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곧 쉬게 될거야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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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러지 않으면 네 딸이 죽어." (프롤로그)

남편 다니엘이 죽었다. 여드레 전이었다. 레나와 다니엘 부부는 차를 타고 가며 무섭게 다퉜다. 교외의 마당 넓은 집에서 태어날 딸을 키우고 싶은 다니엘과 땅끝 같은 시골에서 살고 싶지 않았던 레나의 언성은 점점 높아졌고 화가 난 다니엘은 기어이 레나를 도로 한 가운데 내리게 한 후 홀로 부동산업자를 만나러 갔다. 그리곤 마주오던 차와 빵! 두 차는 절단이 났고 두 운전자 모두 형체를 알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다시 그 다툼의 시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땅끝이 아니라 지옥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그이를 안심시킬텐데 나는 왜 그다지도 고집을 부렸던가. 후회하고 자책하고 되새기는 시간 속에 뱃속에 있던 딸 엠마가 태어났다. 남편의 죽음으로 사막처럼 황폐해진 마음에 더는 딸에 대한 사랑이나 애착이 없었고 레나는 고독하고 피마르는 육아 속에 괴롭게 헐떡이는데. 그러던 어느 날 마치 레나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누군가가 딸 엠마를 훔쳐간다. 잠깐의 낮잠 어쩌면 외면이자 방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은 한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했는데 레나는 또다시 후회할 짓을 저질렀다. 엠마를 잃고서야 엠마에 대한 사랑을, 딸에 대한 불타는 집념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 아니면 네 딸은 죽을 것이다 라는 쪽지에 기대어 경찰에도 시어머니께도 이웃에도 알리지 못한 채 딸을 찾아나선 시간. 누구일까. 도대체 누가 젖도 못뗀 아이를 납치할 만큼 자신에게 원한을 품은 걸까. 레나는 삶을 돌이킨다. 가설 1. 남편 다니엘은 유부남이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가정이 망가졌으며 그로 인해 본인이 알코올 중독자가 된 것이라 주장했지만 다니엘의 전처 레베카와 딸 조시의 말은 다르다. 무엇보다 조시는 아빠를 뺏어간 마녀 같은 여자라며 레나를 철저히 증오한다. 조시는 장례식날 레나를 밀치고 임신한 배를 둘러차려고까지 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가설 2. 레나의 도움으로 아이를 출산했던 부부 제바스티안과 바베테. 레나가 조산사의 업무를 위해 부부를 방문하고 돌아간 뒤 채 삼십분도 되지 않아 아이가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영아 의문사였다. 경찰에 기소되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부부는 레나의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그녀를 저주해왔다. 엠마를 찾기 위한 절박한 레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는 시간이 없다. 이제 단 세 시간. 세 시간 안에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으면 엠마는 죽는다. 자식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시각, 레나는 엠마와 자신이 목숨 중 누구의 것을 선택할 것인가. 엠마를 훔쳐간 범인이 추궁하는 레나의 원죄는 도대체 무엇일까. 레나의 손에 하나하나 쥐어쥐는 퍼즐이 한조각으로 맞춰지는 순간 그녀도 독자도 함께 전율할 수 밖에 없었다.

샤를로테 루카스라는 필명으로 <당신의 완벽한 1년>, <해피엔딩으로 만나요>를 쓰고 비프케 로렌츠라는 본명으로<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타인은 지옥이다>를 쓴 작가의 신간이다. 그간 역량을 증명하듯 두 개의 이름 모두를 성공시키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떨쳐왔던 그녀. 필명 두 개에 서로 다른 인격을 갈라넣은 듯이 개성이 묻어나 이제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된 비프케 로렌츠. <너도 곧 쉬게 될 거야>의 출간 소식을 듣고 두근대던 마음을 가눌 길 없어 책을 받자마자 페이지를 펼쳤다. 시작부터 끝까지 어쩜!! 어쩜 이렇게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게 하는지. 바람에 창문만 덜컹거려도 어깨를 움찔움찔, 택배요 하는 기사님 목소리에도 경기를 일으키며 엉덩이를 들썩였다. 간만에 진짜 스릴 넘치게 읽은 소설, 나도 모르게 이를 악물며 읽은 소설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별 다섯 개가 아니라 별 열개도 주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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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퀴즈 - 아들, 너랑 노니까 너무 좋다. 진짜!
유세윤.유민하 지음 / 미메시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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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예인들이 쓰는 책이 많이 보입니다. 악동 뮤지션의 이찬혁이 <물 만난 물고기>로 신인 소설가로 데뷔, 영화배우 하정우는 <걷는 사람, 하정우>로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장시간 이름을 올렸습니다. <쓸 만한 인간>을 쓴 배우 박정민은 이참에 서점까지 개업하며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인데요. 이번에는 개그맨 유세윤이 그의 아들 유민하와 함께 에세이집을 출간했습니다. <오늘의 퀴즈> 아빠가 퀴즈를 내면 아들이 답을 쓰는 일기장 대용의 문답집입니다.

