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낀대세이 - 7090 사이에 껴 버린 80세대 젊은 꼰대, 낀대를 위한 에세이
김정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0월
평점 :
제목을 읽고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낀대세이? 낀세대이? 뜻을 알고 나니 아하!
낀(세)대 (에)세이를 줄여서 낀대세이다. 낀대란 누굴 말할까? 7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껴 있는 80년 대생을 뜻한다. 꼰대라기엔 젊고, 그렇다고 90년 대생하고는 다른 어디도 끼지 못한 바로 낀대를 위한 에세이다. 당연히 나 역시 낀대다. 내가 태어난 해에는 전국이 울음바다였다. 난 모르지만... 이산가족 찾기 방송으로 전국이 들썩였던 바로 그 해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한, 젊은 꼰대이자, 여기저기 눌려서 압사 지경인 우리 세대를 위한 책이라서 그런지 책을 읽으며 이렇게 공감해 본 적 참 오랜만이다.
저자의 필력이 참 기똥차다. 워라벨의 워가 Work에서 War로!! 이메일 아이디 센스가 없다고 자책하지만(나는 그 이멜 마져도 사촌 오빠가 만들어준 seed...로 시작하는 메일을 20년째 쓰고 있다... ㅎ) 그럼에도 책 속 곳곳에서 느껴지는 촌철살인식의 이야기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20년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이가 갈리는 정치인 이 모 씨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공감이 많이 갔다. 당시 새바람 새 물결이라고, 하나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당시 교육부 장관이던 그 사람(인간이라고 쓰고 싶지만... ㅠ)은 혁신적인(?) 교육 방안을 내놓았다. 본격 수시가 시작될 즈음이었다. 하지만 교육부 장관이 바뀌면 교육정책이 바뀌는 우리나라의 행태 덕분에 대놓고 타격을 본 것은 바로 우리 학번이었다. 사상 최대의 불수능으로 1교시 국어부터 죽 쒀 버린 나를 비롯한 친구들 중 국어 시험 이후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아이들도 여럿이었고(다음날 기사로 떴다.), 350점(400점 만점)만 맞아도 1등급 탑 학교에 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하나만 잘해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잘해야 하는 터라 내신과 수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정신 못 차리고 빡센 학창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소위 산소(02) 학번을 달고 들어간 대학생활도 캠퍼스의 낭만은 개나 줘버려... 얼어붙은 취업난에 4년 내내 공무원 시험 준비나 도서관행으로 살았던 것 같다. 덕분에 아직도 정치인으로 살고 있는 그의 면상만 보면 그 옛날 기억이 스멀스멀 떠올라서 혈압이 오른다.
저자의 말처럼 IMF와 취업난을 겪으며 버티듯 살아온 낀대들이기에, 회사 안에서도 큰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70 비위를 맞추고, 90을 달래며 그렇게 살아온 우리 80들을 향한 토닥임과 공감이 교차한다. 어디서도 주연이 아닌 조연 같은 삶을 살고 있기에 이 책에서나마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서 좋았다. 어쩌면 항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햄버거 패티처럼 빵과 채소 사이에 끼어있지만, 햄버거에서 패티가 빠지면 안 되듯 우리 역시 우리가 있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위로를 건네 본다. 열심히 잘 살았다 우리 낀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