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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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션의 기부소식(최근 루게릭 환우들을 위한 요양소 건립을 위한 1억원 기증)을 들으며 한 달전 읽었던 책이 떠올라 다시 짚어들었다. <죽음의 밥상>으로 우리 식탁의 안전과 윤리를 캐물으며 논쟁적 철학자로 알려진 피터 싱어가 이번에는 '기부 문화'에 대해 말한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라는 책이었다. 제목에서처럼 이 책은 물에 빠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그 논쟁을 시작한다. 

출근길마다 항상 지나는 연못가를 오늘도 어김없이 지나고 있는데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할 것 같은 아이가 연못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뛰어 들어가 구하지 않으면 빠져 죽고 말 것이다. 물에 들어가기란 어렵지 않고, 위험하지도 않다. 하지만 며칠 전에 산 새 신발이 더러워질 것이다. 양복도 젖고 진흙투성이가 된다. 게다가 아이를 보호자에게 넘겨주고 옷까지 갈아입으면 틀림없이 지각이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답은 너무나 뻔하다. 하지만 진심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당신이 그 상황이라면 아무런 대가 없는, 게다가 나한테 여러 비용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 일을 할 자신이 있는가? 종교도, 그렇다고 희생이나 세계 평화를 꿈꾸는 신념도 없는 내게는 세계 빈곤 아동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들이나, 자신은 정작 전세집에서 살면서 몇 억원씩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이해불가능한 존재들이다. 가끔은 의심까지 한다. 저 뒤에는 뭔가 이기적인 의도가 있을거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철학적 논증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크레 바꾸지 않는다. 그것도 하룻밤에 바꾸기란 더욱 어려우리라.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절대 빈곤을 줄이자는 것이지, 독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정도만으로 적당하다 싶은 기분을 제시하는 데 만족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편하게 출발할 수 있는 출발선이며, 좀더 스스로를 억제하고 더 많은 선을 행하는 발걸음을 위한 길이다.
_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17쪽 중에서

 
   

피터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는 딱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기부 문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왜 해야 하는건지 그 당위성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아가 이 책은 기부 문화는 어떻게 조성되며 올바른 기부를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각종 통계 수치들과 철학적 논쟁을 통해 조심스러운 '기부'라는 영역을 솔직하고도 대범하게, 강력한 어조로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피터 싱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1천 800만 명의 생명이 매년 죽어가는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부이며, 우리가 소득의 5퍼센트만 베풀면 덧없이 꺼저가는 수많은 생명의 불꽃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을 뒷받침 하기위해 기부를 거부할 때 우리가 내세우는 10가지 논리들에 대한 반박, 그리고 기부를 주저하게 하는 6가지 심리적인 요인들에 대한 대안 제시, 기부 문화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기부의 새로운 기준 등을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때로는 아주 불편하게, 때로는 '아하'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오도록 공감가게 말이다.

우리가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기부와 봉사가 몸에 벤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건 자신도 모르게 인간은 이기적이어야 '정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순전히 동정심 때문에 누군가를 도왔다는 이야기 역시 이기주의의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는 거다. 여기서 피터 싱어가 드는 예화는 우리의 뒷통수를 친다. 모든 인간 행동은 자기 이익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유명한 토머스 홉스가 어느 날 런던 거리를 걷다가 거지에게 동전을 한 닢 주었다고 한다. 동행자가 홉스에게 방그 그 행동은 스스로의 이론을 깨뜨린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가난한 사람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게 슷로를 흡족하게 하므로 돈을 주었다." 홉스는 자기 이익의 범위를 넓혀 대부분의 관용과 동정까지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자기 이론에 대한 반박을 막았다.

남을 도울 때 사람들은 '따스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경제학자 윌리엄 하버와 대니얼 부가트 그리고 울리히 메이어의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이 기부를 선택할 때 뇌의 보상센터(미상핵, 중격의지핵, 섬문턱으로 이루어진)가 활성화 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달콤한 것을 먹거나 돈을 받거나 했을 때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 굶어 죽는 아이들을 위해 내 용돈의 절반을 내 놓는 행동의 동기는 사회의 인정이나 사람들의 박수가 아닌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얻는 행복감. 단지 그것 때문이었다.

