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위한 철학수업』【이진경,문학동네,2013】


철학 수업...
대학 1학년 때 철학 강의를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철학 하면 뭔가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당시 과대표여서 친구들은 ˝넌 무조건 A 학점 나올거야˝ 라고 말들 하곤 했다.
딱히 과대표가 할 일은 출석부 가져왔다가 강의 끝나면 다시 학과 사무실에 반납하는 일이었다.
한 학기 강의 제목은 ‘음악에 관하여‘였다.
중학시절부터 LP로 팝송을 즐겨 듣곤 해서 내심 학점에 대한 자신이 넘쳤다.^^;
그러나 반전, 강의 내내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시험 결과 ‘C‘학점을 받았다. ㅠㅠ.
과대표라 해서 학점을 더 주시지도 않으셨고 음악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시험지도거의 갈팡질팡...
그러나 난 그 교수님의 수업을 계속 들으며 졸업했다. 학점은 언제나 ‘C‘.

지난해 교수님의 저서와 변역서가 여러 권 나와 모두 읽은 적이 있다...
아직도 ‘철학‘이란 단어는 나에겐 ‘C‘학점이다.

이 책은 독서토론 선정도서이다. 내일은 이 책을 가지고 토론한다.
제목에 ‘철학‘이란 단어가 들어가 첨엔 움찔했다.
이 분 책은 첨이라 차분하게 읽어 나갔다. 철학이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회상하며...
삶 속에서 찾아낸 주옥같은 글들이 하얀 종이위에 펼쳐 있다.

이진경 님께 감사드린다. 2019.11.18.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것, 그것은 단지 한 줌의 용기이다.
20쪽

자기 것이 되지 못한 행운, 자기 것이 되지 못한 자산이나 남의 신체, 남의 능력을 부러워하는 한 우리는 결코 자유와 행복에 이르지 못한다. 허공을 뒤지며 행복을 구하고, 허공을 디디며 자유를 찾는다. 그것으론 자유와 행복을 향한 걸음은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한다. 자, 바로 여기서 시작하는 거야.
39쪽

강자와 약자는 따로 존재하는 어떤 인물들의 유형이 아니라, 내 안에 존재하는 두 가지 방향, 두 가지 삶의 방식인 것이다. 자유란 그 두 선택지 앞에서 어느 하나를 택할 자유가 아니라, 약자의 길과 동시에 다가오는 또 하나의 길, 노예적 삶과는 다른 삶을 살 가능성을 지칭하는 이름일 것이다. 그 피할 수 없는 ‘운명적인‘ 매혹의 이름일 것이다.
53쪽

웃음은 삶의 무게를 덜어주고 그 무게만큼 슬픔의 가능성을 줄여준다. 기쁜 만큼 웃을 수 있듯이, 웃는 만큼 기쁠 수 있다. 자유가 기쁨을 주듯이, 기쁨의 자유의 가능성을 확대해준다.
68쪽

사랑이란 빨간 돌과 파란 돌을 섞어 탑을 쌓는 것이다. 미친 열정의 돌과 차분하고 안정된 돌. (중략) 섰어 쌓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어느새 파란 탑을 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빨간 돌 만으로 탑을 쌓으려 할 때, 비로소 두 가지 돌이 섞인 탑이 만들어질 것이다.
103쪽



자신만의 취향을 고집하는 취향의 자유주의는 자기 취향과 다른 것을 감지할 수 없는 능력의 부재를 자랑삼는 것이다. 익숙하고 편안한 감각 안에서 벗어날 줄 모으는 취향의 구속을, 내 능력 밖의 있는 것의 ‘악덕‘을 찾아 정당화하는 것이다.
153쪽

지금 자유롭지 못하고 지금 무력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주어져 있는 그 능력을 믿지 않아서이고, 그 능력을 쓰려 하지 않아서이다. 우리의 지적 능력은 항상 저기서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180쪽

자유는 지성의 바깥에서 온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자유란 밝음이 아니라 어둠을 향한 지성의 비행이다.(중략)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으로 타자들에 대해 단언할 때가 아니라 애가 알고 있는 것을 내려놓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이게 될 때 지성은 자유의 친구가 될 것이다.
191쪽

사실은 아무리 늦었다고 생각되는 시기라도 결코 늦지 않았다고. 우리는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다고. 그 시작과 함께 우리는 ‘나의 삶‘을 비로소 시작하는 것이라고.
219쪽

그리고 요즘은 시를 읽는다. 느린 시인의 시간 속에서, 그 시간의 여백 속에서 다른 속도,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그렇게 변하는 리듬 속에서 나의 속도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24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