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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 - 하응백 연작소설
하응백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19년 10월
평점 :
이 소설은 세편의 짧은 단편 혹은 중편으로 구성되어있다.
1. 김벽선 여사 한평생, 2. 하 영감의 신나는 한평생, 3. 남중(南中)
앞의 두 부분은 문체는 간결하고 길이는 짧지만 내용은 풍부하고 일견 건조한 듯한 진행 속에서도 큭큭하게 만드는 웃음과 아울러 가슴 저려오는 깊이 있는 애환이 눈길을 끈다.
1. 김벽선 여사 한평생 중 한부분
파란만장한 기나긴 삶이 다해가는 어느날 요양병원에서 모친이 아들에게 하는 한 마디 말,
“고맙다.... 애비야... 애들 엄마하고 아이들하고 잘 살아...”
나중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머니의 눈이 감겨 있는 상태이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아들이 하는 마지막 인사,
“잘 가세요. 어머니.”(67~68쪽)
간결한 이 문장을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 온다.
2. 하 영감의 신나는 한평생
이 부분 중 해학적인 장면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 한 장면을 보자.
시험이 끝나고 좋은 성적표를 받아 든 5학년 어린 아들이 어머니에게 자랑하고픈 심정으로 학교에서 달려와 방문을 와락 열어 젖혔을 때, 두 집 살림을 하며 가끔 집에 들르는 영감이 찾아와 어머니와 그 짓을 하던 순간 삼자가 서로 눈빛이 마주친다. 집밖으로 달려 나갔다 몇 시간 후 집에 들어 왔을 때 영감은 이미 가고 없는 상태. 무안하기 짝이 없을 분위기에서 어머니가 어린 아들에게 밥을 차려주며 한 마디 내뱉는 대사가 압권이다.
“하필 그때 와 가지고...” (108쪽)
마지막 부분 하영감의 하관식 날 마지막으로 관 위로 한 삽 흙을 뿌리고 난 후 작자의 심정이 한 줄로 묘사되는데 20년 전 꼭 같은 경험을 한 사람으로 서 깊이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무릎이 푹 꺽였다.”(115쪽)
앞 두 부분에 비해 3. 남중(南中)은 많이 아쉬운 작품이다. 이는 소설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프로문학의 실태 및 박근혜 정부 문예 정책 블랙리스트 관련 진술서 혹은 회고록 수준이어서 소설문학으로서는 미흡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여하간 간만에 읽은 최근 소설로서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하응백의 소설이 계속해서 출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