또한 이 책에는 기부문화가 가져오는 다양한 방면의 긍적적 효과를 언급한다. 방글라데시 소액 금융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운 그라민 은행의 예나, 에티오피아에 세워진 '아디스아바바 산과적 누공 전문 병원'이 낳은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 등은 기부라는 것이 반드시 주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며, 금전적인 부분 이상으로 한 사람의 삶을 풍족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말이 되면 우리는 의례적으로, 때로는 습관적으로 불우 이웃 돕기를 한다. 한번이라도 내가 왜 이들을 도와야 하며,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적이 있는가? 개개인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내가 공동체에 어떤 역할과 의미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적 있는가? 당신의 행복을 해치지 않고 세계의 빈곤, 아니 가깝게는 우리 주변의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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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 캠프 -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들어주는 전설의 플레이북
존 고든 지음, 조진경 옮김 / 쌤앤파커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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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이 어떻게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어.
일상생활은 어떻게 보냈고, 그들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와 방법은 무엇인지도. 내가 만난 '최고'들은 모두 똑같은 대답을 했다네.

_ <트레이닝 캠프>, 58쪽 중에서

 
   


'게임데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경기에서 뛰는 시간은 5%, 나머지 95%는 준비와 연습의 시간으로 보내는 것이다. 운동 선수들은 시즌이 끝나면 컨디션을 조정하거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거나, 플레이북을 암기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준비한 95%의 시간이 시즌 두 세시간의 경기의 결과를 좌우하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가 공연을 준비하거나, 교사가 수업을 준비하거나, 의사가 수술을 준비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극단적인 예로 100m육상선수를 생각해 보라. 그들은 단 10초의 순간을 위해 수천 시간을 연습한다. 

5%의 결정적 순간을 위해 95%의 시간을 준비하는 것. 이것이 게임데이의 법칙이고 최고가 된 사람들은 모두 이 법칙을 지켰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최선을 다하며 그렇게 조금씩의 차이가 그들을 성공한 사람들로 만들 수 있었다. 평범하고 사소한 일에서 조금씩만 평균 이상으로 잘 하다보니 어느새 최고의 자리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신화가 되고 싶은가? 경쟁 사회에서 NO.1이 되고 싶은가? <에너지 버스>에서 무미건조한 삶과 일터를 열정이 가득한 곳으로 바꿔준 존 고든이 이번에는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들어준다는 '전설의 플레이북'이 담긴 <트레이닝 캠프>로 찾아왔다.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풋볼 선수인 주인공 마틴 존스가 프로팀에 발탁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트레이닝 캠프'에 들어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멋전 첫 경기를 보여줬지만 발목 부상으로 절망에 빠져있는 마틴에게 그의 열정을 발견한 켄 코치가 아주 특별한 트레이닝을 제안한다.  

메시지는 너무나 평범하지만 그것을 설득시켜내는 켄 코치의 이야기는 놀랍다. 수많은 풋볼 경기를 치르고,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봐왔던 경험들을 토대로 최고들의 공통점을 발견해내고 인생이라는 경기에서도 최고가 되기 위한 방법들을 전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열정을 가질 수 없는 일이 아니라면, 남을 기쁘게 할 생각으로 직업을 택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최고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을 갈망하네. 그것도 아주 강렬하게 말이야. 그래서 항상 배우고 공부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장시킬 방법을 찾지.' 등등 그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깊이 와 닿는다.

최고가 된 사람들은 편한 것을 싫어했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 현재가 낯설고, 불편한 것이 익숙했지 편하면 자신이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건 아니지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미친듯이 다려가보는 경험을 해보지 못한다면 그것 만큼 재미없는 인생도 없다고 생각한다. 뭔가에 빠지고 미쳐보는 것. 그러다 보면 절로 최고가 되어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화형 자기계발서는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유형 중 하나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잡게 된 이 책은 생각 이상의 것들을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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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연작 소설
아라이 지음, 양춘희 외 옮김 / 아우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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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촌의 첫번째 마부는 지촌의 마지막 목동이 되었다.
지촌 사람들은 말과 곰보에 대해 모두들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전문적으로 말을 키울 수 있는 목장을 마련해주었고
아울러 샘물 옆의 큰 나무 아래에 작은 집도 한 채 지어주어  
목장지기가 거주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은 속도를 높여 앞을 향해 나는 듯이 흘러갔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일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_ <소년은 자란다>, '마지막 마부' 43쪽 중에서

