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수명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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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수명 측정기를 전 국민에게 배부합니다.

이 측정기만 있으면 자신의 수명이 언제까지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수명 측정기로 인해 누구나 자신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자신의 수명을 위해 운동을 하고, 건강을 가꾸기 시작한다. 백도훈 역시 처음에는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지만, 꾸준한 건강관리로 수명이 어느 정도 보장된 상태다. 고아로 자랐지만, 직장도 탄탄하고 형제 같은 베프도 있고, 사랑하는 연인도 있기에 그의 삶은 꽤 만족스럽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연인 차세희가 자신에게 갑작스러운 이별을 통보하고 떠난다. 너무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방황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정우의 위로 덕분에 겨우 이겨내고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정우의 죽음. 갑작스럽게 정우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이다. 가족이라면, 수명 나눔도 가능했지만 정우의 가족 누구도 그에게 수명 나눔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도훈에게 수명 나눔을 이야기하는 정우. 당혹스럽긴 했지만, 도훈은 정우의 가족이 아니었기에 나눔을 해줄 수 없었다. 그렇게 몇 달 후 정우는 사망한다. 연락을 받고 정우의 장례식장을 찾은 도훈은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정우에게 수명 나눔을 해주지 않은 가족들도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장례식장을 지키고 3일장까지 치렀지만, 도훈의 마음은 고통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세희를 만났다. 정우로부터 자신을 지켜달라는 말을 들었단다. 그리고 그렇게 둘은 다시 연인이 되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둘은 가까워졌고,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세희는 도훈의 아이를 임신한다. 행복한 나날이었다. 정우는 도훈의 곁을 떠났지만, 세희와 딸이 생겼으니 말이다. 결혼 후 1년이 되던 날. 세희는 도훈에게 갑작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자신에게 수명 나눔을 해 줄 수 있느냐는 말이었다. 역시 당황스러웠다. 당황하는 도훈에게 세희는 마음이 상한 것 같았다. 도훈은 혹시 딸 은유가 수명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은유에게 나눔을 하고 싶다고 했다. (참고로 수명 나눔은 가족끼리 1회만 가능하며, 같은 혈액형일 때 가능하다. 가족이 된 후 1년이 지나야 나눔이 가능한데, 수술을 통해 수명을 나눔 한 사람의 수명이 나눔 받은 사람에게로 옮겨간다.) 세희는 자신이 몸이 약하니 수명 나눔을 받아야 건강하게 은유를 보살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을 한다. 그 말에 결국 도훈은 은유가 아닌 세희에게 수명을 나눔 한다. 그리고 다음 날, 세희가 사라진다.

아무리 찾아도 세희를 찾지 못한 도훈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세희를 다시 만나게 된다. 경찰은 세희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제 발로 나온 것이라는 믿을 수 없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만난 세희의 입에서 자신은 남편 태영과 그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지아가 있다는 말을 한다. 지아가 MER이라는 불치병에 걸렸는데, 지아에게 수명 나눔을 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도훈에게 접근했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렇게 도훈은 수명도 잃고, 사기 결혼에 세희까지 잃어버린 채 은유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그런 은유가 수학여행을 갔다가 사고를 당하게 되고,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불치병에 걸려 수명 나눔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바로 MER이라는 병이었다. 이미 세희에게 수명을 강탈당한 도훈은 은유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되고 자신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직장동료이자 고민 상담사인 오가연의 프러포즈로 가연과 재혼을 하게 된다. 은유와 같은 혈액형이기에 가연은 1년 후 은유에게 수명을 나눔 할 수 있다고 했다. 근데, 가연이 은유에게 수명 나눔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밝혀지는데...

이야기가 꼬이고 또 꼬인다. 반전 아닌 반전이 수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에 정우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같지만 다른 두 인물 정우와 태영의 이야기 속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피가 섞여야 가족일까? 피만 섞이면 가족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이 작품 속에는 유난히 겹치는 인물들이 여럿 보인다. 태영과 정우, 지아와 은유, 석문과 가연. 그리고 세희와 도훈.

가정폭력, 사기결혼, 출생의 비밀 등 막장드라마 속 이야기가 책 안에 고스란히 풀어져있다. 수명 나눔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도 한몫을 차지한다. 그래서인지 정신없이 마지막 장까지 읽어나간 것 같다. 상당히 흡입력이 있다. 책을 덮으며 여러 가지를 고민하게 된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만 그래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지켜내는 사연들도 담겨있다. 또한 생각에 갇히게 되면 어떤 오류를 범할 수 있는지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명을 알 수 있는 시대가 된다면, 그것은 복일까 재앙일까? 타인의 수명을 통해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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