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난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나를 지키겠다며 어린 나에게 계속 마법을 강요했다.
생각조차 하기 싫은 수많은 고통이 뒤따랐고 그때마다 마음속엔 강박관념과 상처가 새겨졌다.
귀족들과 왕족들이 내게 무슨 말을 하든, 난 엄마의 방식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었다.
급작스럽다. 소설의 시작도, 소설의 내용도 말이다. 프롤로그가 있다지만, 생각보다 친절하지 않다. 읽으면서 파악해야 한다. 다행이라면 극의 내용은 고구마가 없다는 사실이다. 내용도 빠르게 전개된다. 그래서일까? 등장인물의 모습도, 성격도 작품의 속도만큼이나 급작스럽게 바뀐다. 그래서 그만의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짧은 소설 속에서 출생의 비밀부터, 목숨의 위협과 전쟁, 로맨스 이야기, 마법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루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속도감 있는 걸 좋아하는 나 같은 독자라면 만족스러울 것 같다.
20살 오브리엘 클레어는 마녀라 불리는(실제로는 미친 여자 취급을 받는) 엄마 옥타비아 클레어와 함께 살고 있다. 불행하게도 엄마는 마녀의 기질을 타고나지 못했지만, 딸인 오브리엘에게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마법을 가르치고 각종 식물의 향을 맡게 한다. 오브리엘의 감정이나 생각은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말이다. 그러다 옥타비아가 사망한다. 많은 독초의 향 때문이었다. 그렇게 홀로 남겨진 오브리엘은 갑자기 평민에서 여왕이 된다. 16개의 연방을 가진 칼라논 왕국의 선왕인 암브로스 블랙번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오브리엘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라는 것조차 모르고 20년을 살았는데 말이다. 여기까지만 보자면 신분 상승의 신데렐라를 생각하겠지만, 오브리엘의 경우는 정반대다. 어디서 나타난 듣보잡 때문에 왕위 계승 서열 1위에서 추락한 왕자 헨리크 블랙번은 자신의 것을 도둑질한 그녀에게 대놓고 죽이겠다는 협박을 늘어놓는다. 뿐만 아니다. 귀족들이나 연방의 왕들 또한 오브리엘을 무시하고 경멸한다. 대놓고 성추행을 하려는 오델의 왕 브리나르 바한, 그녀를 성 밖으로 떨어뜨려 죽이려 하는 헨리크, 뷴 왕국의 대사인 카스티엘의 방문에 여왕만 남겨두고 사라지는 자문관들, 여왕의 방을 허락 없이 들어와서 목숨의 위협을 가하는 왕자를 보고도 반응이 없는 경비병들까지...
하지만 그녀는 어려서부터 엄마로부터 강제적으로 마법을 배웠다. 왕자 세바스찬이 돌보는 정원 정중앙에서 죽음의 여신의 꽃인 효시아무스를 발견한다. 마법으로부터 그렇게 도망치고 싶었는데, 그녀를 위협하는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서였을까? 그녀는 그 꽃을 취한다. 그리고 그 꽃으로부터 불러낸 그림자 병사들은 그녀를 죽음의 여신 이솔데의 딸이라 부른다. 그녀가 위협을 당하는 순간 나타난 그림자 병사는 그녀를 위협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헨리크를 처참하게 부상 입히고, 그녀에게 추행을 일삼은 바한을 살해한다. 하지만 그녀가 마법을 쓰는 것을 막으려 하는 뷴의 대사 카스티엘. 과연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와 가까워질수록 오브리엘은 뭔지 모를 감정에 빠진다. 한편, 그녀가 마법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된 헨리크는 그녀에게 적대적이었다 사랑을 고백하는데... 과연 그의 고백은 진실일까? 뷴의 여황제는 강력한 마법의 소유자라고 하는데, 그가 대사를 보내 오브리엘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이유는 무엇일까?
살아남기 위한 그녀의 선택은 또 다른 결과를 낳는다. 그토록 고통스럽고,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목숨의 위협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환되는 마법들.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과연 그녀는 뭐라고 대답할까? 그 모든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 그것뿐이었다고 말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