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슬 수집사, 묘연
루하서 지음 / 델피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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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의사가 아니라 너희에게 있었구나. 
그 덕분에 귀중한 생명이 살 수 있었다.
세상에 이슬 집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오늘에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됐군."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세상을 뜨려 했다. 더 이상의 희망도, 지켜야 할 사람도 없으니 말이다. 사라져 버린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다 세상을 뜬 엄마. 그마저도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용당하기만 하고, 속을 줄 알면서도 호구처럼 당하기만 한 엄마를 보고 너무 답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착한 엄마의 마지막 장례비용조차 없어서 그렇게 보내버린 후, 이안은 더 이상 삶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세상을 저주하고, 사라진 아버지를 저주하며 죽어도 발견되지 않을 으슥한 골목에서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할아버지라는 사람이 이안을 찾아온다. 생전 엄마로부터 할아버지의 이름 문현남을 들었던 이안. 그에게 3개월간의 집 사일을 부탁하는 할아버지 현남은 대가로 30억을 주겠단다. 돈에 궁해서 엄마의 장례조차 치르지 못했기에 이안은 현남의 제안이 말도 안 된다 생각하면서도 결국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들어간 대저택 미다스. 이 저택의 주인이 이안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라니 배알이 꼴린다. 20대 묘연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현남의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난다. 근데 이 여자를 모셔야 한다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침이 되자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근데 그 고양이가 전날 본 미다스의 주인 여자애라니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현남의 말대로 자신이 친손자라는 사실을 함구하는 이안에게 묘연은 계약서를 내민다. 그가 할 일은 이슬을 수집하는 것인데, 이슬은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후회가 되는 일이 떠오를 때 자신도 모르게 흘리게 되는 후회의 눈물을 말한다고 한다. 다음 날 루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이안과 묘연. 루인은 죽음을 앞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루인의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다. 단, 루인이 생전에 익숙해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어서 말이다. 

 불치병에 걸린 엄마를 두고 자살을 하려는 딸, 기계에 손이 껴서 사망할 예정이었지만 목숨을 구한 청년, 사업에 실패하고, 아내마저 바람이 나서 자신을 떠나려 하는 상황에서 딸을 잡을 용기가 없어 자살을 하려고 마음을 먹은 아버지, 길냥이를 지키기 위해 또래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해 죽음을 앞둔 학생 등 책 속에는 각자의 사연 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슬을 수집하면서 묘연과 현남의 과거를 듣게 되는 이안. 

 생각지 못한 반전 앞에서 허를 찔렸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얽혀있는 진한 인연의 끈은 시작은 악연이었을지언정 끝까지 악연은 아니었다. 저승사자나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색다른 느낌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흥미롭고 한편으로는 눈물이 핑 돌 정도로 감동적이기도 했다.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버리려 했던 이안인지라 죽음을 앞둔 사람의 심정에 더 공감할 수 있었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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