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류쩌화의 이 책 <중국정치사상사 1, 2, 3.>의 출간 소식을 듣고 주문하여 읽기 시작하였다.
총 합계 4천 페이지가 넘는 압도적인 분량의 책이다.
1권도 1,300여 쪽이 넘는다. 근 한 달만에 1권을 겨우 다 읽었다.
1권은 선진(진나라 이전 하, 상, 주, 춘주전국시대) 부분을 다루고 있는데, 중국 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부분이 이 부분 이기도 하다.
방대한 분량의 책이고 정치사상사란 딱딱한 분야의 책임에도 저자의 학문적 내공이 대단하고 문체가 평이하여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갑골문, 금문, 춘추, 국어(좌구명의 저작), 유가, 도가, 법가, 묵가, 음양가 등 막대한 기본 사료를 다루고 있는데,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당시의 주장을 제시, 비판, 논박하며 각 시대별, 사상가별로 정치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껏 피상적으로만 알던 제자백가 등의 주장을 상세히 다루고 있으며 또한 저자의 주장을 명백히 드러내 놓고 있어서 논지의 수긍 여부를 떠나 글의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있어 좋았다.
그동안 통상적인 사상사, 정치사 등의 책들은 공자님, 맹자님의 말씀은 성인의 말씀이라 하여 비판도 비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전혀 흥미를 느끼기 어려웠지만, 이 책은 위 책들을 신성불가침한 경전으로 대하지 않고 저자 자신의 주장을 직설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색다르다. 그에 따라 그 경전들에 실린 다양한 원문들은 살이 숨 쉬듯 생동감을 얻는다.
능력도 실력도 없는 내가 저 방대한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다만, 중국의 수천년간의 저력을 알고 싶고 알아야 하는 사람들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반드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중국의 정치사상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력을 다시한번 느끼게 하는 책이다. 중국을 좀더 깊이 알고자 하는 자라면 필독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대한 책을 역자 장현근 선생 혼자서 해 내었다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4천 쪽이 넘는 책을 일독하기도 어려운데 이걸 혼자 번역을 하고 그 방대한 경전 원문을 일일이 찾아 성실하게 주로 달고 있으니.....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그러나 출판사 글항아리(거대 출판사 문학동네의 계열사라고 한다)가 이러한 동양 고전을 전문적으로 출판하는 곳이 아니어서 편집자의 꼼꼼한 교열은 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며 미주로 제시하고 있는 원문을 내가 가지고 있는 <春秋左傳注>(양백준 편, 수정본, 전 4권 중화서국), <國語>(상해고적출판사) 등 책을 찾아 확인해 보는 즐거움이 쏠쏠했는데, 몇몇 부분은 편집 과정에서 오타가 있는 곳이 몇 곳 있었다.
그러한 사소한 오류가 이 책의 번역의 수준을 훼손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사족을 붙이면서 다시 한번 역자에게 경의를 표하는 의미에서 아래 몇가지 오류를 지적하는 것으로 이 훌륭한 책에 대한 허접한 독후감을 마친다.
119쪽 하단의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하천의 둑을 막는 것보다 심하다. 하천의 옹벽이 일단 붕괴하면 반드시 많은 사람이 다친다. 백성도 이와 같다. 따라서 하천을 위하는 사람은 한쪽으로 터서 물길을 유도하며, 백성을 위하는 사람은 잘 알려서 언로를 이끈다”
부분의 원문 주가 133쪽 주 149번에 실려있는데,
“~~ 是故爲天者決之使導 ~~” 부분의 天자는 川자의 오타이다.
247쪽 주 “吾聞事君者 端力以役事” 중 端은 竭(다할 갈)의 오타이다.
‘제가 듣기에 군주를 섬기는 사람은 있는 힘을 다해 할 일을 할 뿐입니다.’
247쪽 주 122번의 “內寵幷后, 處寵二政, 嬖子配嫡, 大都耦國, 亂之本也(좌전 민공 2년) 중 處는 外의 오타이다.
‘안으로 첩과 왕후가 같이 총애받고, 밖으로 권신과 신료가 정권을 다투고, 서자가 적자처럼 대접받고, 큰 도시가 수도처럼 큰 것은 난의 근본이다.’
247쪽 주 124번 “ ~ 本大而未小 ~ 중 未는 末의 오타
248쪽 주 141번 “貪貨棄命, 亦君所惡也, 昏而受命 昧中而棄之, 何以事君?” (좌전 양공 23년) 중 昧는 日未의 오타이다.
※ 역자는 위 부분을 178쪽 중간 부분에 ‘재물을 탐내 명을 저버리는 건 아마 당신도 싫어할 것이요. 황혼에 받은 명령을 날이 밝기도 전에 저버린다면 어떻게 군주를 섬긴다고 하겠소?’라고 번역하고 있으나 위 ‘날이 밝기도 전에’라고 한 것은 ‘日未中而’를 昧(동틀 무렵 매)로 잘못 보았기 때문으로 위와 같이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해가 중천에 뜨기도 전에” 또는 “ 정오가 되기도 전에”라고 옮기는 것이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위 <春秋左傳注>(양백준 편, 중화서국)에는 ‘日未中而棄之’에 대하여 ‘今日尙未至正午而背命’(금일 아직 정오가 되지 않아서 명을 어김)이라고 주를 달고 있다.(10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