오늘의 퀴즈는 교육이 아닌 놀이입니다. 창의적 대답을 원하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퀴즈를 푸는 것에 의무감을 갖지 않으며 아이의 속내를 밝히려는 검은 의도가 있어서도 안됩니다. 아이가 마음을 여는 만큼 아빠도 마음을 열어야 하구요. 아이의 동의없이는 오늘의 퀴즈를 공개해선 안됩니다. (책 <오늘의 퀴즈>는 민하의 동의하에 출간되었습니다.) 그 밖으로 온몸과 마음을 다하여 퀴즈를 푸는 내내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할 것 등으로 오늘의 퀴즈 속에 지켜야 할 사항이 참 많은데 그 모든 사항들에 다 공감이 갔습니다. 어른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이라는 질문에 술값이 싸서, 돈이 되서, 기분이 좋아져서 라고 답변한 민하. 아이일 때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돈을 쓰지 않아도 기분 좋아질 거리들이 얼마든지 있었는데 어른이 되고 나니 확실히 그와 같은 능력이 퇴화합니다. 유세윤의 말대로라면 "기분 나빠지기는 참 쉬운데 기분 좋아지기는 참 어렵더라"고 공감하며 끄덕끄덕. "유명해서 행복한 사람이기보다는 행복해서 유명해지고 싶다"는 부자의 기도에는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못난이 글씨에 컴플렉스가 있었는데 그런 마음을 위로하듯 "글씨는 못생겨도 글씨의 표정은 예뻤으면 좋겠다"는 말에 오늘의 글씨를 돌이켜 생각해보게 됐고 금고 비밀번호를 가리는 아들에게 서운해하는 유세윤의 모습에서 보물찾기 하듯 내 방을 뒤지며 일기장을 찾았을 엄마와의 갈등도 기억하게 됐습니다. 내 일기 왜 보는데!!! 악을 쓰다 아예 일기를 안썼는데 교환일기 쓰며 사투를 벌였던 사생활이란 없었던 나의 학창시절. 가만 생각해보면 엄마만 찾으며 엄마 궁둥이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던 애가 하나씩 둘씩 비밀을 만들고 거리를 두는 모습에 오죽이나 서운하셨으면 하고 이해하게도 됩니다. 차마 화 안내겠다고는 말 못하지만요.

민하가 너무 예뻐서 여기서 더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더니 진짜 키가 안커서 걱정이라는 개그맨 아빠는 아들이랑 노는 게 정말정말 좋다고 합니다. 민하도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정말정말 행복하다고요. 다정하고 오붓한 부자의 모습을 보며 남인 나도 이렇게나 흐뭇한데 엄마는 얼마나 뿌듯할까 부러웠습니다. 민하가 앞으로도 쭈욱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나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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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이묵돌 지음 / 부크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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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 : 추수기가 시작돼 가을걷이를 시작한다. 동면한 벌레가 흙으로 창을 막기 시작하고, 땅위에 물이 마른다."

