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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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기앞이 생>이란 '여생'이다. 남아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나? 특히 퇴직한 이들에게는 직접 마음에 와 닿는말이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이 더 중요하다. 그럼 우리는 어떤 마음자세을 가지고 살아가야할까? ​

'로맹 가리'는 리투아니아 출신으로 프랑스로 갔다. 유태계 이민자였다.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고 2차 세계대전때는 비행중대 대위로 참전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1956년에는 <하늘의 뿌리>라는 소설로 공쿠르 상을 받는다. 이어 '에밀 아자르'라는 가명으로 두 번째 소설 <자기 앞의 생>으로 공쿠르 상을 수상하면서 결코 두 번 주어지지 않는다는 상을 로맹 가리는 두 번 받게 되는 영광을 누린다.

<자기 앞의 생>은 로맹 가리가 61세 되던 해에 발표되었다. 14살된 주인공 모모의 성장기록이다. 부모도 모르는 채 로자 아주머니와 함께 산다. 로자 아줌마는 한때 엉덩이로 생활했으며 2차 세계대전때에는 유태인 수용소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녀는 소외된 아이들을 여럿 키우는데 특히 모모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으로 보살핀다. 어느 날 그녀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서 7층에 있는 집에서 외출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90여 킬로그램이나 나가는 그녀의 몸무게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모모는 거리에 나가 춤을 추어 돈을 구걸하기도 안다. 로자의 정신이 정신이 오락가락하자 이웃에 사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와서 의식을 벌이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모모의 아버지라고주장하는 한 남자가 방문하는 데 로자 아줌마는 모모를 보호해준다. 이 외에도 지혜를 주는 아밀 할아버지, 5층에 사는 룰라 아줌마와 어려울 때면 바로 달려와 도와주는 이웃 사람들의 나온다. 모모는 이런 곳에서 슬픔과 절망을 사랑으로 이겨낸다. 인종, 종교, 성별, 노소를 떠나 따뜻한 사랑을 나누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로자 아줌마가 모모에 대한 사랑은 "로자 아줌마, 왜 내게 거짓말을 했어요?" 그녀는 정말 놀라는 것 같았다." 내가 너한테 거짓말을 했다구?" "열네 살인데, 왜 열 살이라고 하셨나구요?"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로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 적이 없었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 애가 되는 게 싫었던 거야. 미안하구나." 나는 와락 그녀를 끌어안았다.(p.287-288) 이 대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소설의 앞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는 작가들이 멋진 선물을 제공한다. 필자는 '사랑'이란 키를 쥐어준다. 앞 부분에서 모모는 지혜의 하밀 할아버지에게 이렇게 묻는다.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으로 살 수 있나요? (중략)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은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p.11-13). 소설의 뒷 부분에서 "사람은 사랑할 사람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아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중략) 사랑해야 한다."(p.343)라는 부분에서 모모가 로자 아줌마를 얼마나 사랑했는 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것을 '아르튀르"를 통해서 넌지시 알려주면서 '사랑해야 한다.'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종교, 이민자들, 트랜스젠더, 안락사, 도시의 빈민들,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 등등 많은 이슈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환경이 열악할 지라도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있으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분명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역경을 잘 헤쳐나가는 모모의 모습에 마음이 뿌듯하기도 했다. 또한 좋지 않은 환경을 따스하게 묘사한 로맹 가리의 문체도 돋보인다. 사랑은 어디 있나요? 라는 질문을 가지고 있는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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