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이발소 - 소심하고 찌질한 손님들 대환영입니다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정미애 옮김 / 리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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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에 있는 사람은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사키는 또 다른 자신을 보는 동안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워짐을 느꼈다.

겉모습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겉모습이 변하면서 내면도 변화해가는 느낌이었다.

 

 

요즘 "수상한"이라는 이름을 붙인 책에 눈이 간다. 바뀐 것은 수상한의 의미가 여러 권의 책을 읽으며 조금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되었다는 것이다. 그곳에 갔다 오면 뭔가가 변하게 되는 곳. 이번에는 이발소다.

총 이발소에서 벌어지는 6개의 사건이 등장한다. 연작소설처럼 각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르다. 공통점은 이발소를 찾은 손님이 변화의 대상이고, 그들은 이발소에서 나온 후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드라마틱 하거나 판타지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소소한 이야기가 결국은 삶을 바꾸니 그렇게 보자면 판타지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나는 이발소를 가본 적이 없다. 늘 머리는 미용실. 그것도 10년 넘게 한곳만 다니고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단골 미용실이니, 10년에 한 번씩 옮긴 것 같다. 머리 손질도 잘 못하고, 미적 감각도 없는 터라 어떤 머리를 해야 할지 잘 모르지만, 워낙 타고난 곱슬인지라 거의 하는 머리는 매직 하나뿐이다. 근데, 매번 똑같은 매직을 하지만 하고 나면 왠지 자신감이 뿜뿜 솟는다. 거울을 보며 곱슬곱슬 지저분한 머리가 한결 차분해지고, 눈썹도 손질을 받고 나면 관리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다. 나처럼 매번 하는 머리에도 이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스타일로 변화된다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하니 작품 속 주인공들의 변화는 당연할 수도 있겠다 싶다.

스가와 사키는 도시나미 학원 총무과에서 일하는 20대 후반 여성이다. 그녀는 많이 소심하다. 그래서 자신이 불리한 일을 겪어도 한마디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거절 역시 못하는 터라, 이래저래 피해를 본다. 우연히 들어간 이발소.(일본인들은 여성도 이발소를 찾는가 보다. 우린 남자들도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말이다.) 주인과 몇 마디 말을 나누고 잠에 빠진다. 몇 마디 말을 건넨 거 같은데, 자고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흠칫 놀란다. 쎈 언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눈썹에서 걸크래시의 느낌이 줄줄 흐른다. 항의를 할 수 없는 성격인데다, 이발소 주인이 잘 어울린다고 이야기했기에 그냥 돈을 지불하고 나온다. 막상 거울 앞에 서니 눈썹에 맞는 화장을 해보고 싶어진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화장법을 바꿔본다. 그에 맞는 화장품도, 의상도 준비한다. 외모만 변했을 뿐인데, 그녀의 성격도 달라진다. 이사장이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서류 조작으로 자신의 입맛대로 일을 벌이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얘기하지 못했던 그녀가 과감하게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등장인물들은 사키처럼 이발소를 다녀온 후 성격이 바뀐다. 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기억상실로 자신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다. 이발소에 갔다가 조폭 머리가 돼서 나온다. 그 인상 덕분에 한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기억도 찾고, 멋진 복수를 이뤄낸다.

퇴직한 할아버지 이야기도 등장한다. 단골 이발소가 쉬는 관계로 수상한 이발소에 가게 된 할아버지는 스님과 같은 머리가 돼서 나온다. 그 머리에 맞는 사무에(스님들이 입던 일본식 작업복)를 손녀 치히로로 부터 선물 받은 할아버지. 그날 이후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한 할아버지는 동네를 바꾸는 기적을 이뤄낸다.

이발소에서 벌어지는 일은 늘 같다. 이혼한 남편이 하던 이발소를 빼앗아서 경영하게 된 젊은 주인은 여성들을 상대로 하는 미용실보다 남성들이 대부분인 이발소가 편하다는 말을 하고, 안마를 해준다. 안마를 받은 손님들은 잠에 빠지고, 잠결에 주인의 말에 끄덕인다. 그러고 나서 깨면 예상치 못한 스타일로 변화되어 있다. 주인이 어떻게 아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수상한 이발소의 실체(?)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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