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에 이은 후쿠시마 제1원전 대참사는 내게 너무 충격이었다. 2011년 3월 11밤, 지진 발생 약 8시간 뒤 원자로 1호기가 멜트다운(노심용융)을 일으켰다. 녹아번린 핵연료가 격납 용기 바닥에 고였고, 1, 2, 3, 4호기의 수소폭발과 1, 2, 3.호기의 멜트다운이 이어졌다. 그 이후 ‘원전(原電)’(더 정확한 표현은 핵발전소)에 대한 관심을 갖고 관련 서적을 한 권, 한 권 사서 읽게 되었다.
후쿠시마 핵참사 5주년에 맞춰 출간된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죽은 자들의 웅성임>과 함께 이 책을 주문하여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은 200쪽이 되지 않은 본문속에 원전에 관한 여러 방면의 글을 빼곡이 채우고 있다.
글은 매우 간결하지만 내용은 핵심으로 꽉 차있다. 원전의 위험성과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 중에서 몇몇 내용을 적어본다.
1>1> 오염물질을 주변과 분리해 수천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어떤 용기도 100년 이상 밀폐효과를 유지하지 못하며, 얼마 안 돼 방사성 원소가 누출되기 마련이다.(12쪽)
2> 2> 2011년 이후 국내는 물론, 국제 에너지 정책의 맥락에서, 원자력발전의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왔다. 국토의 절반을 잃고 국민의 절반이 피난해야 하는 위험을 생각할 때, ‘가장 안전한 에너지 정책은 원전을 보유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21쪽, 간 나오토 전 일본 수상)
3> 3> 후쿠시마 원전은 도호쿠(東北) 지역의 태평양 연안에 있다. ...... 바람이 남쪽이나 북쪽에서 불어오면 방사능 물질은 도호쿠 지역을 지나 간토 지역까지 이동한다. 일본 법률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땅 1제곱미터당 4만 베크렐 이상의 방사능 물질을 포함한 구역은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 광대한 지역이 피난구역이 돼버린다. 이런 현실에 직면한 일본 정부는 그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사실상 그들을 버렸다. ...... 10만명 이상이 집을 잃고 피난길에 올라 현재 유랑자처럼 살고 있다. 더욱이 1,000만명의 주민은 방사능 오염지역으로 지정돼야 할 곳에 남겨졌다. 그들은 매일 방사능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오염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24 ~26쪽, 고이데 히로아키)
4> 4> 원전의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잘 갖춰진 방어 설비와 깊이 있는 백업의 백업이지만, 심각한 사고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과소평가되고 있었다. 원자력과 관련해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울게 없다. 유일하게 놀랄 일은 우리가 계속 놀라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31 ~ 32쪽)
5> 5> 지진의 나라 일본에는 원자력발전소 54곳과 사용후 핵연료 2만톤 이상이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날 때까지 일본인 대부분은 상황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정부와 전력회사들이 미디어나 교육시스템을 통해 원전의 안전 신화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얘기해왔기 때문이다.(33~34쪽)
6> 6>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세슘137이다. 이 물질이 특별히 중요한 이유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에도 계속 자연 환경에 머무르고 있는, 가장 많이 방출된 수명이 긴 방사성 핵종이기 때문이다. 세슘137의 맹독성을 이해하려면, 넓은 땅을 100년 넘게 사람이 살 수 없도록 하는 데 얼마나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지 생각해보면 된다. 2그램 미만의 세슘137을 방사성 가스나 연무형태로 2.5제곱킬로미터 범위에 퍼뜨리면 그 구역은 방사능 출입금지 구역이 돼 100년에서 200년 동안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40~45쪽)
7> 7>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벨라루스에서는 너무 많은 아이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었기 때문에, 세슘137이 생물 축적되지 않은 아이를 찾기가 어려웠다. 이것은 일반적인 식재료가 얼마나 오렴됐는지를 보여준다. 벨라루스에는 세슘137에 심각하게 오염된 땅에서 200만명이 살고 있다. 이 오염된 땅에 살고 있는 벨라루스의 어린이 중 건강한 아이는 20%에도 못 미친다.(57~58쪽)
8> 8> 매년 수만 톤의 핵 독극물을 만들어내는 원자력발전소를 즉시 멈춰 세워야 한다. 그 핵 독극물은 3,000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독의 유산이다. 이 치명적 독극물은 적어도 10만년에서 100만년 동안 생태계에서 격리돼야 한다. 만약 영구적인 격리에 실패한다면 언젠가는 이 핵 독극물이 인류와 다른 많은 먹이사슬 위에 있는 생명체들의 존재를 위협할 것이다.(62~63쪽)
몇 몇몇 내용을 적어보았는데 이 이외에도 우리가 알아야 될 내용이 가득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 후미에 <참고도서>란이 있지만 편저자인 헬렌 캘디콧이 영미 독자를 위해 작성한 것이어서 우리가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이다. 편집진에서 국내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참고도서를 작성하였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
더 많은 원전 관련 책을 읽기를 원하는 분들을 위해서 부족하지만, 필자가 그동한 읽은 몇몇 책명을 적어본다.
1.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 다카기 진자부로 저, 김원식 역, 녹색평론사(2001, 2011. 4. 개정판)
2. 원전을 멈춰라 : 히로세 다카시 저, 김원식 역, 이음(2011)
* 초판은 1990년 <위험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푸른미디어에서 출간
3. 은폐된 원자력 핵의 진실 : 고이데 히로아키 저, 고노 다이스케 역, 녹색평론사(2011)
4. 원자력의 거짓말 : 고이데 히로아키 저, 고노 다이스케 역, 녹색평론사(2012)
5. 원자력제국 : 로버트 융크 저, 이필렬 역, 따님(2002)
6. 체르노빌의 아이들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프로메테우스출판사(2006)
7. 일본원전 대해부 : 「신문 아카하타」편집국 지음, 홍상현 역, 당대(2014)
8. 후쿠시마 이후의 삶 : 한홍구,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 좌담, 반비(2013)
9. 원전의 재앙속에서 살다 : 사시키 다카시 저, 형진의 역, 돌베개(2013)
10.원자력은 아니다 : 헨렌 칼디코트 지음, 이영수 옮김, 양문(2007)
이외에도 매우 주목할 만한 책이 <녹색평론>이다. 김종철 선생이 주관하는 녹색평론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관되게 원전관련 글들을 싣고 있다.
관심있는 분들은 도서관등에서 다음 녹색평론을 참고하기 바란다.
1) 2011년 5-6월호 : 후쿠시마 핵발전소 참사 특집호이다.
2) 2011년 9-10월호 : 방사능과 상상력
3) 2012년 3-4월호 : 후쿠시마 1년, 핵 없는 세상으로
4) 2012년 5-6월호 : 후쿠시마, 확산되는 재앙
5) 2013년 9-10월호 : 원자력국가와 민중의 삶
6) 2016년 3-4월호 : 후쿠시마 5년, 반핵에서 탈핵으로
※ 2014년부터 격월간인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하고 있는데, 요샛말로 가성비 최고의 잡지다. 자연, 생태, 환경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정기구독을 꼭 권하고 싶다. 11만원이면 2년동안 정기구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