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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 - 에릭 슈미트가 직접 공개하는 구글 방식의 모든 것
에릭 슈미트 & 조너선 로젠버그 & 앨런 이글 지음, 박병화 옮김 / 김영사 / 2014년 10월
평점 :
'구글'이라는 회사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 자유로운 기업 문화, 최고의 인재
그러한 구글과 나는 운 좋게도 오랫동안 파트너로 일할 수 있었다. 4년이 넘는 시간동안 구글본사도 자주 방문했고, 언론에 나오는 인물들과 회의를 한 적도 있었다. 나름 구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라는 책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내가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그러나 좀 더 겸손해 지기로 했다. 내가 아는 구글의 모습이 그 속내의 몇 %나 될지 생각했다. 그리고 첫 장을 넘겨 읽기 시작했다. 역시 기대와 다르지 않았다. 무언가에 대해서 안다는 것이 얼마나 편협할 수 있고, 왜곡될 수 있는지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10년여의 시간동안 구글의 CEO로 일했던 에릭 슈미트와 그를 도와 오늘날의 구글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조너선 로젠버그가 함께 집필한 이 책을 통해 구글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어쩌면 구글의 그 어떤 제품이나 혁신적인 서비스보다 구글을 더 잘 설명해 주고 있다.
21세기가 시작되고 많은 혁신 기업이 등장했지만, 구글만큼 우리의 삶 깊숙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회사는 드물다. 그 만큼 그들의 기술과 제품은 놀라웠다. 지금도 구글은 세상을 놀라게 할만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궁금해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 그 해답을 나는 이 책을 통해 얻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구글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답은 "최고의 인재", "자유로운 환경", "끊임없는 소통" 이다. 구글의 직원 채용방식은 꽤나 유명세를 떨쳤다. 유수의 일간지에 진땀나는 면접 질문이 소개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수능시험과 같은 SSAT 점수를 보고 뽑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역시나 어떻게 일하는가의 시작점에는 "누가"라는 문제가 있었다. 이책에는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두 개 있다. - "전문성"과 "창의성" 바로 구글이 추구하는 인재가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다. 채용 포지션과 상관없이 구글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분야에서 만큼은 이 세상 누구보다 뛰어난 지식과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러한 전문성에 창의성을 추가로 갖춰야 한다. 이러한 사람들이 구글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업무 파트너로 일하는 구글 친구들의 소위 스펙을 보자면 그 면면이 화려하다. 스탠포드, MIT, 와튼 스쿨 등 미국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명문대 출신 친구들이다. 그런데 이 친구들이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 재능이 뛰어난 친구들이 열정까지 갖췄으니, 그들이 속한 회사가 성장하지 않을리 없다. 그래서 구글은 이런 인재들을 뽑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회사의 모든 조직 관리자들이 채용에 관여한다. 최근에 그 횟수가 줄어서 면접은 5회 정도 진행이 된다. 한때는 한 명의 후보자를 두고 수십번의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단다. 채용에 있어서는 부적절한 사람을 뽑지 않는 것이 적절한 사람을 놓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마치 재판에서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듯이.
구글에는 유명한 20%의 법칙이 있다. 언론에 많이 소개되었듯이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업무 외에 소위
'딴짓'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언론에 보도된 만큼 실제 그렇게 활발하게 20%의 시간을 '딴짓'에 쓰지는 않는다. 본연의 업무가 매우 바쁘기 때문이다. 다만 구글의 몇몇 혁신적 프로젝트가 자신의 업무 영역과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 대한 아이디어로 출발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주목해야할 점은 구글에는 누군가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아이디어를 말할 때 들어주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이라면 이럴 수 있을까? 회계나 인사에서 일하는 직원이 제품 개발관련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서 그 생각이 공유되고, 평가되고 아이디어 제안자를 중심으로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일어날 수 있을까? 구글은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다. 뛰어난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진짜 구글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통과 개방은 구글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언어이다. 구글에는 참으로 많은 회의가 있는 것 같았다. 함께 일해본 모든 친구들은 하루 종일 어떤 회의에 참석하느라 바빠보였다. 물론 그 회의는 우리가 생각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회의 참석자 중 가장 높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훈계를 늘어놓는 그런 회의는 아니다.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한 회의 들이다. 구글 내부에는 이러한 회의를 위한 도구들도 매우 잘 갖춰져 있다. 화상 회의 시스템이나 구글 행아웃을 통해 장소와 상관없이 원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진행한다. 또한 구글 내부 시스템을 통해 구글 내부 직원 모두가 다른 어떤 직원의 하는 일과, 목표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대기업에서 일하면서 얼마나 서로 감추고, 경계하는지 잘 알고 있는 나로써는 이러한 구글의 문화가 반대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구글의 뛰어남과 앞으로 또 어떤 기술로 우리를 놀라게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한국에는 왜 구글과 같은 회사가 없는가?" 라는 생각이 더 많이 내 머리속을 채웠다. 어떻게 하면 한국에도 창의성과 자율성이 보장된 문화와 뛰어난 성과가 함께 공존하는 회사를 만들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도전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반드시 도전해 보고 싶은 과제이다. 좀 더 길게보고, 좀 더 크게 보고, 좀 더 깊이 보는 내가 되어야만 그런 조직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를 좀 더 참아주는 조직과 사회가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책을 읽기전 보다 읽고 난 후가 뿌듯해지는 그런 책이였다.
"행동의 과정이 올바른지 확신하지 못할 때 최선의 선택은 직접 해 보고 나서 과정을 수정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지도자로써 가장 들을 필요가 있는 것이 나쁜 소식이다. 좋은 소식은 내일도 좋은 것이지만 나쁜 소식은 내일이면 더 나빠질 것이다."
"최종 사용자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머지는 모두 따라올 것이다."
"큰 틀에서 생각하는 것은 사람을 끌어들이고 일하게 만드는 아주 강력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전염성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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