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림시집 에피파니 에쎄 플라네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이수정 옮김 / 에피파니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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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엔 그림이 담긴 책을 많이 만났다.
이번엔 릴케의 <그림시집>이다. 표지가 정감이 간다.
책 중간중간 ‘몽마르트의 화가‘라 불리는 모리스 위트릴로의
멋진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 뒷부분에는 릴케의 아포리즘도 실려있다.

겨울의 찬바람과 함께 고독이 제방터지듯 밀려 온다.
시 2편과 아포리즘을 옮겨본다.
잠시나마 고독을 일깨워주신 릴케님에게 감사드린다.
2019.12.7.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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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고독은 비와 같다.
바다로부터 저녁을 향해 밀려 오른다;
머나먼 그리고 외진 들판으로부터
늘상 고적한 하늘로 갔다가
그리고 비로소 하늘로부터 고독은 도시 위로 내린다.

​남녀 합일의 시간들 속에서 아래로 비는 내린다.
모든 골목들이 아침을 향해 깨어날 때
그리고 아무것도 찾지 못한 육신들이 실망하여 슬프게 서로를 떠나갈 때;
그리고 서로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야 할 때

​그때 고독은 강들과 함께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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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하였습니다.
해 시계 위에다가 당신의 그림자를 얹어두시고,
그리고 들판 위에다 바람들을 풀어두소서

​마지막 과일들에게 무르익으라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들을 베푸시어
그것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그리고
마지막 단맛아 진한 포도주에 스미도록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오래도록 고독한 채
잠들지 않고,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그리고 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불안스럽게
헤맬 겁니다, 낙엽이 흩날릴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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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고독한 존재입니다.
그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고독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바로 거기에서 출발하는 편이
얼마나 더 좋은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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