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포스팅은 영화 "너의 이름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본 애니매이션은 웬만한 영화 못지 않은 감동과 스토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사 영화가 주지 못하는 따스함을 주기도 하고, 찬란한 상상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최근 개봉해서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박스 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너의 이름은"도 그런 기대를 품게 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으니까. "너의 이름은"- 존재를 인식하는 가장 대표적인 매개 이름. 완결되지 않은 문장으로 더 많이 상상하게 하고, 더 큰 여운을 남긴다.

도쿄에 사는 남자 고등학생 '타키'와 전통을 중시하는 시골 마을 이토모리에 사는 여고생 '미츠하'의 삶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잠을 자고 깨어 나면 어느 날은 서로의 영혼이 바뀌는 것. 그날 만큼은 미츠하와 타키가 자기가 아닌 상대방의 일상을 살아간다. 그렇지만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나면 바뀐 일상에서의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 둘은 뒤바뀐 날들의 일상을 기록으로 남겨 상대방에게 전해주지만 정작 그날을 살았던 자신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나의 의식으로 하루를 살아낸 존재의 이름 조차도. 서로의 삶을 조금씩 더 많이 그리고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타키와 미츠하는 서로를 더 많이 그리워하고 서로의 흔적을 찾으려 애쓴다. 1200년 만에 혜성이 지구에 근접하는 날, 미츠하는 죽음을 맞이할 운명에 처한다.

애니메이션 만이 주는 감동과 따스함이 있다.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실사와 헷갈리는 그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물감의 색채가 느껴지는 그런 애니메이션 말이다. "너의 이름은"은 따뜻하고 아름답다. 색감이 아름답고, 미츠하와 타키의 감정이 아름답고, 밤하늘을 수 놓는 혜성의 꼬리가 아름답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통해 서로의 일상에 관여하게 되고, 결국 운명까지 바꿔 놓는 미츠하와 타키의 이야기는 잔잔하게 설레인다.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에, 각자의 삶에 집중하는 동안에 미츠하와 타키는 어느새 가까워져 있다. 그리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우리의 삶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서 더욱 아련하고 마음에 와 닿는 아이러니. 라라랜드가 아름다운 그리고 성숙한 어른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춤으로 풀어냈다면, '너의 이름은'은 엉뚱함과 설레임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미소를 띄며 마무리 된다. 끝내 둘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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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랜시간을 들여 읽었다. 한 줄 한 줄이 머리 속에 잘 들어 오지 않았다. 그러나 참고 읽었다. 요즘 시대를 생각하면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무엇이 제대로 된 역사인지 왜곡된 역사인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은 어떻게 기록되어야 하는지 스스로 정리가 필요했다.
영화 변호인에서 불온서적으로 언급된 이 책을 읽고나니 조금 더 생각이 자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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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자의 조건 -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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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언제나 각 시대를 호령했던 강대국이 존재했다. 그런 강대국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강한 나라를 이루었을까? 오늘 소개하는 "강자의 조건"은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한다. 이 책은 EBS에서 방영되었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로마, 몽골, 영국, 네덜란드, 미국까지 역사상 시기 별로 존재했던 강대국의 출현 과정과 핵심적인 원인을 밝히고 있다.
 
 작가가 소개한 로마, 몽골, 영국, 네덜란드, 미국은 광대한 영토를 가진 제국을 건설했거나,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움직였다. 로마는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 반도를 휘젓고 다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로마제국을 건설했다. 로마 제국은 도시 국가 연합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니발의 위협으로 로마 제국이 해체될 수 있는 절체 절명의 순간에도 대부분의 도시 국가들은 로마를 배신하지 않았다. 왜 일까? 이미 도시 국가들은 로마의 일부가 되어있었다. 싸워서 이기면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로마 시민권을 주었고, 원로원 집정관 자리도 허락했던 로마의 관용과 포용력 ! 그것이 로마제국의 힘이었다. 몽골은 어떤가? 몽골제국의 수도 카라코룸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인재들이 많았다고 한다. 몽골군은 정복한 지역의 인재들을 군대의 일원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전술과 기술을 발전시켜 나갔다. 네덜란드는 스페인 필리페2세의 종교 박해로부터 피신해온 유대인들을 받아들여 발전된 금융과 무역으로 강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영국, 미국 이런 역사의 강대국들 또한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일부로 받아들임으로 힘을 키워 나갔다. 