 
   
 

모든 농촌 마을이 산업 발달의 힘입은 '기계 혁명'을 피해갈 수 없었듯이 티베트와 쓰촨 경계에 있는 '지촌'마을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마를 섬기고 자연을 숭배하는 이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곰보는 마부다. 그가 처음 말을 끌고 마을에 나타나 마차를 끌며 달리자 마을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고 곰보는 득의양양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갔다. 하지만 몇년 새 마차는 도태된 사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트렉터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곰보는 마차에 대한 애정과 말에 대한 사랑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산으로 올라가 말과 함께 목동으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그는 지촌 마을의 처음이자 마지막 마부가 되었다.

잔잔한 여운과 푸른 하늘 아래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의 정취가 마음을 울리는 책 <소년은 자란다>는 티베트의 '지촌'이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한 13편의 단편집이다. 중국의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경제적 격동기를 거치면서도 자신들만의 고유한 독측한 티베트 문화를 지키려 노력한 장족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경건하기까지 하다. 문화대혁명이 일어났을 때 도시에서 온 홍위병으로부터 자신들의 사원을 지키고 자신들의 신념을 고수하기 위한 라마들의 이야기나('라마승 단바'), 끝까지 자연에 대한 숭배정신을 지키며 자신 역시 자연으로 돌아간 곰보의 이야기('마지막 마부')는 티베트라는 독특한 그들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고귀하고 순결한 정신을 보여준다.

티베트나 몽골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은 그동안 많았지만 소수민족 작가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을 접한건 이 책이 처음었다. 몽골민족의 정신과 초원에서의 삶의 묘사가 탁월했다는 <늑대토템>역시 한족작가가 한족의 관검에서 몽골 문화 속에 들어가 어떻게 적응을 하고, 어떻게 그들 문화의 정신을 찾아가는지를 서술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자란다>의 작가 아라이는 티베트인의 한 사람으로, 자기에게 익숙한 티베트 사람의 이야기를 썼다. 때문에 '라마'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자연에 대한 묘사가 다른 그 어떤 책보다 뛰어나다. 이 책이 의미가 있는 부분도 바로 그 지점 때문이다.

티베트인들에게는 단순한 순박함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동생을 낳고 편히 잠든 어머니와 동생의 단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곰과 정면으로 맞선 거라의 모습이나('소년은 자란다'), 석가모니처럼 고귀한 신분이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 돌아와 그 안에서 자신의 정해진 운명을 묵묵히 걸어가는 아군두바('현자 아군두바)는 티베트 사람들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정신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문화 속에서 살아온 아라이이기 때문에 묘사가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한다.

티베트에 가본적은 없지만 베이징의 '중화민족박물관'에서 그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적이 있다. 그들의 민속 춤에서는 자유분방함과 동시에 어떠한 보이지 않는 절제가 보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그들이 보여준 그 춤이 떠올랐다. 다소 낯선 서술 방식과 독특한 문화색 때문에 아직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티베트의 정취와 그들의 정신을 엿보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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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 로드 - 3천 년을 살아남은 기묘한 음식, 국수의 길을 따라가다
이욱정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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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네이처>지에는는 '인류 최초의 국수'가 발굴되었다는 내용의 글이 실렸다. 중국 칭하이성 황허 유역의 라자유적에서 4000천 년 전의 국수가 발견되었단는 내용이었다. 라자유적은 폼페이처럼 갑작스런 재앙으로인해 오랜시간 매몰되어있었는데, 그 안에 국수가 담겨 있는 그릇이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유적 발굴자가 뒤집어져 있는 그릇 하나를 원상태로 돌리기 위해 집어 들었을 때 국수가 발견되었고, 이 국수는 색도 변하지 않은 옅은 황색을 띠고 있었으며, 면의 지름은 0.3cm, 길이는 50cm정도로 지금의 면과 아주 흡사했다.

