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발견 - 카피라이터 정비아의 세상 읽기
정비아 지음 / 유심(USIM)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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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법과 글쓰기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관련된 책 제목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그런 방법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는 쉽지는 않다. 많은 책을 읽어보니 결국 핵심은 대동소이했다. 거의 모든 책은 문자로 된 책 읽기에 관한 연구서였다. 독서법에 관한 책을 읽어오면서 뭔가 하나 빠졌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이 책에서 해답을 구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문자로 되어있는 책을 읽는 방법에 관한 책이 아니다.

저자 정비아는 거의 20여 년째 기업과 브랜드 광고를 기획, 제작하는 카피라이터이다. 더불어 에디터, 작가, 북 칼럼니스트 등으로도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어린 시절 만화책으로부터 시작된 책 읽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카피라이터라는 경력 때문이었다. 특히 카피라이터는 간결한 문구에 내용을 함축시켜야 하는 압축의 달인이 아니던가. 예상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일상생활에서 읽기의 발견‘
이 책의 내용이 이 문구에 다 들어있다.

구성은 다음과 같다.
1. 읽기 능력 회복
2. 일상 읽기
3. 관계 읽기
4. 사회 읽기
5. 가치 읽기

이 중에서 1. 읽기 능력의 회복 중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의 시선과 전달하는 태도를 매개로 내 삶을 살피고,
내 존재를 의미 짓고,
나와 관련된 사람들을 이해하고,
마침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읽은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기, 이웃, 사회, 세계로 사유가 확장되는 것이 읽기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읽고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단지 지식의 습득에 불과하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 우리의 삶은 홑겹이 아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 일상적인 것과 비일상적인 것이 중첩되어 있음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모든 고정관념과 편견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삶의 총체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시작점에 설 수 있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이런 취지의 글은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지금부터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경지에 오를 수 있는가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정보와 지식의 넘쳐나는 사회로 발전할수록 감각과 직관, 나아가 통찰로 이어지는 읽기 본능은 더 중요해지는데, 문자를 익히고 책을 읽고 학교교육을 받으면서 오히려 읽기 본능은 의식의 아래로 침전된다. ‘읽기‘를 문자로 쓰인 것에만 국한시키는 학습이나 교육 탓이다. 부모들은 독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국어, 역사, 과학 논술 등의 학원에 보내기 바쁘다. 그러나 그런 학원을 다니면서 오히려 우리가 갖고 있는 읽기 본능을 더 잃어가는 것은 아니가 하는 회의에 빠진다.

읽기 능력 향상은 감각을 깨우는 데서 시작한다. 문자가 아닌 삶 속에서 현상을 파악하고 의미를 도출하는 읽기가 가능할 때 우리 안에서 읽기는 온전히 작동한다. 무의식은 직관적으로 삶의 모든 곳에서 읽기를 시도한다. 의식은 문자로 쓰인 것들만 읽기로 인식하지만 무의식은 그렇지 않다. (p.43)

이제 결론에 왔다. 나는 ‘읽기‘라는 단어를 책에 있는 문자로만 의식해 왔다. 칸트나 베토벤처럼 산책하면서 사유하는 것은 ‘읽기‘와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후 개념이 바뀌었다. ‘읽기‘란 단지 문자를 읽은 것이 아니고 길옆에 핀 작은 풀을 바라보는 것, 버스 정거장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해를 바라보는 것,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을 듣는 것, 이 모두가 ‘읽기‘라는 범주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늘은 강가를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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