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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하여 ㅣ 쏜살 문고
존 러스킨.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유정화.이봉지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평점 :
🌲마르셀 프루스트!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작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을 작년에 만나고 나서 지금은 다른 출판사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2권을 야금 야금 읽고 있는 중이다.^^; 문득 저자 이름에 프루스트의 이름이 보이길래 집어 든 책이다. 제목이 <참깨와 백합 그리고 독서에 관해서>이니 당연히 시골 생각이 바로 떠올랐다. 무식이 죄가 될까? 책 내용이 다소 어렵거나 하면 옮긴이의 말이 책 머리에 자리 잡는다. 이 책도 앞에 있다. 친절하게도 번역하신 분들께서 쉽게 정리해 주셨다. 한 마디로 존 러스킨의 ‘독서‘에 관한 강의 2편과 프루스트의 비평이다. 물론 앞 부분은 나의 관심에서 떨어져 나를 보았고 나는 냅다 뒷부분을 꼼꼼히 챙겨 읽었다. 과연 명불허전이다.
이 책은 러스킨의 ‘참깨: 왕들의 보물‘과 ‘백합: 여왕들의 화원‘ 그리고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해서‘로 구성되어 있다. ‘참깨‘는독서에 관한 강연내용이고 ‘백합‘은 여성의 교육과 의무 그리고 가정과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한 강연내용이다. ‘독서에 관해서‘는 앞부분은 프루스트 자신의 어린 시절 독서에 대해 그리고 뒷부분은 러스킨의 독서에 대한 반박이 소개되어 있다.
만약 러스킨이 이 강연을 현대 한국에서 했다면 반응을 어떠했을까? 프루스트의 한 방의 펀치가 시원하다. 독서란 무엇인가? 실용서도 많이 읽어 보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써 독서에 대한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하여 기쁘기 그지없다. 존러스킨, 마르셀 프루스트 그리고 번역해주신 유정화, 이봉지 님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19.12.26.목
* 참깨: 왕들의 보물
저자 나름의 소박한 인간적 방식으로 그의 내면에 있는 진실한 영감을 총동원해서 쓴 그의 기록이며 비문(碑文)입니다. 책이란 바로 이런 것입니다.
p.28
무엇보다도 단어에 열심히 주목해서 그 뜻을 음절별로 아니 철자별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중략) 지식적인 면에서만 본다면 교양과 비교양의 차이는 온전히 정확성의 문제입니다.
p.34
마음이 강해지고 정신이 강해지는 것, 곧 관대해지는 것은 진실로 위대한 인생을 사는 길입니다. 점점 관대해지는 것은 인생에서 출세를 하는 것입니다.
p.73
* 백합: 여왕들의 화원
여성이 다스리는 한 모든 것은 옳아야 합니다. 그녀는 지속적으로 변함없이 훌륭해야 하며 본능적으로 확실하게 지혜로워야 합니다. 자기 계발을 위한 지혜가 아니라 자기 부정을 위한 지혜를 키워야 합니다. 남편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남편의곁을 지키기 위해서 지혜로워야 합니다.
p.104
여성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그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그들의 아름다움을 완전하게 해 줄 신체적 교육과 운동을 반드시 확보하는 겁니다.
p.105
가정에 대한 남성의 일이란 이미 말씀드렸듯이 가정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가정에 대한 여성의 일이란 가정의 질서와 안락함과 사랑스러움을 지켜내는 겁니다. (중략) 국민으로서 여성의 의무는 국가의 질서를 지키고 안락하게만들며 아름답게 꾸미는 것입니다.
p.122
*독서에 관하여
마침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 책이 끝난다. 미친 듯이 페이지 위를 내달리던 눈의 움직임과 숨을 고르기 위해서 잠시 멈추었다 재개되던 소리 없는 낭독을 끝내야 할 시간이 온 것이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중략) 마지막 몇 페이지에서 작가는 <에필로그>라는 잔인한 후일담으로 그들을 우리로부터 멀리 떼어 놓는다.
p.148-149
독서에 대한 러스킨의 주장은 데카르트의 다음 말로 요약된다. ˝양서의 독서는 그 저자들, 즉 지난 시대 최고의 교양인들과나누는 대화와도 같다.˝ 그러나 러스킨은 이 프랑스 철학자의 생각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중략) 나는 독서란 근본적으로,그리고 고독 속에서의 소통이라는 유익한 기적이라는 점에서 러스킨의 말과 다를 뿐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독서가 우리 정신적 삶에 있어 지배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 러스킨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p.153-156
독서의 역할이란 우리를 딱 문턱까지만 인도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독서를 그 자체로 하나의 학문으로 만드는 것은 독서에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하는 일이다. 독서는 정신적 삶의 문턱에서 우리를 그 삶 속으로 인도해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우리의 정신적 삶을 구성할 수는 없다.
p.161
우리는 각 작가의 이런저런 특성을 좋아하는 데 있어 그 작가들이 굳이 훌륭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의 깊이 있는 묘사를 알아보고 그것을 이기심 없이, 입에 발린 미사여구 없이, 마치 자기 자신처럼 사랑하는 것도 매우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 우리는 책의 가치를 이리저리 따져보는 습성이 있다. 프루스트의 작가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다.
p.175
프루스트에게 독서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유용성보다는 개인적 의미에 있다.
독자를 자신의 개인적 독서 경험 속으로 인도함으로써 독자들 역시 ˝구불구불한 꽃길을 걷는 사람처럼 발걸음을 늦추면서자신들만의 추억을 떠올˝리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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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그 책을 읽었던 시간과 장소의 이미지˝같은 개인적인 요소에서 독자들이 직접 찾기를 기대한다.
왜냐하면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책에 있는 내용이 아니라 그 책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읽었으며, 그때 무엇을 느꼈느냐 하는것, 독서 경험 그 차체이기 때문이다. - 마르셀 프루스트-
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