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는 나 스스로 변화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환경에 더 잘 적응한 개체들을 솎아내는 것이다.
나는 공룡을 참 좋아하는 어른이다. 덕분에 소리를 지르면서도 쥬라기공원 시리즈를 많이도 봤다. 공룡 관련 영화가 개봉하면 꼭 시간을 내서 극장을 가기도 하고, 피규어를 비롯하여 공룡 관련 책도 가지고 있다. 내 공룡 사랑을 주변에서도 아는 터라, 공룡 관련 피규어가 나오면 연락을 주기도 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우리 아이들 역시 공룡을 참 좋아한다. (참고로 둘 다 딸이다.) 아이의 어린이집 친구들 엄마랑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상당수의 아이들이 그 어려운 공룡의 이름을 꿰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아이처럼 부모가 공룡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런 공룡 박사들이 나이가 먹을수록 공룡과의 이별(?)을 택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공룡에 대한 서적들의 경우도 주된 독자층이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가지고 있는 공룡 책 중 대부분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 못내 아쉬움을 느낀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융남 교수가 나와 같은 공룡을 좋아하는 어른들을 위해 서가 명강 31번째 서적을 집필했다는 사실이 무척 감격이었다. 실제 공룡을 연구하는 전문가를 통해 실제 발굴 현장의 이야기를 이토록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이 책은 충분히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있다.
물론 공룡에 관심이 없다 해도 이 책은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것이다. 총 4부로 구성된 책 속에는 공룡 발굴과 복원 현장의 이야기뿐 아니라 진화에 관한 이야기와 한반도에서 발견된 공룡이 흔적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공룡과 조류의 연결점에서 이루어진 진화의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공룡 관련 영화는 꼭 찾아서 보는 터라, 우리 집에는 한국의 공룡으로 유명한 점박이(타르보사우루스)의 중형 피규어가 있다. 근데, 점박이가 우리나라 공룡이 아니라니...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정말 큰 충격이었다. 타르보사우루스는 우리와 멀지 않은 몽골에서 발견되었는데, 티라노사우루스와 같은 수각류(육식공룡)이다. 그 밖에도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부경고사우루스와 화성에서 발견된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 몽골에서 발견한 데이노케이루스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고, 무척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3부에 직접 발굴 작업에 참여했던 이야기였다. 사실 나 역시 과거 해리슨 포드 주연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보며 잠시나마 고고학자의 꿈을 키우기도 했었다. 유물과 유적을 발견하는 모습이 영화 속에는 무척이나 극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발굴 작업의 이야기는 무척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3D라고 할 정도로 발굴은 쉽지 않았다. 우선 공룡 화석이 발견되는 곳 자체가 접근이 쉽지 않은 협곡이나 사막 등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자연적 제한이 컸다. 또한 화석이 발견된 경우 위로 쌓인 지층을 다 제거해야 하기에 하나하나 사람 손으로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 그렇게 발견된 암석의 경우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로 가지고 와야 하는데,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석고로 깁스하듯 화석을 싸야 한단다. 그러다 보니 무게나 부피 자체가 커져서 이래저래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고생물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이 적은 편이다 보니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새로운 공룡을 발견할 때의 기쁨을 알기에 이 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역시 공룡덕후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닌구나 싶다. 우리나라는 OECD 가운데 유일하게 자연사박물관이 없는 나라라고 하는데, 저자는 바로 기초과학에 대한 경시의 문화가 이런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많은 화석과 유적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등장해야 할 것 같다. 그를 위해서 여러 방면에서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