 강대국은 그랬다. 특정한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했으며, 그 과정에서 배타성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민족, 다른 나라의 사람도 기꺼이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으며, 핵심적인 역할을 부여했고 그들로부터 배웠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강자의 조건을 갖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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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의 여름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 2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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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박완서 단편소설집을 읽었다. 박완서의 글은 언제나 쉽게 읽히고 따뜻하다. 어깨가 부딪히는 지하철에서도, 피곤에 지쳐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도 나로 하여금 집중하게 만든다. 총 16편으로 이뤄진 단편 소설집 배반의 여름은 1975년부터 1978년 박완서가 발표한 단편 소설을 엮어 놓았다. '배반의 여름'에 실린 단편 소설들은 6.25전쟁과 맞닿아 있다. 직접적으로 혹은 은연중으로 전쟁의 상처와 연관되어 있다. 6.25전쟁 중에 오빠를 잃은 작가의 삶과 작품은 이후로도 끈질기게 작품을 통해 삶의 고단함을 말한다. 그런데 얼핏 보면 비슷한 박완서의 작품들을 꾸준히 읽게 되는 것은, 전쟁의 상흔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들의 단면을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21세기에도 계속해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뀔 뿐 인간의 속성은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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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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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걸까?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최근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 저기에서 들린다. 인공지능은 기대와 함께 많은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 CEO인 엘론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까지 내놓았다. 그래서 너무 궁금했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인공지능의 실체는 무엇인지, 인공지능의 발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인공지능에 관련된 여러 가지 책들을 찾아보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인간 VS 기계"를 집어 들었다. 잔다르크와 로봇 그림이 대비되어있는 책 표지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대식 교수는 뇌과학자다. 뇌과학자가 풀어가는 인공지능 이야기는 친절하고 흥미진진하다. 

  사람은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반응한다. 따라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정확하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위해서 철학까지도 등장하는 이유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나 기호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김대식 교수는 10%라고 말한다. 세상에 실존하고 발생하는 많은 것들이 언어나 기호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가 하루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 많은 감정과 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생각들 중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를 생각해보니 10%라는 수치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대 철학자들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철학의 주요 주제로 다뤄왔다. 더군다나 기계에게 이 세상을 인식시킨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1'과 '0'으로 표현되는 디지털 신호로 기계에게 이 세상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딥 러닝"이다. 어린 아이는 고양이 사진 몇 장을 보고 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고양이를 다른 동물과 구별해 낸다. 인간은 10^11 개의 신경망 세포와 10^15개의 시냅스를 뇌속에 가지고 있다. 뇌는 12~15층의 다층 구조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하부층에서 수집된 정보가 정리되고, 요약되어 최상부층에서는 각 하층부에서 올라온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인간 뇌의 동작 원리를 차용한 것이 딥 러닝이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다층 구조를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선 기업들은 수 십에서 백 층이 넘는 딥러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를 인공지능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에 할애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 한정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해당 분야에서는 사람보다 우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분야에서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경험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직업군이다.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바탕으로 어떤 병인지 진단하며 치료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대부분 과거 축적된 경험에 의존한다. 인공지능 의사는 인간보다 훨씬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검색하고 더 확률이 높은 진단을 내 놓을 것이다. 단순 노동은 대부분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로 바뀔 전망이다. 노동으로부터 오는 금전적 이익의 손실과 일의 보람 상실과 같은 정신 영역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공지능은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자본을 가진 자와 고용된 자로 나뉘었던 현재 자본주의 관점이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움직이는 자와 인공지능에 영향을 받는 자로 나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소유한 자는 막대한 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빠르면 10~20년 내에 가능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의식',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에 대해 과학자들조차 현재는 회의적이다. 인간의 영혼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적인 '자의식'이 탄생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때론 만약을 가정해 봄으로써 인공지능의 나갈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다.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인류가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왜냐면, 인간은 지구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에서 최고의 위치를 지닌 존재이다. 지구에 있는 모든 자원을 자신들을 위해 변형하고 이용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더 우월한 존재가 나타나 존재의 이유를 인간들에게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인류사를 통해 나타나고 발전해 왔던 그 어떤 과학기술보다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인공지능을 어느 정도까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인공지능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나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그 어떤 기술적 진보보다 더 확고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김대식 교수의 '인간 Vs.기계'는 인공지능에 관한 기술적 접근에 그치지 않고, 철학, 사회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에 관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하기 전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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