9월 23일 오늘이 추분이라는데 연이틀 쏟아진 비바람에 청명한 가을의 느낌이 간데없다. 땅위도 여전히 질척하고 벌레는 흙으로 창을 막으려다가 놀라 자빠졌을 것만 같고 내 마음도 비에 푸욱 젖은 흙더미처럼 무겁기만 해서 피튀기는 스릴러나 모험 가득한 판타지보다는 차분한 에세이가 잘 맞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이묵돌 또다른 이름은 김리뷰. 별걸 다 리뷰 한다는 김리뷰가 엄마의 성에 오랑캐 족장의 이름을 따 김리뷰와는 마치 다른 인격인냥 썼다는 소설 <역마>에 대한 칭찬을 들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번에는 에세이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를 출간했다. 책을 읽는 내내 실로 고문 받는 기분이었는데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지 않아서인 것 같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더듬어 내리는 글에 내 마음이 어찌나 쓸쓸하고 외롭던지.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가 아니라 <사랑하기 싫은 계절에>를 찾아 보는 건데ㅠㅠ 작가님과 연이님의 지지고 볶고 사랑하는 재미가 치열하고 정답고 알콩달콩해서 질투심이 폭발했다. 젠장, 사랑하기 좋은 계절에 나는 남의 사랑이나 넘어다 보고 있고 웬일이냐 대체ㅠㅠㅠㅠ

첫사랑이 죽을만큼 괴로웠다는게 비유가 아니었던 사람, 거듭 자살기도를 했던 사람, 어머니와 절연하여 연락도 잘 안주고 받는다는 사람, 창업을 했으나 쫄딱 말아먹고 빚이 남았으나 쓰러질 때까지 일해서 다 갚았다는 사람, 지금은 꾸준히 쓰는 글로 먹고 산다는 사람, 때때로 강의도 하는 사람, 강의하다 돌아와 죽으리라 다시 약을 먹은 사람, 그런 와중에도 사랑하는 여자 연이를 만나 알게 된지 한달도 안되어 동거를 시작한 사람, 사랑하기 좋은 춘하추동 사계절을 내내 살 붙인 연인으로 따뜻하고 몽글한 삶과 글을 피어낸 사람, 이 책이 그의 삶 어디까지를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묵돌의 에세이를 읽는 내내 참 괴로웠는데 또 참 좋기도 하였다.

봄바람이 불고 초목이 싹트고 낮이 밤보다 길어지고 봄비가 내리고 곡식을 뿌리기 시작하는 봄의 절기들처럼 사랑하고 싶다. 사랑이 지나쳐 따가운 여름 햇살처럼 싸우더라도 피하지 않으리라. 처서의 한풀 꺾이는 기온처럼 나지막하게 사랑을 노래하고 입동의 가을겨울처럼 힘겨루기 하더라도 지치지 않고 된서리가 내리는 첫눈 내리는 소서가 되어 겨울잠 자듯 사랑을 달랬다가 다시 꿈틀꿀틀 짝을 지어 날아가는 새들처럼, 나도 봄여름가을겨울의 절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수없이 떨어지고 다시 피어나는 계절처럼"(P504) 오늘 정말이지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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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위대한 역사 - 출간 40주년 기념 개정판
데이비드 애튼버러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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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자연 다큐멘터리의 거장 데이비드 애튼버러가 작성한 책이다. 지구 생물 30억 년의 역사를 378 페이지로 압축해 수만 종의 동물군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요소들에 집중하여 서술했다. 때문에 생물사든 자연사든 관련 방면으로 완전히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도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게 정리가 되어 있다. 더하여 컬러풀한 사진도 아주 많다. 사실 처음엔 이 사진들이 탐나 읽기 시작했단거 안비밀!

