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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의 인간 vs 기계 -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김대식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평점 :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영화 터미네이터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걸까?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최근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 저기에서 들린다. 인공지능은 기대와 함께 많은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테슬라 CEO인 엘론머스크는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까지 내놓았다. 그래서 너무 궁금했다. 막연하게 알고 있는 인공지능의 실체는 무엇인지, 인공지능의 발달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인공지능에 관련된 여러 가지 책들을 찾아보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인간 VS 기계"를 집어 들었다. 잔다르크와 로봇 그림이 대비되어있는 책 표지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대식 교수는 뇌과학자다. 뇌과학자가 풀어가는 인공지능 이야기는 친절하고 흥미진진하다.
사람은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반응한다. 따라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기계가 세상을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다. 정확하게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을 인식'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기 위해서 철학까지도 등장하는 이유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언어나 기호로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김대식 교수는 10%라고 말한다. 세상에 실존하고 발생하는 많은 것들이 언어나 기호로 표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내가 하루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 많은 감정과 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많은 생각들 중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정도를 생각해보니 10%라는 수치에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고대 철학자들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철학의 주요 주제로 다뤄왔다. 더군다나 기계에게 이 세상을 인식시킨다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1'과 '0'으로 표현되는 디지털 신호로 기계에게 이 세상 모두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딥 러닝"이다. 어린 아이는 고양이 사진 몇 장을 보고 나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고양이를 다른 동물과 구별해 낸다. 인간은 10^11 개의 신경망 세포와 10^15개의 시냅스를 뇌속에 가지고 있다. 뇌는 12~15층의 다층 구조로 사물을 인식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하부층에서 수집된 정보가 정리되고, 요약되어 최상부층에서는 각 하층부에서 올라온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러한 인간 뇌의 동작 원리를 차용한 것이 딥 러닝이다.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다층 구조를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세상을 인식하게 만든 것이다. 현재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선 기업들은 수 십에서 백 층이 넘는 딥러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를 인공지능이 가져올 우리 삶의 변화에 할애했다. 현재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은 특정 분야에 한정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즉 해당 분야에서는 사람보다 우수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우수한 능력을 보이는 분야에서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경험으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직업군이다. 의사를 예로 들어보자. 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바탕으로 어떤 병인지 진단하며 치료법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런 과정은 대부분 과거 축적된 경험에 의존한다. 인공지능 의사는 인간보다 훨씬 방대한 자료를 빠르게 검색하고 더 확률이 높은 진단을 내 놓을 것이다. 단순 노동은 대부분 인공지능을 탑재한 기계로 바뀔 전망이다. 노동으로부터 오는 금전적 이익의 손실과 일의 보람 상실과 같은 정신 영역의 문제가 동시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공지능은 사회적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자본을 가진 자와 고용된 자로 나뉘었던 현재 자본주의 관점이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움직이는 자와 인공지능에 영향을 받는 자로 나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소유한 자는 막대한 부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미래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빠르면 10~20년 내에 가능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의식',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런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에 대해 과학자들조차 현재는 회의적이다. 인간의 영혼을 대체할 수 있는 인공적인 '자의식'이 탄생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때론 만약을 가정해 봄으로써 인공지능의 나갈 방향을 설정할 수도 있다.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이 탄생한다면 인류가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왜냐면, 인간은 지구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에서 최고의 위치를 지닌 존재이다. 지구에 있는 모든 자원을 자신들을 위해 변형하고 이용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더 우월한 존재가 나타나 존재의 이유를 인간들에게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인공지능이 인류사를 통해 나타나고 발전해 왔던 그 어떤 과학기술보다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인공지능을 어느 정도까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느냐에 따라 인공지능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나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은 그 어떤 기술적 진보보다 더 확고하고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김대식 교수의 '인간 Vs.기계'는 인공지능에 관한 기술적 접근에 그치지 않고, 철학, 사회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 까지 광범위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에 관한 심도 있는 접근을 하기 전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