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션의 기부소식(최근 루게릭 환우들을 위한 요양소 건립을 위한 1억원 기증)을 들으며 한 달전 읽었던 책이 떠올라 다시 짚어들었다. <죽음의 밥상>으로 우리 식탁의 안전과 윤리를 캐물으며 논쟁적 철학자로 알려진 피터 싱어가 이번에는 '기부 문화'에 대해 말한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라는 책이었다. 제목에서처럼 이 책은 물에 빠진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그 논쟁을 시작한다. 

출근길마다 항상 지나는 연못가를 오늘도 어김없이 지나고 있는데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할 것 같은 아이가 연못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뛰어 들어가 구하지 않으면 빠져 죽고 말 것이다. 물에 들어가기란 어렵지 않고, 위험하지도 않다. 하지만 며칠 전에 산 새 신발이 더러워질 것이다. 양복도 젖고 진흙투성이가 된다. 게다가 아이를 보호자에게 넘겨주고 옷까지 갈아입으면 틀림없이 지각이다. 자, 이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정답은 너무나 뻔하다. 하지만 진심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정말 당신이 그 상황이라면 아무런 대가 없는, 게다가 나한테 여러 비용까지 감수해야 하는 이 일을 할 자신이 있는가? 종교도, 그렇다고 희생이나 세계 평화를 꿈꾸는 신념도 없는 내게는 세계 빈곤 아동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사람들이나, 자신은 정작 전세집에서 살면서 몇 억원씩 기부를 하는 사람들은 이해불가능한 존재들이다. 가끔은 의심까지 한다. 저 뒤에는 뭔가 이기적인 의도가 있을거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철학적 논증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크레 바꾸지 않는다. 그것도 하룻밤에 바꾸기란 더욱 어려우리라.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절대 빈곤을 줄이자는 것이지, 독자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정도만으로 적당하다 싶은 기분을 제시하는 데 만족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편하게 출발할 수 있는 출발선이며, 좀더 스스로를 억제하고 더 많은 선을 행하는 발걸음을 위한 길이다.
_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17쪽 중에서

 
   

피터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는 딱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기부 문화'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거나, 왜 해야 하는건지 그 당위성을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들 말이다. 나아가 이 책은 기부 문화는 어떻게 조성되며 올바른 기부를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 각종 통계 수치들과 철학적 논쟁을 통해 조심스러운 '기부'라는 영역을 솔직하고도 대범하게, 강력한 어조로 하나하나 짚어 나간다.

피터 싱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간단하다. 1천 800만 명의 생명이 매년 죽어가는 세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부이며, 우리가 소득의 5퍼센트만 베풀면 덧없이 꺼저가는 수많은 생명의 불꽃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주장을 뒷받침 하기위해 기부를 거부할 때 우리가 내세우는 10가지 논리들에 대한 반박, 그리고 기부를 주저하게 하는 6가지 심리적인 요인들에 대한 대안 제시, 기부 문화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 기부의 새로운 기준 등을 조목조목 이야기한다. 때로는 아주 불편하게, 때로는 '아하'하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나오도록 공감가게 말이다.

우리가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 혹은 기부와 봉사가 몸에 벤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으로 바라보는 건 자신도 모르게 인간은 이기적이어야 '정상'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순전히 동정심 때문에 누군가를 도왔다는 이야기 역시 이기주의의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는 거다. 여기서 피터 싱어가 드는 예화는 우리의 뒷통수를 친다. 모든 인간 행동은 자기 이익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유명한 토머스 홉스가 어느 날 런던 거리를 걷다가 거지에게 동전을 한 닢 주었다고 한다. 동행자가 홉스에게 방그 그 행동은 스스로의 이론을 깨뜨린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가난한 사람이 좋아하는 걸 보는 게 슷로를 흡족하게 하므로 돈을 주었다." 홉스는 자기 이익의 범위를 넓혀 대부분의 관용과 동정까지 포함되도록 함으로써 자기 이론에 대한 반박을 막았다.

남을 도울 때 사람들은 '따스한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경제학자 윌리엄 하버와 대니얼 부가트 그리고 울리히 메이어의 실험에 의하면 사람들이 기부를 선택할 때 뇌의 보상센터(미상핵, 중격의지핵, 섬문턱으로 이루어진)가 활성화 된다고 한다. 이 부분은 달콤한 것을 먹거나 돈을 받거나 했을 때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것, 굶어 죽는 아이들을 위해 내 용돈의 절반을 내 놓는 행동의 동기는 사회의 인정이나 사람들의 박수가 아닌 누군가를 도움으로써 얻는 행복감. 단지 그것 때문이었다.

또한 이 책에는 기부문화가 가져오는 다양한 방면의 긍적적 효과를 언급한다. 방글라데시 소액 금융의 성공 사례로 꼽히며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운 그라민 은행의 예나, 에티오피아에 세워진 '아디스아바바 산과적 누공 전문 병원'이 낳은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 등은 기부라는 것이 반드시 주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며, 금전적인 부분 이상으로 한 사람의 삶을 풍족하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말이 되면 우리는 의례적으로, 때로는 습관적으로 불우 이웃 돕기를 한다. 한번이라도 내가 왜 이들을 도와야 하며,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적이 있는가? 개개인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내가 공동체에 어떤 역할과 의미를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본적 있는가? 당신의 행복을 해치지 않고 세계의 빈곤, 아니 가깝게는 우리 주변의 빈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제시하는 책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를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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