지구 생물이 시작된 곳은 바다다. 약 40억년 전에도 존재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세균들. 세균 균체의 번성 정도와 특색에 따라서 다양한 색을 지니는 이들의 군집을 두고 과학자들은 시인과도 같이 아름다운 이름을 붙였다. '에메랄드 연못, 유황 가마솥, 녹주석 샘, 불구덩이 폭포, 나팔꽃 연못', 특별히 색깔이 풍부한 호수는 "화가의 물감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세균 이외의 다른 생물이 존재하지 않았던 지구의 너른 해양 위로 신의 장난처럼 다양하고 아름다운 화가의 물감통들이 산재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더없이 황홀하다. 신이 그 물감통을 붓에 젹셔 지구 위를 또다른 생물군들로 색칠했을 거라고 상상하면 더더욱. 물론 이 책은 과학책이므로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상상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또한 모든 종이 불변하여 각 종은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기독교 이론을 전혀 믿지도 않지만, 어쩐지 나는 이런 상상이 싫지 않다. 각종 원생 생물과 편형동물들, 앵무조개와 암모나이트 같은 연체동물들, 그들이 진화한 오징어, 갑오징어, 문어와 같은 두족류들, 무척추동물들이 바다에 등장한다. 그러다 생물들의 눈이 육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비유적인 표현으로 그들이 실제로 육지에 살고 싶어서 또는 하늘을 날고 싶어서 진화했다는 식으로는 말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그 시절의 생물들이 진화의 의지를 갖고 있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증거가 있다한들 믿을 수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고작해야 햇빛을 피하고 먹이를 먹는 이외의 지적 작용을 했을 것 같지 않은 생물들과 진화의 욕구는 잘 링크가 되지 않는다. 또한 최초의 숲이 생겼다. 원시적인 육상 식물들이 이들을 먹이로 삼는 최초의 동물 이주민들이 되어 숲속에 발을 딛였다. 발이 200개 이상인 종도 있고 겨우 8개 밖에 없는 종도 있었다는데 보지 못해 다행이다. 4억 개의 알을 낳는 섭식동물, 설령 그게 가리비라 할지라도 상상하기 싫었던 것처럼 200개의 발이나 200개의 발을 달기 위해 어쩌면 몸이 젖소만 했을 노래기도 머릿속에 떠올리고 싶지 않아 얼른얼른 패스 했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가장 성공적인 해결책인 몸을 갖췄다는 곤충 무리도 형성된다. 추정 숫자가 대략 1,000만조 단위!!라는데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게 어느 만큼의 숫자인지 체감이 되지 않았다. 어쨌든 인류와 각종 동물들이 지구에서 멸망한 뒤에라도 이들 곤충만큼은 끝끝내 지구를 지키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갔다. 그 밖으로도 여러 다양한 생물들과 그들의 진화와 생존, 번식, 삶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어류와 포유류와 조류, 호모 사피엔스라는 우리 인류의 이야기까지. 고작해야 380여 페이지 밖에 안되는 책 속에 이토록이나 놀랍고 신비하고 어리둥절하고 믿기지 않게 감탄이 나오는 자연을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긴 시간 살아남은 여러 종들이 인류의 부주의로 인해 멸종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세상. 나도 그렇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구에 대해 자연에 대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공동체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생명의 위대한 역사> 같은 책을 정독하는 것도 무척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밀림 속에서 바다에서 화석이 존재하는 각종 암석층과 높은 산, 호수와 강과 얼음과 대지 위에서, 가까이는 낙엽이 수북히 쌓인 그늘과 바위 밑, 골짜기에서 우리를 반기고 우리를 있게 하고 우리를 살게 하는 자연과 그 자연을 생생하고 아름답게 들려주는 데이비드 애튼버러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생명의위대한역사

#데이비드애튼버러

#까치

#까치글방

#역자홍주연

#출간40주년기념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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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세계사톡 1~3 세트 - 전3권 세계사톡
무적핑크.핑크잼 지음, 와이랩(YLAB) 기획, 모지현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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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책을 이렇게 빨리 완독하는 날이 올 줄이야!! <세계사톡 2. 중세의 빛과 그림자>, <세계사톡 3. 근대, 새로운 만남의 시대>를 연달아 읽으며 세계사의 재미를 깨달았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쏙쏙 빠져들어서 관련한 다른 세계사책들로 더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들을 만나고 싶어졌을 정도다. 이번에도 큰 줄기대로 흐름을 얘기할 자신이 없어서 특별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로만 모아모아서 리뷰를 쓴다.

