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썰의 전당 : 서양미술 편 - 예술에 관한 세상의 모든 썰
KBS <예썰의 전당> 제작팀 지음, 양정무.이차희 감수 / 교보문고(단행본)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래 이야기 중 제일 흥미로운 것은 일명 비하인드 스토리라 불리는 뒷이야기다. 어린 시절 위인전을 읽을 때마다 어려웠던 이유가 늘 딱딱하고 훌륭하기만 한 위인들의 성장기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서에 수록되지 않은 위인들의 실수담이나 뒷이야기를 곁들여 수업하시는 선생님을 만난 후 한결 편안하게 위인전과 교과서를 마주할 수 있었던 기억이 있다.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 아닐까? 음악이나 미술 등 가까이하기 쉽지 않은 분야들의 뒷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결 거리감이 덜어지는 것 같다. 특히 내게 미술이 그런 분야였다. 미술작품에 관심을 가진 큰 아이에게 나와 같은 선입견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시작한 매년 미술서적 읽기는 처음에 비해 미술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긴 했지만, 미술관에 가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는 여전히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꾸준히 읽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라는 시리즈가 있는데, 각 시리즈의 저자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와 관련된 지역을 돌아보며 자신의 이야기와 녹여서 풀어낸다. 갑자기 이 시리즈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예썰의 전당 속에서 마주한 작가들 중 여러 명이 그 책의 단독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책을 통해 만났지만, 잊힌 이야기뿐 아니라 또 다른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좀 더 깊이 있게 예술과 인물의 삶을 조명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자꾸 이야기하는 이유를 예를 들자면, 가령 첫 번째 등장한 만능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가 서자였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눈썹 없는 그림으로 유명한 모나리자의 작가였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근데 작디작은(가로 53cm, 세로 79cm) 한 장의 그림이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이 되었을까? 현재 이 그림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데, 과거 첫 순회 전시가 열렸을 때 워낙 많은 관람인원(170만 명)이 몰려서 관람시간을 20초로 제한했다고 한다. 왜 모나리자는 유명해진 것일까? 과거 모나리자가 도난 된 적이 있었는데, 도둑은 이탈리아인이었다. 문제는 그림이 잃어버린 지 24시간이 지나도록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데 있다.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었고, 특히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고 불리던 루브르에서 도난되었기에 더 논란이 되었다. 2년 후 그림을 되찾긴 했지만, 워낙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지라 그 이후 모나리자의 인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나리자가 과연 진품인 걸까? 모나리자라고 이름 붙여진 그림이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작품 말고 또 있다는 사실에 무척 당황했다. 그에 대한 진실을 책을 통해 만나보도록 하자.

화가의 이름은 낯설지만, 그림이 익숙한 경우도 있다. 그중 한 명이 디에고 벨라스케스라는 화가였다. 그는 특히 궁중 초상화를 많이 그린 화가인데, 피카소를 비롯하여 많은 화가들이 사랑한 화가였다고 한다. 가톨릭의 3대 성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순례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는데, 근방에는 무슬림들이 살고 있어서 성지를 순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순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산티아고 기사단이 조직되었는데, 당시 기사단이 되는 것은 상당히 영예로운 일이자 신분을 상징하는 자리였다.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유대인으로, 낮은 계급의 귀족 집안이었기에 기사단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꾸준히 궁정 초상화를 그렸기에 그 공으로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신분 상승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소수자들의 그림을 마치 재력가와 비등하게 그려낼 줄 아는 사람이기도 했다. 궁중 난쟁이 곡예단 뿐 아니라 자신의 노예였던 후안 데 파레하를 그린 그림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참고로 파레하의 재능을 높이 산 벨라스케스는 파레하를 자유인으로 놓아주고 그가 화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화가들은 이름 혹은 그림만 봐도 아! 하고 자연스레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화가들이다. 그렇다 보니 그들은 당대에도 성공 가도만을 달렸을 거란 착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그들 또한 인간이기에 절망을 하기도 하고, 슬픔과 고통을 겪기도 했다. 상황이 어떻든지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냈기에 설령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어도, 현대에는 불세출의 화가로 인정받은 게 아닐까?

예썰의 전당을 통해 서양 예술 화가들의 이야기를 마주하고 보니, 한결 그 인물을 이해하고 가깝게 느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앞으로의 시리즈도 너무 기대된다. 좀 더 가까이 예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