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과 깡통의 궁전 - 동남아의 근대와 페낭 화교사회
강희정 지음 / 푸른역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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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너무도 흥미로워서 책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수도 없이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저자는 19세기 말레이 반도 자그마한 섬 페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 근대화의 깊은 속내를 아편과 주석(tin, 깡통) 및 고무를 키워드로 하여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조금은 낯설고 우리의 관심밖에 있는 동남아 페낭에 대한 중국 화교들의 이민사이지만, 그 과정에서 영국 제국주의 식민정책에 따라 거의 노예에 가까운 대우를 받아가며 힘든 노역에 처해지며 그 고통을 잊기 위해 아편을 피울 수밖에 없는 화인들의 모습을 보며 거대 상인들의 잔혹함과 아울러 그들 뒤에서 식민지 정책을 이어가는 영국제국주의자들의 교활함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을 보며 우리들의 옛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저자는 원래 중국미술사를 전공하는 미술사학자임에도 관심의 폭을 넓혀 동남아 근대 화인사회의 여러 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 보이고 있다.

고리타분하고 딱딱한 사료 묶음이 아닌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영국 제국의 식민지 경영실태, 화인사회의 이주와 비밀결사, 쿨리들의 아편 흡연의 검은 고리, 주석 채굴로 인한 페낭화인 사회의 벨 에포크 및 고무를 필수 소재로 하는 근대 산업사회의 도래로 인한 페낭 화상들의 몰락 과정 등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우리의 시각이 이제 좁은 한반도를 넘어 좀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은 이에 꼭 맞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로 몇 년 전 너무도 흥미롭게 읽은 <이사벨라 버드 비숍의 황금반도>(유병선 역, 경북대출판부, 2017)도 이 책에 몇 군데 인용되어있어서 반가왔다.

앞으로 이러한 일국사를 넘어 좀 더 넓은 곳을 속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실 있는 책이 많이 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저자 강희정 님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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