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숨결
박상민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굳이 따지자면...... 진실 편이지."

현직 의사가 쓴 메디컬 미스터리 추리소설이라...!아무래도 전문가의 입장에서 쓴 책인지라 실제적인 지식이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더욱 증폭되었다.

사실 나는 병원 공포증이 있는 사람 중 하나이다. 어른이 된 지금도 병원에 가는 게 참 무섭고 두렵다. 의학 드라마의 수술 장면이나, 내가 아파서 응급실에 갔을 때도 혹시나 드라마에서 보는 피 튀기는(?) 응급실 풍경이 벌어질까 봐 늘 노심초사다. 근데 이상한 것은, 메디컬 소설류는 좋아한다. 아마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상상의 수위를 조절해서가 아닐까?;;

레지던트 1년 차 외과의 이현우. 눈치가 없어서 문제인 그지만 환자들에게는 따뜻한 의사다. 그런 그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어느 날 실려온 환자. 왠지 모를 이상한 느낌이 드는 그 환자 한수아. 급성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마친 어느 날, 갑작스러운 콜이 온다. 이성을 잃고 엄마와 싸우는 수아에게 결국 안정제를 주사하는 현우.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깨어난 수아를 찾아가는 현우에게 수아는 5개월 전 이 병원에서 숨진 아빠 한재훈의 죽음에 얽힌 의문점을 이야기한다. 엄마와의 부부 싸움뿐 아니라, 아빠가 숨지고 얼마 안 돼 담당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엄마의 모습 등을 통해 수아는 엄마가 아빠를 살해했다고 의심한다. 수아의 얘기를 듣고 역시 의심을 품은 현우는 사망한 한재훈의 기록을 열람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사망 당시 주치의가 자신이 좋아하는 선배 강나리였다는 사실에 왠지 모를 고민에 빠진다.

근데 의문은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수아의 아빠뿐 아니라 현우의 환자였던 황기영, 강나리의 환자였던 슬기에 이르기까지 사망을 하자 현우는 그들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는 사실을 알고 사망 전 차트를 열어보다 세 명의 죽음 사이에 칼륨(혹은 나트륨)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이들의 죽음과 병원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검은 손의 정체는 누구일까?

시간을 확인한 현우는 재빨리 8병동으로 향했다.

늦지만 않으면 수아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을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수아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어느 직장이나, 갑질을 하는 상사는 있기 마련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부교수 김태주와 레지던트 이현우의 관계 역시 그렇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오히려 상대에게 잘못을 전가시키는 악질 정도로 그치면 좋겠지만 김태주는 의사로는 물론, 인간으로도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사실 현우를 보며 마냥 안타까웠다. 의문을 가지고, 그 의문을 파헤칠수록 병원에서 내쳐지고, 주변의 손가락질과 욕설, 인격모독 등을 당한다. 단지 그는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은 한 사람의 의문을 자신의 전문성을 토대로 알려줘야겠다는 사실 말고는 다른 의도가 없는데 말이다. 오히려 진실을 이야기하자, 그에게 돌아온 것은 냉대와 괴롭힘뿐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현우가 수아에게 품고 있는 마음이 그저 환자로 생각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가 처음 수아의 의문에 답을 했던 것은 의사로서의 양심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 추리소설이기에 트릭도 있고 반전도 있다. (이번에도 나는 범인을 못 맞췄다ㅠㅠㅠ) 복선도 있으니 주의를 기울여가며, 추리해가며 읽으면 한층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의 저자가 의사라는 사실이 생각지 못한 반전의 열쇠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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