1. 대극장의 인기 배우 테오도라, 로마의 황후가 되다

동로마 제국의 전성기를 이룬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대체. 그는 대극장의 인기 배우이지만 매우 천한 신분이었던 테오도라와 사랑에 빠져 로마의 법까지 바꾸어 가며 혼인을 한다. 신하들과 많은 백성들이 그에 반감을 품었고 532년 대전차 경기 관람 중에는 군중 난동까지 벌어진다. 놀란 황제는 황후와 함께 도망가려고 했는데 "추한 모습을 보이느니 차라리 황제로 죽으라"며 설득하는 아내의 말에 궁전에 남았다. 다행히(?) 황후가 불러모은 게르만 용병대가 반란 세력을 일망타진 했고 이후 테오도라는 유스티니아누스를 능가하는 제국의 통치자로 제국에 이름을 남기며 동방 정교회의 성인으로 추대받는다.

2. 천일야화 천 하룻밤의 이야기.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백, 천, 만 등에 1을 덧붙이면 "무수히 많다"는 뜻이라고 한다. 아라비안 나이트를 두 번이나 읽고도 이걸 몰랐다니!!

3. 서유기의 삼장법사는 실존인물?

당나라의 불승 현장이 20대 후반의 나이에 해외여행 금지 규정을 어이고 비합법적으로 출국을 시도한다. 무사히 인도에 도착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경전을 수집해 당으로 귀국, 위법을 저질렀다며 감옥에 갇히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당 태종의 요청으로 서역여행기를 작성하며 대당 서역기를 완성한다. 이후 불교 법전 번역에 힘써 그 권수가 1338권에 달했고 이는 이후 700년 동안 185명에 의해 번역된 불경 총 5048권 중 사분의 일 분량이었다고 한다. 대략 5일에 한 권씩 번역한 것이라는데 예사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 확실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그냥 천재셨는가 보다. 공부하다 과로하는 일이 많아 피를 뿜었다는 강희제랑 세종대왕이랑 삼장법사를 붙여놓았으면 대단했겠다는 생각이;; 오승은의 작품 서유기는 현장의 대당서역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불승 현장은 불교 경전인 경장, 율장, 논장의 삼장에 능통하여 실제로 삼장법사로 불리었다고 한다.

4. 세상에는 왜 이렇게 다양한 세금이 있을까?

소득세, 지방세, 사대보험 떼일 때 나한테 돌아온다는걸 알아도 피눈물이 나는 기분인데 중세 유럽의 농노들은 나보다 세금을 더 많이 냈더라. 성인이면 모두 내는 인두세야 그렇다 쳐도 축의금은 못받을 망정 결혼하면 결혼세도 냈고 방앗간 같은 영주 시설을 써도 의무적으로 이용료를 납부했다고 한다. 정해진 요율도 없고 순 영수 마음대로;; 세금 많다고 이동도 못한다. 거주지 자유가 없어서ㅠㅠ 송나라 시대에는 "세금으로 거두어들인 피륙이나 곡물을 새와 쥐가 먹을 것이니 그만큼 더 거두어야 한다"는 작서모라는 세금까지 있었다고 하니 그때 사람들은 세금 내면서 얼마나 손을 떨었을까.

5. 17년간 몽골 제국의 관리로 일했던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가 동방 견문록을 썼다는 것만 알았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몰랐는데 임종을 앞둔 마르코폴로에게 친구들이 얘기했단다. 영혼의 안식을 위해 동방견물록에 쓴 거짓말을 취소하고 회개하라고. 대체 어떤 내용이었길래?? 그러나 마르코 폴로는 내가 본 것의 절반도 다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회개를 거부했다고 하는데. 근대 시대 조선에 온 하멜은 동인도 회사에 체불된 임금의 지급을 요청하는 보고서로 하멜표류기를 작성한 거라는데 고향 떠나 둘 다 고생이 많았구나.

6. 말리 왕국 공주이고 싶다!!