 

   
 

'지구상에 국수가 처음 등장한 때는 언제일까?'
'어디에서, 누가 처음 국수를 만들었을까?'
'왜 그들은 국수라는 기묘한 모양의 음식을 만들어 먹었을까?'
'어떤 여정을 거쳐 국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을까?'

_ <누들로드>, 18쪽 중에서

 
   


 

국수는 언제, 어디서부터, 누가, 어떻게 시작하여 먹기 시작했을까?라는 어찌보면 아주 황당한 호기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KBS다큐멘터리 <누들로드>의 프로듀서인 이욱정PD다. 발음하기도 힘든 이 '누들로드'라는 아주 발칙한 이름을 명명한 이욱정PD의 책 <누들로드>는 아시아인, 아니 전 세계인들이 즐기는 음식인 국수의 기원을 찾아 떠난 국수 문화 대장정이다. 런던의 한 누들바에서 떠오른 그의 궁금증은 중국과 한국, 일본, 태국, 부탄, 이탈리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국수의 원형을 찾고, 그것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전파되었으며, 어떻게 변화되어 각 지방에 정착했는지를 파헤친다. 이 책은 이 다큐멘터리의 집약체이자 다큐멘터리에 못담았던 뒷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라자 유적지에서 발견된 국수가 사라졌다는(발굴 후 급속히 부식되어 흙먼지로 변해버려 지금은 사진자료 밖에 안 남았다고 중국 사회과학원의 왕렌시앙 박사가 말했다)이야기에 기획 자체가 초창기에 무마될뻔한 위기도 맞지만 누들로드 제작팀은 곧바로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신장웨이우얼자치구로 향한다.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인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곳은 2000여년간 실크로드의 거점으로써 동서무역의 중심지였으며 다양한 이민족들이 거주했던 지역이었다. 전문가들이 이 지역을 최초의 국수 발현지라고 추측하는데는 이 지역에서 2000년 이상의 세월을 견딘 미라와 음식 유물들이 다량으로 출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루무치, 투루판을 달려 화염산으로 향한다. 화염산 '마왕퇴'고분군 유적지에서 발견된 유물중에서는 최초의 국수일지도 모르는 '화염산 국수'가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화염산 국수가 원형일지도 모르는 '라그만'국수를 맛보게 된다. 제작팀은 단언하지는 않지만 조심스럽게 이 라그만국수를 최초의 국수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실제로 위구르족을 비롯하여 타지크족, 우즈벡족 등 다양한 중앙아시아 민족들이 화염산의 고대 국수와 흡사한 방식으로 라그만을 만들어먹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보았고, 라그만을 만드는 기술은 묘기에 가까운 수타 기술에 비해 원시적이었으며, 면발 또한 수타보다 훨씬 두꺼웠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누들로드는 중국 한족에서 중앙아시아로가 아닌 중앙아시아에서 중국 한족으로 전파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서를 찾기 위해 취재팀은 중앙아시아를 누비며 각양각색의 국수를 만나게 된다. 대패가 나무를 깎듯이 면발을 뽑아낸 '도삭면', 단 하나의 국수가 한 그릇의 국수를 만든다는 '일근면', 젓가락으로 반죽을 떼어내는 '젓가락면', 고양귀처럼 면이 생겼다고 하여 이름붙여진 '고양이귀 국수', 그리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수타면' 등이 그것이다. 쌀국수도 등장하는데 부인이 매번 다리를 넘어 끓여다 주던 쌀국수를 먹고 장원에 급제했다 하여 이름붙여진 '과교미선', 태국인들이 아주 오래 전부터 먹었던 '카놈친' 등 처음들어보는 수많은 국수들이 등장한다.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 영상으로보면 다채로운 국수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에서 직접 다루지 못하는 국수에 얽힌 재미난 전설과 일화들, 그리고 국수와 함께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과의 만남들이 국수처럼 길게 이어지면서 피어나는 훈훈한 사람 이야기는 책에서만이 만날 수 있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음식 하나가 아시아인을, 전 세계인의 입맛을 즐겁게 할 수 있다니 놀랍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그런말이 있다. "이제 당신의 주방이 누들로드입니다." 책을 덮는 순간 엄마의 손맛이 베어있는 칼국수가 너무나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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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뿔(웅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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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4월. 파리의 몽파르나스라는 지하철 역 근처에서 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남자가 싸구려 호텔방에서 애인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이 방에는 소설 책 한 권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소설 속 주인공 리 앤더슨이 진 애스퀴스를 목 졸라 죽이는 장면에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자극적인 기사거리에 목말라 있던 파리의 신문들은 이 사건을 톱으로 다루며 이 소설은 순식간에 유명세를 타며 엄청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책이 바로 20세기 누아르 소설의 고전이라 불리는 보리스 비앙의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이다. 이 책은 탄생하기까지의 이야기도 참 재미있다. 한 신생 출판사의 사장인 장 달뤼앵은 비앙에게 미국의 하드보일드 스릴러를 한 권 찾아내, 번역해 줄 것을 권한다. 이 제안을 받은 비앙은 미국의 작품을 찾는 대신 아예 자기가 직접 그것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 책의 시작부분에 마치 자신이 미국에서 출간이 거부된 책을 프랑스어로 옮겨 번역하는 것처럼 장치를 달아둔다. 이 내용이 프랑스 사회에 가져올 파장을 대비하기 위함이었으리라. 
 

