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에 별을 보다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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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보면 정말로 작고 사소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작은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발버둥질해야 한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가 요즘 부쩍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요즘인지라, 소설 속 코로나가 한창인 배경이 무척 공감이 갔다. 코로나 세대 혹은 코로나 학번이라 불렸던 시대를 겪진 않았지만, 소설 속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참 가슴 아팠다. 나 역시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같이 어울려서 근거리로 소풍을 가도 참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매일이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 또래에만 경험할 수 있는 친구들과의 관계와 우정, 추억들을 놓치는 상황이 정말 안타깝고 책 속 표현 그대로 얄미운 코로나가 아닐 수 없다.

책 안에는 각기 다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별자리 찾기" 일명 스타 캐치를 통해 하나가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코로나가 한창인 학교의 풍경은 생경하다. 그동안 익숙하게 해오던 모든 것이 금지되고 미뤄지고, 취소된다. 이바라키 현의 스나우라 제3고등학교 천문부는 연례행사였던 별자리를 보기 위한 합숙과 스타 캐치 등의 행사가 다 취소된 데다가 2학년인 이이즈카 리쿠와 다니모토 아사는 나가사키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었지만, 코로나로 못 가는 상황이 씁쓸하기만 하다. 거기다 코로나로 1학년 동아리입급도 늦어지자 불안해진다. 과연 1학년 학생이 들어오기는 할까?에 대한 걱정도 있다.

도쿄 도의 히바리모리 중학교에 입학한 안도 마히로는 1학년에 남학생이 자신뿐이라는 사실이 당황스럽다. 거기다 신입 남학생이 없는 터라 인원 때문에 축구부가 야구부와 합쳐져 구기부가 되자 동아리활동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안도에게는 다행이다 싶지만, 우연히 나카이 아마네와 이야기를 나누다 과학부 동아리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평소 식물(특히 버섯)에 관심이 많았던 안도는 과학부에 들어가고, 담임인 모리무라 나오야가 과학부의 담당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과학부 활동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다 알게 된 스타 캐치에 대해 아마네와 이야기를 나누다 스나우라 제3고에 메일까지 보내게 되는 안도와 아마네는 이일을 통해 온라인으로 직접 망원경을 만들어 스타 캐치 콘테스트에 참가하기로 하는데...

나가사키 현에는 고토 천문대가 있다. 유학을 온 야구부의 무토 슈는 우연히 사사노 마도카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마도카의 집이 코로나에 료칸(숙박업)을 하는 것 때문에 소꿉친구인 후쿠다 고하루를 비롯하여 주위의 시선이 따갑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린다. 어느 날, 무토는 마도카에게 같이 고토 천문대에서 별자리를 보자는 이야기를 건넨다. 그리고 무토의 친구이자 궁도부 선수이자 유학생인 고야마 유고와도 인사를 나누게 되고, 가까이 있지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고토 천문대 방문을 계기로 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한편, 스나우라 제3고는 오프라인으로 스타 캐치를 할 수 없지만 온라인으로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스타 캐치에 관심을 가지고 메일을 보내준 히바리모리 중학교 과학부 때문이다. 원래 수학여행을 가기로 한 나가사키 현의 학생들도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천문부 고문 선생님인 와타비키 구니히로는 별 친구인 고토 천문대 관장 사이쓰 유사쿠에게 연락을 하게 되고, 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무토와 마도카, 유고가 한 팀이 되어 스타 캐치에 참여키로 한다.

별은 밤하늘에 흩뿌려진 무늬가 아니라

하나하나 깊이를 갖고 저마다 크기며 반짝임, 거리가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 하늘은 '입체'였구나!

그동안 이렇게 하늘을 보는 일을 잊고 있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이 좀 잔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콘테스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쳐나가는 모습이 잔잔한 울림을 주었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때를 지나온 우리인지라, 그들의 답답함과 열정에 같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망원경을 만드는 작업뿐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한 별자리에 대한 상식(변하지 않는다고 들었던 북극성조차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 물론 변하는 데 8,000년이 걸린다고는 하지만;;;)들 또한 알게 되었고, 낯설고 몰랐던 아이들이 망원경을 만들고 직접 별을 찾아내는 일들을 통해 부딪치기도 하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모습을 마주하는 것도 뿌듯했다.

코로나로 일상은 멈췄지만, 그럼에도 하늘의 별은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별것 아닌 일상의 이야기가 일상이 아니게 되었을 때 겪는 아쉬움들이 책 안에 잘 녹아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코로나가 모든 부분에서 나쁜 영향을 끼친 것만도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우주에서 보면 정말로 작고 사소한 일이다.

그렇지만 이 작은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발버둥질해야 한다.

별은 밤하늘에 흩뿌려진 무늬가 아니라

하나하나 깊이를 갖고 저마다 크기며 반짝임, 거리가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그래, 하늘은 ‘입체‘였구나!



그동안 이렇게 하늘을 보는 일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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