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을 일상의 도피처로 삼고 있는 요즘, <살인의 쌍곡선>은 시간 가는줄 모르고 흠뻑 빠져 읽은 추리소설이다. 정통 추리소설 공식을 그대로 따르면서도 유치하지 않은, 트릭의 맛을 잘 살린 소설이다.
니시무라 교타로. 그의 책은 처음 읽었는데 그의 이력이 꽤 흥미롭다. 니시무라 교타로는 전기공업학교를 졸업하고11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 경비원, 세일즈맨 등 갖가지 직업을 전전하며 공모전에 도전한 끝에 제2회 올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이루 40여 년간 꾸준히 미스터리 작품을 쓰며 무려 500여 권의 작품을 썼다고 한다. 누적 판매가 2억 부라고하니 그의 필력이 놀랍기만하다.
<살인의 쌍곡선>은 추리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의문의 인물로부터 받은 초대장, 고립된 호텔, 하나씩 사라지는 오브제 등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등장하는 요소들이 이 책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다만 <살인의 쌍곡선>은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하나의 이야기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설정과 닮아 있는 왼딴 호텔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한 호텔로부터 온 무료 숙박 초대장을 받고 여섯 명의 남녀가 호텔로 모인다. 이들이 도착한 직후 호텔은 폭설로 인해 호텔에 고립되고, 한 사람씩 살해당하기 시작한다. 살해당한 자리에는 범인의 메시지와 함께 묘한 마크가 그려진 카드가 놓이고, 호텔에 있는 볼링장의 볼링 핀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도시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강도 사건. 범인으로 추정되는 쌍둥이는 두 사람이 너무도 닮아 구분하기 힘든 점을 악용해 범행을 벌여나간다. 둘중 한 명이 범인인 것이 확실하지만, 그 누구도 어느 한 사람이 범인임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그 상황을 즐기듯 경찰을 곤경에 빠뜨리며 쌍둥이들은 범행을 이어나간다.
추리소설을 좀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예상하듯 두 사건은 전혀 다른 이야기인듯 전개되지만,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진다. 예상은 되지만 그 과정이 전혀 진부하지 않고, 감히(?)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차용했지만 어색함이 없었다. 잘 쓴 추리소설이 그렇듯 작가는 처음부터 트릭을 말하고 있었지만, 독자는 눈치채지 못한다.
이 책을 덮고나서 다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로 돌아갔다. 잊고 있었던 추리소설의 맛, 다시 만나니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