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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낙태는 산모의 권리인가, 태아의 살 권리를 박탈하는 것인가? 동성애는 성에 대한 자기 권리 인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인류의 반란인가? 배아 복제는 인류에게 건강한 삶을 가져다주는 것인가, 생명 창조라는 신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하는 것인가? 끊임 없는 찬반 토론의 연속과 해결되지 않는 인류의 난제. 그건 이 문제가 '도덕성'에 대한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저자 마이클 샌델이 이번 책에서는 '공공의 도덕'의 문제를 말한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책이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더 먼저 출간된 책이다. 제목도 국내에 소개된 책 표지에 큼지막하게 써 있는 'Why Motality'와는 전혀 다르다. 미국에서는 <Public philosophy>라는 제목으로 2005년에 출간되었다.
책의 내용은 영문 제목 답게 '도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화자되고 여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수많은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다룬다. 1부는 그에 대한 예들로 그 논란의 핵심을 설명하고 있는데 경제, 사회, 교육, 종교, 정치 등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윤리 논쟁을 담았다.
복권과 도박이 과연 공공서비스인가에 대한 문제, 소수집단 우대정책이 소수인종 특혜인지 아니면 정당한 역차별인지에 대한 문제,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존엄사에 대한 문제, 정치인의 거짓말을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전쟁과 핵전쟁에 대한 문제까지 우리가 교과서나 각종 신문 기사 등을 통해 끊임 없이 들어왔던 이야기를 다시금 정리해 실어 놓았다.
특별하게 이 책이 새로운 논리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해묵은 문제이며, 수없이 들어왔던 양쪽의 논리다. 중고등학교 때 윤리 교과서를 통해 봐왔던 내용들로 가득하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몇년 만에 이와같은 문제를 다시 한번 접하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어 읽는 시간은 꽤 의미 있었다.
사례로 가득한 1부는 읽기 재미있지만, 2부와 3부로 넘어가면서 윤리의 역사, 지나치게 미국적인 색채 때문에 읽기 힘들거나 지루했던 건 사실이다. 샌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볼만하지만, 그의 책을 접하는 독자라면 이 책보다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