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단편선 월드클래식 시리즈 8
프란츠 카프카 지음 / 매월당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카프카는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생겼던 '괴리감'을 이 작품에서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카프카의 아버지는 생활력이 강하고 신분 상승의 욕구가 큰 상인으로서 키가 거의 195cm 되는 장신에다가 건장하였다고 한다. 물론 카프카도 180cm가 넘었으나 다소 왜소한 편이었고 예민한 문학도였고 문학 생활을 계속하고 싶었으나 장남이었고 동생 둘은 일찍 세상을 떠난지라 카프카의 아버지의 뜻대로 법대를 가게 되었고 또한 아버지는 내심 카프카가 자기의 업을 물려받기를 원했는 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점은 비슷한 것 같다.

이 소설에서 친구 게오르크는 자신의 고향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러시아로 간 것을 설정함으로써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카프카의 내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어 카프카의 아버지는 그대로 반영한 듯하다. 가부장 제도의 전형을 보여주는 아버지에 선고로 주인공 게오르크는 반항하지 않고 그대로 따른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나와 아들과의 관계가 새삼 떠올랐다.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나와 여린 심성으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 그리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아들을 다독거리는 아내. 책 한 권을 읽고 마음이 변하고 삶이 변해야 제대로 책을 읽은 것이라는 어느 분의 말씀이 마음에 와닿는다.

과연 게오르크 벤데만이 아버지의 '익사형'을 따르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일까?"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당신들을 사랑했어요." 고 외친 게오르크가 눈에 밟힌다. 소크라테스가 생각나는 밤이다.


• 90
아주 화창한 어느 봄날 일요일 오전이었다. 젊은 상인인 게오르크 벤데만은 조잡하게 건축한 나지막한 집들 중의 하나인 이층집에 있는 자기 방에 앉아 있었는데, 강을 따라 죽 늘어서 있는 집들의 높이와 색깔만 조금씩 다를 뿐 거의 같은 모양이었다. 방금 그는 외국에 있는 어릴 적 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다 쓰고 나서, 그것을 장난하듯이 천천히 봉투에 넣어 봉했다.

게오르크는 이 친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친구는 고향 땅에서 이룬 성취에 만족하지 못하고 벌써 여러 해전에 러시아로 도망치듯이 단호하게 가 버렸다. 그는 페테르부르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업이 처음에는 아주 잘 풀리는 듯했지만, 점차 뜸하게 고향을 찾으면서 신세 한탄을 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양이었다.


• 97
“아버지도 아시잖아요. 처음에는 친구에게 약혼한 사실에 대해 침묵하려고 했어요. 그를 배려해서 그런 것이지, 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아버지도 아시다시피 까다로운 친구거든요. 그 친구는 혼자 고독하게 살고 있어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기는 하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제가 약혼한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98
“게오르크야, 부탁하건대 날 속이지 마라. 그것은 아주 하찮은 일이고 정말 대수롭지 않은 일이니, 날 속이지 말라는 거야. 페테르부르크에 정말 네가 말하는 그 친구가 있기는 한 거냐?” 게오르크는 당황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 107
“그러니까 넌 이제야 너 말고도 또 무엇이 있는지를 알겠지. 지금까지는 넌 너 자신밖에 몰랐어! 너는 본래 순진무구한 아이였으나, 더 근본적으로 말한다면 넌 악마 같은 인간이었던 거야! 그러니까 잘 알아들어라. 이제 내가 너에게 익사형을 선고하노라!”



• 108
“사랑하는 부모님, 전 언제나 당신들을 사랑했습니다.”
그러고는 아래로 몸을 떨어뜨렸다. 그 순간 다리 위에서는 차량의 왕래가 끊이지 않고 계속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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