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그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침대에 누워 있는 자기 몸이 흉한 해충으로 변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갑각처럼 단단한 등을 지고 누워 있었으며, 머리를 약간 쳐들자 활처럼 줄이 죽죽 간 갈색의 둥근 배가 보였다. 배의 꼭대기에는 금새라도 미끄러져 떨어지리 듯이 이불이 간신히 얹혀 있었다. 다른 덩치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은 그의 눈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아른거렷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그는 생각했다. 꿈은 아니었다. 그의 방은, 그래 좀 작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인간의 방은 눈에 익은 네 개의 벽 사이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9-10쪽

‘이렇게 일찍 일어나다 보니.‘ 그는 생각했다. ‘사람이 멍청해지는 거야. 사람은 잠을 제대로 자야 해. 다른 영업사원들은 하렘의 여인들처럼 살고 있어. (중략) 부모님이 그에게 진 빚을 다 갚을 만큼 돈을 모으게 되면- 그러려면 아마도 앞으로 오륙 년은 더 걸리겠지- 반드시 그렇게 하고야 말 거야. 그러면 나는 인생의 일대 전환을 이루어 내는 거야. 하지만 지금 당장은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급선무야. 다섯 시 기차를 타야 하거든.‘

12-13쪽

˝잠자 씨.˝ 이번엔 업무대리인이 목소리를 높여서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요? 당신은 지금 당신 방에 틀어박혀서 그저 네, 아뇨 정도로만 대답하면서 당신 부모님한테 쓸데없는 큰 걱정을 끼치고 있소. 지나가는 말로 덧붙이자면 당신은 듣도 보도 못한 야릇한 방식으로 당신의 직업상의 의무도 소홀히 하고 있어요. 나는 여기서 당신의 부모와 당신의 사장의 이름으로 말하고 있소.

28쪽

그레고르가 문틈을 통해서 보니 거실에는 가스등이 켜져 있었다. 그러나 매일 이 시간쯤이면 아버지가 석간신문을 큰소리로 어머니나 때로는 여동생에게 읽어 주곤 했었는데 지금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중략) ‘ 이 집 식구들은 정말 조용히도 사는군.‘

48-49쪽

부모 역시 그레그르가 굶어 죽는 것을 바라지는 않았겠지만 그가 무엇을 먹는지에 대해 말로만 듣는 것 이상의 것은 알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여동생은 부모가 겪을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려고 한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그들은 지금 당장 많은 슬픔을 겪고 있을 테니까.

55쪽

가족들은 고맙다며 돈을 받았고, 그는 돈을 기꺼이 건에주었지만, 어떤 특별한 온기 같은 것은 더 이상 생겨나지 않았다. 다만 여동생만은 그레고르와 여전히 가까웠다.

59쪽

그러나 그레테의 말을 듣고 사뭇 불안감을 느꼈는지 어머니는 옆으로 비켜서면서 갈색의 커다란 반점이 꽃무늬 벽지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어머니는 자기가 본 것이 그레고르라는 것을 채 의식하기도 전에 거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하느님, 맙소사, 하느님 맙소사!˝ 그러면서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양팔을 크게 벌린 채 소파위로 털썩 쓰러져 꼼찍도 하지 않았다.

77-78쪽

아버지는 소파에 몸을 깊이 파묻얼 뿐이었다. 두 여자가 그의 양쪽 겨드랑이를 끼고 나서야 그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어머니와 여동생을 번갈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게 내 인생이야. 이게 내 옛 시절의 안식이야.˝ (중략) 그사이 어머니는 바느질거리를, 여동생은 펜을 얼른 던지고서 아버지의 뒤를 쫒아가 아버지를 얼른 다시 부축해야 했다.

88-89쪽

˝내다 버려야 해요.˝ 여동생은 큰소리로 말했다. ˝그 방법밖에는 없어요, 아버지. 저게 그레고르라는 생각을 떨쳐 버려야 해요. 우리가 그렇게 믿는 한 우리는 불행해질 뿐이에요. 저게 어떻게 그레고르일 수 있어요? 저게 만약에 그레고르라면 저런 짐승과 인간은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을 진작 깨닫고서 자발적으로 이 집에서 나갔을 거예요.

110쪽

그는 눈물을 머금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족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이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어쩌면 여동생보다 그 자신이 훨씬 더 결연했다. 그는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이런저런 생긱을 하면서 있었다. 그때 시계탑의 시계가 새벽 세 시를 알렸다. 그는 창밖이 서서히 밝아 오기 시작하는 것을 아직은 느꼈다. 이윽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의 머리가 푹 고꾸라졌고, 그의 콧구명에서는 마지막 숨결이 약하게 새어 나왔다.

114쪽

˝자 이제,˝ 잠자 씨는 말했다. ˝우리는 하느님께 감사할 수 있게 됐어.˝ 그가 성호를 긋자 나머지 세 여자도 따라했다. 시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던 그레테가 말했다. ˝저것 좀 보세요. 정말 말랐어요. 아주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요. 음식을 해서 들여보내면 다시 그대로 나왔어요.˝

116쪽

이윽고 그들 세 사람은 함께 집을 나섰다. 벌써 몇 달째 해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중략) 그리고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하여 딸이 맨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젊은 몸을 쭉 뻗었을 때 그것이 그들에겐 그들의 새로운 꿈들과 훌륭한 뜻을 위한 확증처럼 보였다.

122-123쪽

몇 개월만에 독서 토론으로 다시 읽게 된 ‘변신‘
상황에 따라 마음이 형형색색으로 바뀌 듯 다시 읽은 ‘변신‘은 제목 그대로 변신을 한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자본주의, 금전만능주의, 돈...
현재에서도 화두인 이 단어들이 100여전에도 핫 이슈였는지...
바쁜 현대인들의 자아상실과 소외감...
혼밥, 혼술...

고전이란 시대를 초월한다는 말을 절감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를 제치고 이 책을 선택하였는데
베스트 초이스였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나 자신부터 이런 조리에 맞지 않는 즉, 부조리한 사고에서 벗어
나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다음은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이다.^^;

프란츠 카프카에게 감사드린다.
2019.11.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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