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대를 잊으면 - 트루먼 커포티 미발표 초기 소설집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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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건,
그가 나를 잊지 않는 거야.
내가 바랄 권리가 있는 건 그것뿐이겠지.
-p.72-

🔹️투루먼 커포티(1924~1984)미국.소설가
📚 주요 작품 【미리엄 · 마지막 문을 닫아라 · 다른 목소리, 다른 방 ·풀잎 하프· 티파니에서 아침을 · 인 콜드 블러드 · 내가 그대를 잊으면】


■ 황순원의 <소나기>가 연상되는...
나는 한국 단편 소설 중에서 황순원의 『소나기』가 가장 인상에 남는다. 나의 학창 시절의 이야기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비가 올 때면 가끔 생각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어제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읽다가 몇몇 작가 중에 트루먼 커포티란 이름이 있어 오늘 아침 바로 그의 책을 읽었다.

■ 작가는...
트루먼 커포티는 1924년 9월 30일 뉴올리언스에서 '트루먼 스트렉퍼스 퍼슨스'라는 이름으로 태어났는데 네 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앨라배마 주 먼로빌의 친척 집에서 자란다. 9세 때 새아버지를 따라 쿠바에 가게 된다. 그때 새아버지의 성을 따라 '트루먼 커포티'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고등학교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단편 『미리엄』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이 유명 잡지에 실리며 일약 이름이 알려지게 된다. 그의 작품 중에 『티파니에서 아침을』은 영화화되었다.


■ 작가 사후 30년이 지난 2015년 뉴욕 공립 도서관에서 발견된 커포티의 10대 단편집
무라카미 하루키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그의 작품 중에서 그가 10대에 썼다는 단편집이다.

' 그레이스는 한 시간가량 포치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그날 오후 시내에서 그를 보았을 때, 그는 8시면 도착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녹색 눈에 주근깨가 있는 그레이스를 잘생긴 그가 좋아해 준다는 생각에 자랑스럽고 행복했다. 고등학교 시절엔 그레이스를 무도회에 초청했고, 질투 난 여자애들의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내일이면 이모댁이 있는 뉴올리언스로 떠난다는 그. 그레이스는 그가 자기를 데리려 올 것이라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언덕 위 풀밭에 앉아 그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그레이스. 마지막 문장이 백미다. "내가 바라는 건, 그가 나를 잊지 않는 거야. 내가 바랄 권리가 있는 건 그것뿐이겠지"라고 어둡지만 달이 가득 채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단문으로 군더더기 없이 써 내려간 글이지만 장중한 느낌이 든다. 14편의 단편 중 나머지 글들은 조금씩 아껴가며 읽어야겠다. '사랑'하면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레이스의 독백이다. "내가 바라는 건, 그가 나를 잊지 않는 것뿐이야." 진정한 사랑이란 내 마음속에 꼭꼭 숨겨두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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