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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군인입니다 - 군인만이 말할 수 있는 군대 이야기
김경연 지음 / 예미 / 2022년 2월
평점 :

일반적인 여성들은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 있다면 군대가 아닐까 싶다. 군인을 직업으로 하는 여성을 제외하고는 군대는 아직까지는 금녀의 집에 가깝다. 그나마 내 경우는 여러 번 부대 안을 경험할 기회를 갖긴 했었지만, 단편적이고 짧은 시간 접했던 터라 궁금한 것이 참 많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인 김경연 대령은 34년 차 군인이다. 평생을 군대에서 보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긴 시간을 군대에서 보내며 본인이 겪고 만났던, 군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이 책 한 권에 담겨있다. 사실 현역 장교가 군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전부터 남자 동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뭐 이리 기밀이 많은지...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으니 사실인 지 검증할 수도 없고.. ㅠ) 책 속에는 쓴소리부터 애정이 담긴 실제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의 군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부분이나 조금은 민감할 수 있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이름뿐 아니라 책 표지에 본인의 계급과 얼굴까지 담겨있으니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책을 썼으니, 얼마나 소신 있게 기록했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드라마나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만난 군 장교들의 모습은 고지식하고, 고집 세고, 딱딱하고, 무섭다는 말로 대변이 된다. 평생을 군인으로 살았다고 하면 변화를 싫어하고 본인의 주장이 곧 법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특정 몇몇의 모습이 마치 모든 군인의 모습인 양 비쳤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럼 어떨까? 물론 직접 만나본 게 아니라 책으로 만났기에 실제와 다를 수 있지만, 자신의 소신(나쁘게 말하면 고집?)이 있지만, 굽힐 줄 아는... 인물 같았다. 그런 모습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나 역시 놀랐던 군인들의 핸드폰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이 의견을 처음 제시한 인물이 책의 저자라는 사실이 크게 다가왔다. 물론 의견을 제시한 적이 있다는 정도로 그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런 의견을 초반에 제시했고, 결론은 그렇게 변화해갔으니 말이다. 사실 군에서 오래 근무한 사람 하면 으례히 "꼰대" 이미지가 떠오른다. 특히 명령은 곧 법이라는... (까라면 까는 것?!)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기에 병사들보다는 그동안 지켜왔던 전통 등을 강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당히 진보적이고, 변화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 모습이 내게는 참 신선했다. 핸드폰뿐 아니라 두발 규정에 대한 부분이나 식사에 대한 부분, 징병제와 모병제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군인의 급여에 대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 한 부분에 대해 상당수는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저자의 의견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군대에 대한 내 지식이 미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의견 속에 담긴 군에 대한 사랑은 군 지식이 없는 내게도 느껴졌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사회에는 MZ 세대, 90년대생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담긴 책들이 상당수 등장했다. 군대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저자의 글처럼 앞으로 새롭고 실제적으로 변화될 군대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