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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2 - 다양성 너머 심오한 세계 ㅣ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2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현 옮김 / 다다서재 / 2022년 8월
평점 :
따뜻한 관심과 시선 속에 성장해 가는 중딩
1.
이번에도 역시 글에 온기가 있고 따뜻한 시선이 느껴진다.
글 행간에 넘치는 위트와 유머도 여전하다.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따스한 온정이 담긴 저자의 손길과 눈길이
이 각박한 세상에 한 줄기 빛을 비추는 듯 하다.
2.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핸펀을 켜 책을 주문했다.
표지의 색감, 분위기는 딱 전작의 느낌 그것 그대로다.
정겨운 친구와 재회한 느낌!
브래디 미카코씨는 새로운 신간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하나.
(사족으로 한두명을 더 꼽자면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와타나베 이타루, <바닷마을 다이어리>, <우타강의 시간>의 작가 요시다 아키미 등..... )
3.
이 책은 중딩이 된 저자의 아들을 중심축으로 학교생활, 마을의 여러 이웃들, 친정 부모님 등의 이모저모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한 우리네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어린 꼬마였던 아들은 어느덧 머리가 굵어져 가는 중딩이 되었는데, 저자의 따뜻한 심성을 보고 배우며 자란 중딩이 키가 자라듯 머리도 마음도 성장해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흐믓해진다.
“이끄는 것(lead)이란 앞에서 당기는 것만이 아니다. 때로는 맨 뒤에 서서 뒤처지는 사람이 없도록 밀어주는 것(push up)이기도 하다.” (87쪽)
아들이 끄적여 놓은 위 메모쪽지를 읽으며 저자는 예전의 은사, 보육사 애니를 추억한다.(<아이들의 계급투장> 참조)
“애니의 말은 아들의 내면에 살아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어린이집의 설립이념이 그곳을 다닌 아이에게 이어져 지금도 숨쉬고 있다.”
4.
타인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은 의외로 드물고 귀한 능력이다.
향후 대학진학을 꿈꾸기 어려운 형편인 친구 팀에 대한 공감과 우정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5장 ‘지금 여기 너머의 세계’ 부분을 읽다보면 가슴이 찡해온다.
상대방의 아픔과 힘든 형편에 공감하고 그와 함께 서 있는 것을 택하는 중딩 아들 모습을 통해 우리는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세계는 여기 만이 아니다.... 저 마을 너머에 펼쳐진 바다와 하늘은 철책 따위로 둘러 싸이지 않았다고 언젠가 팀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107쪽)라는 구절에서 단지 자신의 아들뿐 아니라 많은 어리고 젊은 청춘들이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5.
책 전체, 글 모두가 다 좋았는데 저자의 가족(배우자, 아들)이 친정인 일본 후쿠오카로 여름 휴가를 가서 지내는 부분이 특히나 좋았다.
오랫동안 인지저하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 안쪽 방 속에서만 생활하는 어머니, 예전엔 무뚝뚝하고 집안일엔 손 하나 대지 않던 노령(70대)의 아버지가 그 배우자를 10년 넘게 간병하며 지내는 모습, 할아버지와 중딩 손자의 눈물겨운 우정(^^) 등 가슴 따뜻해지는 글이다
.
여름 휴가가 끝나고 마침에 공항에서 할아버지와 이별하기 전 일본어를 못하는 손자가 엄마를 통해 일본어로 번역하여 건넨 메모에는 의젓하고 속 깊은 마음이 담겨 있다.
“당신은 겸허하고 무척 따뜻한 사람입니다.
당신이 할머니와 함께해줘서, 항상 할머니를 돌봐주어서,
우리는 무척 행운입니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편지를 읽은 할아버지는 작게 중얼거린다.
‘이 녀석, 잘 보고 있었구만’
할아버지와 손자는 탑승 직전 눈물의 이별을 하고,
손자는 할아버지가 건넨 메모를 비행기 탑승 후
열어보는데 일본어 악필로 ‘시 아 순’이라고 쓰여 있다. ‘See you soon’(곧 또 보자)의 뜻.
게다가 글 아래 시바견과 할아버지가 뚝뚝 눈물 흘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삽화를 보며 킥킥 웃음 짓게된다 ^^
6.
갈 수 있었던 명문 가톨릭 중학교에 가지 않은 것을 후회하냐는 엄마의 질문에 예전에는 아니라고 명확히 말하던 아들이 이번에는 모르겠다는 답변을 하자 엄마는 적잖이 놀라게 되는데, 중딩 아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옳았는지 난 몰라. 나한테 일어나는 일은 매일 바뀌고 내 마음도 매일 바뀌거든.”
“하지만 ‘라이프’란, 그런 거잖아. 후회하는 날도 있다가 후회하지 않는 날도 있다가. 그게 계속 반복되는거 아냐?”
그렇다.
삶은 이렇게 계속된다. 죽~~~
저자 브래디 미카코의 글도 삶과 함께 주욱~~~ 계속되어 우리와 함께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해본다.
※ 옥의 티 하나 발견 ^^
63쪽 중간의 “잡답 중에 우스갯소리 삼아....” 부분은 “잡담 중에....”의 오타
다음 편은 언제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