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방인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평점 :
* 오늘은 블로그에 3권의 감상문을 적었다.
이번엔 <이방인>이다. 영어로 <The Stranger>.
영어 제목을 누가 지었는 지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우리는 낯선 곳에 가면 어떤 느낌이 든다.
이 소설에서 카뮈가 느꼈던 것과 동일한 것.
살아가면서 나와 어울리지 않는 환경이나 부자연스러움이 있을 때
나는 과연 용기를 내어 헤쳐 나왔는가?
물론, 법이나 도덕의 틀을 깨자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나에게 더욱 정직해지고 자유를 외쳐보아야겠다.
책을 읽으며 내내 뫼르소가 되게 해준 카뮈에게 감사한다.
2019.11.22.금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른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예정. 삼가 조의를 표함.˝ 이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어제였을 것이다.
p.9
집에 있었을 때,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양로원에 들어가고 난 처음 며칠 동안은 종종 울곤 했다. 그러나 그것은 습관 탓이었다. 몇 달 후에 양로원에서 데리고 나오겠다고 했더라도 역시 울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습관 때문에 말이다. 마지막 해에 내가 양로원에 거의 가지 않은 데는 그런 이유도 없지 않다.
p.11-12
˝관을 닫아 놓았습니다만, 어머니를 보실 수 있도록 나사를 뽑아 드리지요.(중략)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내가 대답했다. ˝네˝ (중략) ˝왜지요?˝ 나는 말했다. ˝모르겠습니다.˝
p.13
옷을 다 입었을 때, 마리는 내가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내게 상을 당했냐고 물었다. 나는 엄마가 죽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언제부터 상중인지 묻기에, 나는 ˝어제부터˝라고 대답했다. (중략) 하기야 아무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누구나 조금은 잘못이 있게 마련이니까.
p.30
그러나 나는 한 발짝, 단 한 발짝을 앞으로 내디뎠다. 그러자 이번에는 아랍인이 몸을 일으키지 않고서 칼을 꺼내어 햇빛 아래에서 내게 내밀었다. (중략) 그때 나는 축 늘어진 몸에 네 발을 더 쏘았고, 총알들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깊숙이 박혔다. 그리고 그것은 마치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짤막한 노크 소리와도 같았다.
p.78-79
나는 그에게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것은 잘못이고, 그 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을 가로막고는, 벌떡 일어서서 내개 신을 믿는 냐고 물으며 다시 한번 나를 몰아세웠다. (중략) ˝그것 봐. 그것 보라고. 너도 믿고 있지?˝ 물론 나는 한 번 더 아니라고 대답했다.
P.90-91
그때,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내 속에서 무엇인가가 터져버렸다.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치기 시작하면서,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기도를 하지 말라고 했다. (중략) 다른 사람들의 죽음, 엄마에 대한 사랑이 나와 무슨 상관이고, 당신의 하느님, 우리가 선택하는 삶, 우리가 선택하는 운명은 또한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입니까? (중략) 모든 사람은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오직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만간 사형을 당할 것입니다. 그러니 엄마의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살인죄로 고발당해 목이 잘린다고 해서 그게 뭐가 중요하나요?
P.152-153
나는 기진맥진하여 침대 위로 쓰러졌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던 모양인지, 눈을 떠보니 내 얼굴 위로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중략)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였다. 그처럼 세계가 나와 닮아 있고 마침내 내 형제와도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나는 지금까지 늘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게 완성되게 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덜 외롭다고 느끼기 위해, 이제 내게 남은 소원은 단 하나, 내가 처형당하는 날 구경꾼들이 많이 몰려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받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p.154-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