전 세계 금 생산량의 70프로, 소금은 50퍼센터를 생산했다는 말리 왕국. 미국의 타임지가 선정한 인류 최고의 부자로 뽑힌 존재가 바로 만사 무사, 말리의 왕이다. 자산 규모가 약 455조로 빌게이츠 자산의 5배라는데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 1324년 만사 무사가 메카에 성지순례를 갔을 때 카이로의 동냥하는 거지들에게 뿌린 금이 너무 많아 금값이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이 올 정도였다고 한다. 만사 무사를 뒤따른 140키로그램에 가까운 황금을 실은 80마리의 낙타!!!! 상상만 해도 황홀할 지경이다. 이름도 어쩜 만사 무사인지!! 만사 무사님 저 저 낙타 한 마리만요!!

7. 정화의 남해원정

정화의 원정이 서양의 콜롬버스나 마젤란, 바스쿠 다가마 등보다 빨랐다는 사실은 알았는데 규모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정화 함대의 배 한 척이 얼마나 컸는지 콜럼버스의 선단을 모두 다 실을 수 있을 정도였단다. 1500톤급 선박에 선원의 수 2만 7천명!! 이 정도 규모의 함대는 500년 후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고 하니 그 규머의 어마어마함에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거기다 전쟁, 식민지, 약탈 등과도 거리가 먼 조공 나들이(?)라는 평화로운 목적을 가진 원정이었다. 포르투갈이 아프리카 서해안을 탐험할 때 이미 아프리카 동해안을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정화의 함대들. 명나라가 영락제의 뜻을 이어 해상 원정을 중단하지 않았다면, 청나라가 해금정책을 고수하지 않았다면 아시아와 유럽의 역사 판도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8.무적함대의 해전에 참가했던 돈키호테

1571년 펠리페 2세의 에스파냐 함대가 서유럽 최대의 적 오스만 제국을 격파했던 레판토의 앞바다에 돈키호테의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있었다니!! 나폴리에서 입대한 세르반테스는 레판토 해전에 참가해 그 부상 후유증으로 평생 외손을 쓰지 못해 레판토의 외팔이라는 별명을 얻게됐다고 한다. 본국으로 귀환 중 이슬람 해적의 습격을 받아 노예가 되는 등 여러 어렵고 불행한 일들을 겪었던 세르반테스. 그도 레판토의 앞바다에 가라앉는 오스만 함대를 바라보며 "에스파냐왕 펠리페 2세 만세!!"라 외쳤을까? 환호하는 총사령관 돈 후안과 유럽 해군들 속에 그의 목소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을씨년스럽다.

9. 네덜란드는 왜 오렌지색을 좋아할까?

네덜란드가 왜 오렌지색을 좋아하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는데 오늘에서야 의문이 풀렸다. 네덜란드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빌럼 1세. 빌럼의 오라녀 가문은 네덜란드에서 가장 부유하고 명망있는 가문인데 이들 가문의 넷이나 되는 아들들이 모두 네덜란드 독립전쟁에 참전해 이름을 떨치고 사망했다고 한다. 그후 오라녀 가문은 국민들의 지지 속에 왕가가 되었고 여전히 국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먼나라의 국민인 나도 네덜란드의 왕자와 공주 사진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웃음) 오랑녀는 프랑스 남부 오랑주의 네덜란드식 발음이고 그 오랑주의 영어식 발음이 오렌지라고 한다. 참고로 빌럼 공은 펠리페 2세의 자객에 의해 살해 되어 총으로 암살당한 최초의 역사상 인물이 되었다고 한다.

10. 악마의 음료 커피

"내 마음이 커피나 커피하우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오.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우정이오. 커피는 구실에 불과하오." 1475년 세계 최초의 커피 하우스에 카흐베하네에 붙어있었다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근대 세계사 속에서도 커피는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술레이만 때에는 커피 끓이는 관리만 40여명이나 되었고 그 시절의 부인들은 남편들이 매일 커피를 사오지 않으면 이혼을 요구할 권리가 있었단다. 반대로 영국에서는 커피하우스에서 발 붙이고 집에 안들어오는 남편들 때문에 아내들이 커피 반대운동을 펼치기도 했단다. 카톨릭 사제들은 커피가 이슬람의 산물이라며 금지를 요청했는데 정작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커피에 반해 커피에 셰례를 함으로써 커피를 기독교 음료로 만들었다 하니 악마의 음료 커피의 가공할 위력을 느낀다. 생각난 김에 나도 커피나 한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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