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임헌영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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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실과 억압에 맞서온 노 평론가의 마지막 평론

 

1.

이 책의 존재는 한길사에서 출간된 임헌영 선생의 최근 대담집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대담 곳곳에서 선생이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이라는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는데 역시나 읽어보니 시간이 아깝지 않은 즐거운 한국소설 탐구 및 한국현대사 산책을 한 기분이랄까, 책 속의 책으로 떠나는 여행 같은 즐거운 시간이었다.

 

2.

저자는 장용학, 이호철, 최인호, 박완서, 이병주, 남정현, 황석영 등에 대해 상세히 다루고 있다. 평론가로서의 기나긴 여정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느낌의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당 부분을 읽는 동안 다시 서가 깊숙이 묻혀 있던 작가들의 먼지 묻은 책들을 찾아내어 다시 펼쳐보고 그 소설들을 읽었던 때를 회상하는 등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옛 추억을 되살리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3.

이 책을 읽으며 위 작가들의 책들 이외에 또 다른 책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크다.

예를 들어 허수열의 <개발 없는 개발>, 박찬승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강만길의 <일제시대 빈민생활사 연구>(이 책은 절판상태로 구할 수 없었는데, 최근 선생의 저작집이 발간되어 구입 가능) 등이 그렇다.

 

4.

여러 작가들에 대한 평론 중 개인적으로는 가장 정감 있고 친근하게 느껴지는 박완서 선생에 관한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는데, 선생의 장녀인 호원숙씨의 어머니에 관한 글 행복한 예술가의 초상 어머니 박완서(1992)를 인용하는 부분이 많이 나오길래 꼭 찾아서 읽고 싶었는데 등잔밑이 어둡다고,

이미 소장하고 있던 <박완서 문학앨범>(웅진출판, 1992)에 해당 글이 수록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맛나게 해당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박완서 선생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보아야 할 글이니 일독을 강추하는 바임 ^^)

 

5.

흥미로운 에피소드 하나!

이 책에는 의외로 박정희 시절 변절로 이름을 더럽힌 작가 이병주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데, 그의 저서 <그해 5> 중 한일협정의 비화를 전하며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들이 당시 일본 정계 흑막의 거물 고다마 요시오(兒玉譽士夫, 1911 ~ 1984)를 찾아가서 아양을 떤다는 소설 기술 부분을 주목할 만하다(301)고 쓰고 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도중인 2022. 8. 18. JTBC 뉴스룸에서 <한일협정 뒷거래 정황사진 입수 야쿠자 접대한 실세들>이라는 뉴스를 보도했다.


사진 속에는 중앙정보부장 김종필, 대통령 경호실장 박종규 등이 고다마 요시오와 한국의 요정에서 술파티를 벌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나와 있다.


위 소설 속 내용이 실물 사진으로 최초 입증되는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위 사진들은 중정에서 찍어서 일본 측에 전한 것을 재일 한국인이 발굴하여 JTBC 뉴스룸에 제보한 것이라고 한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6.

이 책은 선생의 <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과 함께 쌍을 이루는 책으로 함께 읽으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 소설을 통해 한국의 현실과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저자의 굽히지 않는 기개와 정신을 통해 지식인의 책무가 무엇인지 새삼 되돌아보게 된다.


행복하고 의미 있는 독서 시간이었다.

1941년생인 선생이 내내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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