만드는 것, 12시에 무료 급식을 주는 곳, 캔 이나 버려진 물건을 고물상에 가져다주고 돈을 버는 법 등을 배우게 된 코이치로는 몇 시냐는 말에 시계를 보여주었다가 도움에 대한 값을 하라는 미우라의 말에 아끼는 시계마저 빼앗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하지만 그곳에서 지내며 성실하게 지내다 노숙인의 죽음까지 목격하게 되는 코이치로. 그와 좋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코이치로는 약을 사서 건네주었다.
노숙인 생활을 하던 코이치로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다 만난 아재와 다코야키 가게를 차리게 되지만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책감은 가시지 않는다. 결국 용기를 낸 코이치로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하는데...
코이치로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죄책감 그리고 지켜주지 못한 여자친구 레나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다. 늘 성실하게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열심을 냈고, 노숙자로 있으면서도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서 타고 다니면서 더 많은 캔을 주우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큰 사고를 당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책임을 다하려 한다. 그런 코이치로의 모습에 주변에 어른들도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주었던 것 같다. 아르바이트를 한 돈을 모아 겨우 마련한 시계를 노숙자 미우라에게 빼앗기듯 준 날. 미우라는 시계를 판 돈으로 술과 안주를 사서 마신다. 그 모습에 코이치로는 화가 난다. 하지만 훗날, 미우라가 노숙자로 살게 된 이야기와 함께 사과의 편지에 동봉한 새로 산 시계를 보고 코이치로 역시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제목에 담긴 의미는 처음과 마지막에서 마주할 수 있다. 아버지를 죽이고 도망쳐 온 낯선 곳에서 코이치로는 지도 하나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마주한 아버지의 물건들에도 지도가 있다. 아주 오래된 지도의 뒷면에는 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기억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제야 코이치로는 좀 더 선명한 삶의 의미를, 아버지와의 기억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행복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스스로 행복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고 마음을 닫는 경우도 많다. 여러 죄책감에 오랜 시간을 시달렸던 코이치로에게 주어진 한마디는 그의 삶을 다시금 일어서게 만들어준다. 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를 통해 코이치로의 성장기를 같이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