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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
로미 하우스만 지음, 송경은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식물원에 갔다가 갑자기 아이를 잃어버렸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찾긴 했지만,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눈앞이 캄캄하고 너무 공포스러웠다. 나오기 전에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팔찌를 안 해준 것도 그렇게 후회가 되었다. 물론 아이 역시 내 얼굴을 보자마자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 얼굴을 보는 순간 찾았다는 안도와 함께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잠깐의 시간임에도 이렇게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심정이었는데, 14년을 아이를 찾아 헤매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어떤 경우는 죄책감과 분노 때문에 가정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가정에서 자녀는 참 중요한 존재이다. 사랑하는 아이 속 마티아스와 카린 부부의 딸 레나 벡 역시 너무 소중한 존재였다. 자전거를 잃어버린 딸 레나에게 아내 카린 몰래 아빠 마티아스는 돈을 건넨다. 돈은 받고 환하게 웃던 레나는 그 이후 14년간 부부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친한 친구이자 형사였던 기스너는 레나를 찾아 나서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그렇게 부부는 매일 전화벨이 울리면 혹시나 딸이 사망했다는 전화가 아닐까, 딸이 변사체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아닐까 싶어 가슴을 졸인다. 그런 어느 날, 기스너의 전화 한 통화에 마티아스와 카린은 병원으로 달려가는데...
교통사고 환자가 병원으로 실려온다. 사고로 실려온 환자의 딸인 한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루트 간호사. 근데 한나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뭔가 기묘하고 이상하다. 오두막에 산다는 한나는 주소도, 아빠의 이름도, 전화번호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꺼내는 루트의 귀에 한 단어가 꽂힌다. 공기순환기. 아무리 오두막이라도 창문이 없을까? 이상 한 점은 한두 개가 아니다. 바닥 카펫의 얼룩 자국을 지워야 한다는 말. 그 얼룩이 과연 무엇 때문에 생긴 얼룩일까? 그러던 차에 환자가 정신이 돌아왔다고 한다. 환자는 자신의 이름을 레나라고 대답한다. 과연 그녀는 정말 레나가 맞을까?
병원에 도착한 마티아스는 딸이 있는 병실로 향한다. 너무나 닮은 내 딸. 근데 이마의 상처가 레나가 아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딸의 모습을 못 알아볼 일 없는 데 말이다. 근데, 엄마를 만나러 오는 한 소녀를 보는 순간 카린이 소리를 지른다. 세상에... 레나랑 닮은 여자아이가 있다. 과연 레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한나와 마티아스, 그리고 레나, 야스민 그라스의 시선이 계속 교차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표지 한 편에 한 줄이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오래지 않아 책 말미까지 달려버렸다. 사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레나가 가족에게 돌아오길 간절히 소원했는데, 책을 읽다 보니 한나의 상황에도 마음이 쓰이고, 야스민의 처지에도 마음이 쓰인다. 그리고 레나의 감정까지도... 그렇게 마음을 쓰다가 마지막 페이지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누가 읽어도 좋겠지만, 부모라면 더 몰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