   
 

"이런 세상에! 당신 정말 지저분한 남자군요!"
"미안해. 미처 에티켓을 배울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_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79쪽

 
   

 

주인공 리 앤더슨은 흑인지만 혼혈혈통으로 인해 금발에 하얀 피부를 갖고 태어난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백인이다. 그런 그가 백인들에게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남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미국 남부의 벅스턴이라는 마을에 들어간다.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서점에서 일을하며 마을의 정태를 파악하고 동생의 복수의 상대를 고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덱스터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 애스퀴스 가의 아가씨들인 진과 루 자매에게 복수의 칼날을 겨눈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회는 완벽한 백인 사회다. 이들은 리 앞에서 서슴치 않고 흑인들에게 경멸의 말들과 조롱을 서슴지 않는다(물론 리가 흑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가 없기에). 그리고 이런 사회는 리의 복수심만 더 불태울 뿐이다. 단 한 명, 덱스터만이 리가 흑인임을 눈치챈다. 그래서 그는 리를 데리고 흑인들이 있는 사창가로 데려가 사창가의 흑인 아이들에게 인간 이하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주게 강요하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동생에 대한 복수를 끝낼 수 없기에 눈을 감아버린다. 

리의 남동생은 백인 여성을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한다. 그래서 리는 거꾸로 사랑으로 백인들에게 복수를 한다. 더이상 여성을 여성으로 보지 않는 리는 그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어 데리고 놀다가 가차 없이 버린다. 애스퀴스 가의 두 자매 역시 리의 손아귀에서 무참히 무너져버린다. 리의 앞에서 흑인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던 진에게 "넌 흑인 남자랑 자도 항상 이렇게 좋니? 왜냐하면 나한테도 흑인의 피가 8분의 1 이상 섞였거든."이라는 말을 남긴채 그녀의 목을 조르는 리는 죽음과 폭력이 뒤섞인 에로티즘을 선보인다.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는 1949년에 판금되었고, 1950년에는 법원에 의해 10만 프랑의 벌금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출판된 이래로 당시의 말로, 카뮈,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보의 작품들보다 높은 판매를 보이며 50만 부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 작품을 보리스 비앙은 청춘의 작가가 되었고, 그의 작품은 훗날 "죽음, 충동, 에로티즘, 폭력, 환상, 즉 삶의 여러 순간들을 특징짓는 이 모든 것이 훌륭하게 생생히 구현되는 거대한 꿈과 같다"는 평을 받았다. 

어떤 작품이 세상에 의미있고, 어떤 것이 가치 있는 글인지는 잘 모르겠다. 때문에 이 책에 대한 평가 역시 내리지 못하겠다. 대신 보리스 비앙이 남긴 말로 이 책에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 "이 작품은 문학적 견지에서 볼 때 거의 관심을 못 끌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이 그것에 관해 호평을 하건 악평을 하건 간에 상관없이 그들이 그것에 관해 말한다는 그 사실 자체로서 이 책은 문학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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