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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지난달에는 네 개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 하면 예전에는 종이로 예쁘게 만든 청첩장이라는 게 있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휴대폰으로 전자 청첩장이 온다. 그 속에는 예식장 안내뿐 아니라 예비 신랑 신부들의 사진까지도 들어 있다. 그리고 전화번호와 댓글 쓰는 공간도 있다. 결혼 풍습이 많이 바뀐 것을 실감한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잘 살겠습니다˝라는 청첩장의 문구로 끝이 난다. 요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회사 동료 간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놓으며 다소 이기주의적인 면이 있는 회사 언니와 연봉에 대한 남녀 차별 등을 드러내고 있다. 빛나 언니에 대한 주인공인 ‘나‘의 판단이 다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편으로 보면 미울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해할 구석이 있을 듯하다. 그러나 아직도 만연해 있는 성차별적 요소는 마음에 걸린다.
단편소설 함께 읽기로 선정된 장류진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문체가 정감이 가고 따뜻했다. 2018년 창비 신인소설상으로 등단했다니 박수를 보낸다. 나머지 단편들도 읽기를 기다린다~~^^
회사 생활을 해보지 않아 회사 분위기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이 책보다는 더 리얼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잠시나마 나의 결혼 시절을 생각하게 해 주신 장류진 님에게 감사드리고 오늘 결혼하기는 모든 분들께 축하 말씀을 전한다. ˝결혼은 해도 후회요 안 해도 후회한다˝이지만 결혼하신 거 정말 잘 하신 거라고...
2020.1.5.일
˝빛나 언니한테 가르쳐주려고 그러는 거야. 세상이 어떻게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지. 오만 원을 내면 오만 원을 돌려받는 거고, 만 이천 원을 내면 만 이천 원 축하를 받는 거라고. 아직도 모르나 본데, 여기는 원래 그런 곳이라고 말이야. 에비동에 새우가 빼곡하게 들어 있는 건 가게 주인이 착해서가 아니라 특 에비동을 주문했기 때문인 거고, 특 에비동은 일반 에비동보다 사천 원이 더 비싸다는 거. 월세가 싼 방에는 다 이유가 있고, 칠억짜리 아파트를 받았다면 칠 억 원어치의 김장, 설거지, 전 부치기, 그 밖의 종종걸음을 평생 갖다 바쳐야 한다는 거. 디즈니 공주님 같은 찰랑찰랑 긴 머리로 대가 없는 호의를 받으면 사람들은 호시탐탐 노리다가 뭐라도 트집 잡아 깎아 내린다는 거. 그걸 빛나 언니한테 알려주려고 이러는 거라고, 나는.˝
(p28)
빛나의 결혼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축하해 주신 마음 잊지 않고 잘 살겠습니다. 상자를 열었다.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백설기 한 조각과 저마다 색이 다른 경단 네 개, 쑥색 꿀떡 두 개가 들어 있었다. 허기가 느껴졌고, 이내 침이 고였다. 랩 포장을 벗겨내고 샛노란 고물이 포슬포슬하게 묻혀진 경단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방금 쪄낸 듯, 아직 따뜻했다. 오늘 새벽에 찾았나 보네. 나는 달고 쫄깃한 경단을 우물거리며 생각했다. 빛나 언니는 잘 할 수 있을까? 부디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는데.(p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