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이사를 하기 전까지 개를 키웠다. 그래봤자 몇 마리 되지 않긴 하지만, 기억에 남는 개는 아무래도 첫정이 든 레이디와 이사를 하면서 시골로 보낸 뽀삐와 다롱이다. 도사견이라고 불리는 강아지 한 마리를 외가에서 얻어와 키웠다. 원체 큰 개였던 터라, 결국 엄마는 개를 팔았다. 개를 팔고 나서 동생과 나는 밥도 안 먹고 개를 찾아오라고 엉엉 울었다. 두 자매의 울음에 엄마도 같이 울다 연락을 했지만, 레이디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뽀삐는 큰 아빠네 개였는데, 아파트에서 키울 수가 없어서 우리 집으로 왔고, 다롱이는 태어난 지 8일밖에 안된 강아지가 감기에 걸려서 죽을 것 같다고 하셨는데 엄마가 살려보겠다고 데리고 왔다. 그리고 건강하게 잘 자랐다. 집을 재건축하게 되어 뽀삐와 다롱이는 작은아버지의 차에 실려 친할아버지 댁으로 갔다. 명절 때마다 내려가서 뽀삐와 다롱이를 만났는데, 어느 해인가 내려갔더니 보이지 않았다. 다롱이는(생긴 것도 잘생기고, 엄청 똑똑했다.) 늘 강둑으로 해서 반대편으로 건너갔는데, 그날따라 횡단보도도 없는 찻길을 지나다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다고 하고, 뽀삐는 아는 집에 팔았다고 하셨다. 그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한 번씩 생각이 난다.
이 책의 화자는 유기견이다. 이장 할아버지 댁에서 태어난 8마리 중 용돈벌이를 하라고 동네 할머니에게 준 강아지 3마리 중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아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이다. 꼬마가 사 갔지만, 엄마에게 꾸중을 듣고 택배아저씨에게 개를 판다. 택배아저씨와 잘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그놈의 호기심이 문제다. 조금 열린 문 사이로 밖으로 나온 개는 동네 고양이에게 큰 봉변을 당해 부상을 입고 보호소로 간다. 하지만 개도 외모를 본다고, 우리의 개는 인기가 없었다. 이런저런 주인들을 만나지만, 자의로 때론 타의로 그곳을 뛰쳐나온다. 주사가 심한 아가씨, 소령 출신 할아버지, 대학생 남자 등 여러 주인을 거치며 개는 마치 삶의 경험을 쌓아가듯 상황들을 잘 모면한다. 이 개의 특징 중 하나가 사람들의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물론 알아듣긴 하지만, 의사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
개의 입장에서 쓰인 책이라서 그런지, 개가 주인들을 평가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도저히 버티지 못할 것 같으면 개는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난다. 생의 시작이 유기견이었던 터라,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마치 자기 힘으로 삶을 개척하는 듯한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개들이 더 많다는 사실. 특히 책에 등장했던 한 가족 이야기는 화가 날 정도였다. 그렇게 좋다고 키우던 어느 날, 개를 버리기 위해 길을 나선다. 이미 집에서부터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고, 서로 핑계만 대던 가족이었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싶긴 하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생명을 그렇게 쓰레기 버리듯 버리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백구처럼 돌아올까 봐 그런지, 주인들은 무인도 같은 섬에 개를 버리기도 하고, 먼 곳까지 가서 개를 두고 오기도 한다. 집에서 자란 개들은 그러다 보니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주인공 개는 그런 면에서 참 성숙(?) 하다고 해야 할까? 버리는 것 까지는 이해하는데, 제발 밥이라도 제대로 얻어먹게 사람들이 좀 사는 곳에 버려달라는 하소연은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